‘자연하수종말처리장’ 보존해야
 

윤미숙(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오비만 매립해서는 안되는 이유

최근 거제시와 대우건설은 거가대교 건설에 필요한 침매터널 제작장 터 확보를 위하여 오비갯벌을 매립하여 제작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 아래, 대우건설 사장을 만나 유치활동을 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반환경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피해가기 위해 갖은 수단으로 환경단체의 의견서 제출을 막으려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침매터널 제작장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인 오비만은 남해안 특유의 깊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거제시의 얼굴인 고현만의 건너편에 위치해 있는 자연적인 혼합갯벌이다. 고현만에는 오비갯벌이 유일한 자연갯벌로 고현만의 악화된 수질 정화에 수년 동안 묵묵히 큰 몫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침매터널 제작장은 한마디로 대형 레미콘 공장이다. 우리 거제시는 중소형 레미콘 공장을 반대하는 집단민원이 수년 동안 발생했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형레미콘 공장은 인근 마을과 주거·상업지역에 심각한 비산먼지를 발생시키며, 바닷가에 인접한 탓으로 유출되는 폐수가 고현만으로 직유입될 가능성이 많은 업종이다.

왜 대우건설이 자신들이 매립한 자신들의 소유지인 통영 안정공단을 두고 굳이 오비만을 신규 매립하려 하는지, 기업의 이윤추구 논리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제시민의 여론을 조작하여 마치 통영시와 유치경쟁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당장이라도 안정공단으로 갈 것처럼, 여론몰이에 앞장서서 마침내 거제시장과 거제시의회마저 유치논리로만 일관하게 만들었다.

대우건설은 침매터널 제작장을 지을 경우, 지역에 수천억의 돈이 금방이라도 떨어지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이 또한 터무니없이 과장된 액수인 것이다. 기업이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함으로써 지역에 떨어지는 이윤은 세금과 월급으로 인한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기계와 크레인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레미콘 공장에서 얼마만큼의 지역민을 고용할 것인지도, 그로 인해 거제시에 얼마나 실질적인 이익이 될 것인지도 다시 한번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대우건설은 오비만을 매립하여 7~8년간을 침매터널 제작장으로 사용하고 난 이후에는 지역공장들에 분할 판매하겠다고 한다. 이는 또 다른 땅장사를 통해 다시 한번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며, 거가대교는 상황에 따라 1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는 민자유치 사업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거제에는 몇 천평의 공장용지도 구하지 못하여 쩔쩔매고 있는 조선업 관련 기자재 공장들이 인근 고성으로 통영으로 터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인가 주변에는 민원발생으로 인하여 골짜기로, 산 속으로, 한적한 바닷가로, 타 지역으로 쫓기다시피 다니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지방산업단지 조성이 급선무이지, 대기업의 논리를 좇아 대기업의 이익만을 앞장서서 대변해 주는 행정행위는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다.

거제환경연합은 지난 1999년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거제의 8대 습지’를 지정하여 발표하였다. 오비갯벌이 그중의 하나이며, 이런 방식으로 개발정책이 계속될 경우, 몇 년 안가서 거제의 자연적인 해안선이나 갯벌은 모두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오비갯벌은 나날이 오염이 가속화 되어가는 고현만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살아 움직이고 있는 밑천 안 들인 자연하수종말처리장 시설이다. 갯벌 3000평은 한 개의 하수종말처리장과 맞먹는 정화작용을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다.

따라서 거제시나 경남도, 대우건설은 침매터널 제작장 터를 다른 곳으로 물색하여야 한다. 지금 거제에는 실전만을 비롯하여 매립한 후 텅 비어있는 매립지가 있다.

만약 거제에서 오비만이 아니면 못하겠다면 통영이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우리는 붙잡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단기적인 사업장 하나를 유치하지 않아서 우선 조금의 손해를 보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대신 오비갯벌을 살려냄으로써 연간 수십억의 순이익을 남겼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과학적이고 실리적인 태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