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에서 발행한 거제시시지(巨濟市誌)가 시청 3층 창고에 그대로 방치되어 거제시민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거제시에 따르면, 1999년 3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약 3년 동안 시비 2억8천7백만원을 투여해 거제시지 2천부를 발간했다. 또한 발행한 2천부 중에서 1천부만 전국 주요 관공서와 공공도서관에 배부하고, 나머지 1천부를 판매하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200부만 판매되고 거제시 3층 창고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거제시 문화관광과 담당자는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천부 중에 200권 정도 판매하고 나머지는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며 "주로 여러 문중이나 재실 등에서 구매하고 있다 "고 밝혔다.

특히, 문화담당 관계자는 "시에서 거제시지에 담긴 내용을 전산작업을 통해 인터넷으로 공개할 예정이다"며 "시지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해 판매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거제시지, 인터넷으로 공개돼...판매 문제 더욱 어려워져'
거제시지에 대해 원로 향토사학자는 "거제시지 내용 중에 오·탈자보다 역사적 사실보다 잡다한 내용 등을 담아 내다보니 효용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거제역사만 놓고 보면 시대별로 고증한다고 했지만, 어떤 시대는 몇 줄로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 제대로 이해하기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시민 이모씨(38, 회사원)는 "거제시지는 상하로 나누어져 있지만 너무 분량도 많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며 "특히 거제지역의 근현대사 부분은 많은 내용이 빠져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박모씨(41, 역사교사)는 "통영시지의 경우는 각 장마다 각종 문헌이나 증언 내용까지 각주로 표기해 사료적 가치를 두고 있지만, 거제시지는 학계 등에서 활용하기엔 역부족이다"며 "아이들에게 거제 역사를 가르치는데 어려운 문장과 각종 문헌 등을 다시 찾아 알려줘야 하는 이중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거제시지, '무료 배부 안될까?'
일부 시민들은 거제시지가 1964년『거제군지』발간 이후 39년만에 거제지역의 역사·문화·사회·경제 등을 다룬 종합 역사서라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은 "시민의 혈세로 발간한 거제시지를 뜻 있는 시민이나 여러 학계에 무료배부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며 "거제시가 인터넷으로 내용을 공개한다고 하니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거제시 일부 공무원들은 "거제시민의 혈로 제작된 거제시지가 그대로 방치되어 아쉽다"며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무원 노조 관계자도 "거제시지 판매하는데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은 알지만, 판매보다 무가지로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거제시는 "당장 다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래 동안 두면서 천천히 판매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통영시지에 참여한 대학교수는 "거제시지는 거제지역의 역사서로 자리잡으려면 거제지역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대다수 참여해 편찬해야 한다"며 "통영시의 경우 국내에 있는 통영출신 학자들을 중심으로 각 분야별로 연구해 집필했다"고 말하고, "앞으로 지역사 연구는 지역출신의 학자들이나 출신지역이 아니더라도 보다 체계적이고 심도 깊게 연구해 시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