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제시에서 일제식민지 시대의 사회주의운동가들을 항일운동가로 재조명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15일 개관한 거제어촌민속전시관 제1전시실에 마련된 '거제인물' 소개코너에 항일운동들을 소개하면서 일제식민지대 활동한 사회주의계열 인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거제지역의 대표적인 '민족해방운동가'들인 윤택근(尹澤根), 신용기(辛容琪), 지한명(池漢明) 등은 현재까지 독립유공자나 항일운동가로 제대로 재조명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거제시는 거제어촌민속전시관에 위 인물들을 거제를 대표하는 항일운동가로 인정하면서 거제시민을 비롯한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거제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거제문화원에 협조를 받아 거제인물들을 소개받았다"며 "항일운동가들은 역사적으로 문헌과 고증을 통해 정리된 인물로 선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거제어촌민속전시관에 소개된 항일운동가들은 일제시대에 항일운동을 펼치다가 투옥되어 온갖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이들은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항일운동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독립유공자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 '당연히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야'
그러나 최근들어 이들이 항일운동가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학계와 거제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거제시 사회복지과 사회담당은 "국가보훈처에서 지방별로 독립유공자 발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전시관에 소개된 세 사람을 공적확인 절차를 거쳐 인정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항일운동가 선정은 거제문화원에서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거제문화원과 국가보훈지처 마산지청과 협의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시민 윤모씨(55, 아주동)는 "어촌민속전시관에서 거제 항일운동가들을 보면서 세월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새로운 역사의식을 갖게 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하루 빨리 독립유공자로 추서 받을 수 있게 거제시가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제어촌민속전시관에 관람 온 김경현씨(40, 경남근현대사연구회 연구원, 진주거주)는 "이제는 사회주의계열 항일운동가들도 재조명되어야 한다"며 "이념적 이데올로기로 이분법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같은 선상에서 동등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직도 항일운동가들 중에는 사회주의 경력 때문에 독립유공자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며 "거제시에서 앞장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최근 항일운동관계자들 중에 친일행위가 없는 경우 각종 공적 서류만 갖추면 추서를 받을 수 있다"며 "사회주의계열이라는 이유만으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특히,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수형기록, 판결문, 기타 증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갖추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위 세 사람들이 거제시로부터 항일운동가로 재조명 받게 된 구체적 활동들을 살펴보자.

윤택근, 3.1운동에서 사회주의운동가로
윤택근(尹澤根, 1892∼1967, 일명 윤일)은 아주동 출신으로 1919년 4월 3일 거제 아주동(당시 이운면 아주리)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펼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대구감옥소에서 1년 6개월형을 받고 옥고를 치뤘다. 또한 지역청년운동 단체인 이운청년회의 간부로 활동하면서 동아·조선일보 지국경영, 하기순회강좌, 노동야학개설, 사회운동강화회, 연극활동까지 하고, 특히 사설 학원인 양정학원을 설립해 민중교육을 실현시키기 위해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1924년 2월 '거제청년연맹' 대표자로 활동하던 그는 1926년 8월 23일 불꽃회(火花會)란 단체를 결성해, 사회주의 사상과 청년,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26년 10월 거제청년연맹 출석 대의원, 조선사회단체중앙협의회 출석 대표, 조선사상총동맹 출석 대표로 선정되었으며, 1927년 봄에 조선공산당에 가입해, 경남도위원회 책임비서를 맡았다. 또 김해, 양산, 거제 등지에 당 고려청년회 야체이카(세포)를 조직했다.
1928년 2월 조선공산당 제3차 대회에 경남 대표로 출석했다. 3월 조공 중앙 조직부원 및 경남도책으로 선정되었다. 7월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1929년 2월 경성지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했다.

해방이후 윤택근은 1945년 10월 경남도인민위원회 위원장, 민주주의민족전선 경남도 위원장, 반박헌영파로 알려지면서 조선공산당 경남도당을 맡았으며, 1946년 11월 사회노동당 중앙상임위원 겸 부산지구당 위원장, 1947년 근로인민당 중앙위원, 1949년 봄에 요시찰 인물로 지목되어 부산형무소에 수감된 후 53년 8월에 출옥했다. 그는 반정부 좌익인사로 지목되어 연좌에 묶여 완전한 해방된 몸이 되지 못한 채 1967년 6월 부산 온천장에서 조국통일을 보지 못하고 타계했다.
특히, 1947년 조공 대표로 김일성과 만났으나 감옥에 투옥되었다. 또한 김일성은 박헌영을 중심으로 한 남조선로동당을 적극 지원하라고 했지만 거부하기도 했다.

신용기, 러시아파로 이동휘와 함께 활동해
신용기(辛容琪, 가명 신철, 1901∼1948)는 하청면 창동출신으로 신주병(辛周炳, 1911년 하청면장)의 넷째로 1909년 10월 1일 거제보통학교(현 거제초등학교)에 입학하였으며, 1912년 거제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대구고등보통학교로 입학했지만, 1919년 3·1 민족해방운동때 동맹휴학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정학을 당했다.
1920년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사회주의 교육과 사상을 받아들이면서 본격적인 항일운동을 펼쳤다. 특히, 러시아 이르츠크군정학교 졸업하면서 꼬르브로 공산청년회를 조직하는 임무를 맡았다. 조선으로 귀국하기 전에 모스크바 극동인민대회에 참가하였다가, 1922년 겨울 베르프네우딘스크 연합대회 때 이르츠크파에 적극 가담하는 핵심 혁명가로 자리를 잡았다.
1923년 7월에 신사상연구회를 조직하였고, 같은 해 6월 꼬르브로 국내부를 조직하여 신용기는 공산청년회 책임비서를 맡았다. 1924년 2월에는 신흥청년동맹을 조직하면서 청년혁명가들을 동참시키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신용기는 북풍회, 화요회, 꼬르브로 국내부 공산청년회 책임비서 등을 거쳐 1925년 5월에 러시아에 파견되어 국제공산당에 국내상황과 국내공산당 상황을 보고하였다. 또한, 1923년 9월 경성 종로서에 검거되었다가 석방되었다.
1924년 4월에 모스크바에 있는 이동휘를 만나 조선내에 진행되고 있는 공산당 상황을 보고하고, 같은 해 7월에 귀국하였다. 1929년 2월 2일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조선공산당 제4차 혐의로 서대문형무소에 징역 3년형을 받고 수감되었다. 1931년 9월에 출옥하여 부산에서 대방의원을 개원했다. 1947년 근로인민당 중앙위원으로 선출되어 민족변혁운동을 전개하다가 1948년 암으로 사회주의 혁명가의 짧은 삶을 마감하였다.

지한명, '윤택근 그룹의 한 사람
지한명(池漢明, 가명 지명, 1905∼1969)은 거제시 능포동 출신으로, 삼형제가 항일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19921년 이운공립보통학교(현 장승포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다음해 4월에 장승포 강습회에 전학하여 민족주의 사상을 교육받았다. 하지만 강습회에서 일본인 모리모토(森本勝助) 교장의 미움을 받았고, 진주로 정근가는 유창호 선생을 유임하고자 전교생으로 하여금 동맹휴학을 일으켰다.
1924년 독학으로 중등과정을 마치고 이운청년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청년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운청년회는 1923년 창립하여 이운면지역(장승포·일운면·고현)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반제·반일의식을 고취시키고 민중계몽운동을 펼쳤다.

1925년 10월 15일 이운청년회 정기총회에서 집행위원으로 선출되었고, 1926년 9월 30일 능포청년회를 결성하여 의장으로 선출되었고, 같은 해 4월에 윤일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여 조선공산당에 가입하고, 동시에 거제체육연맹을 창립하고 집행위원이 되었다.
1927년 3월에 조선공산당 고려공산청년회 경남 거제도야체이카(세포)원이 되고, 같은 해 8월 5일 신간회 거제지회 상무 간사로 선출되었다.
1928년 8월 경기도 경찰부에 검거되었으나 9월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되었지만, 1931년 4월 정규홍과 조선공산당 재건운동을 벌이다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2년동안 수형생활을 하게 된다. 1933년 4월 18일 출소하여 거제 아양리로 귀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