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에서 보낸 답변서에 따르면, “송전탑 2기가 봉괴된 사실만을 인정할 뿐 나머지 사실은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정전사태, ‘모두 자연재해에 의한 것’

한전은 원고의 주장에 대해, 정전사고가 14호 태풍 “매미”의 영향에 회사의 송전탑 설치 및 관리의 부실이 겹쳐져 송전탑이 붕괴되어 발생했다는 주장 등 총 14개 항을 들어 전면 부인했다. 다음은 한전측이 반박한 주요 내용이다.

송전철탑 붕괴에 대해 한전은 “(이번에 붕괴된)154KV 거제송전선로 141기 142기 역시 1973년 2월 8일 제정된 당시 전기사업법 제32조(사용전 검사)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전기공작물등의 검사)에 따른 검사를 마친 적법설비로서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회사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송전운영업무기준서’에 따라 정기적인 순시 및 점검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관리의 부실 때문에 붕괴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특히 한전은 “이번 정전의 원인은 60㎧ 이상의 초강력 태풍이 불어 철탑이 도괴되어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천재지변에 의한 재해다”고 덧붙였다.

붕괴 송전철탑 안전도 감사원 지적, ‘보강판정 받은 바 없다’

원고가 “거제송전탑이 안전도에 문제가 있어 감사원으로부터 보강판정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한전은 “감사원 통보내용대로 2003년 2월 26일 보강여부를 판단한 철탑 738기에 대하여는 강도 검토 재시행을 지시했다”며 “2003년 6월 거제송전선로 대한 안전도 검토를 실시하고, 지난 7월 11일 중기보강계획과 예산에 2004년에 보강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한주 변호사는 "한전이 90년 1월 송전탑을 관리하는 창원전력관리처 등에 철탑보강사업을 시행하도록 하달했다"며 이에 대해 창원관리처에서 "기준대로 시행하지 않고 간이 유도계산법으로 검토하여 298기중 무려 207기에 대하여 보강이 불필요하고 나머지 91기만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정하여 보강을 하였는데도 한전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또, 감사원이 응력해석법에 의해 붕괴된 2기를 포함하여 221기를 다시 판정한 결과 무려 217기가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며, 기준 안전율에 미달하는 송전탑들을 그대로 둘 경우 태풍시 절손 또는 도괴될 염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보강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며, 이에 한전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장기 정전을 초래시켰다고 김한주변호사는 주장했다.

그 외 한전은 송전철탑 단선화문제, 창원전력관처에게 보강지시를 하지 아니한 귀책사유, 늑장 복구로 인한 피해 확대 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정전손배 재판, 팽팽한 격돌 예상

김한주 변호사와 시민단체들은 “무조건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자연재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증거와 자료를 통해 한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법정에서 반박할 것이다”고 말했다.

원고측인 거제시민 7천2백13명과 거제시민단체 연대회의 등은 “한전이 정전피해 책임을 부인하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 싸워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사상 초유의 ‘정전피해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은 1차 심리 때부터 서로의 팽팽한 입장차이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