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각급학교 공사를 발주하면서 관행적으로 자격이 없는 공무원들에게 감리를 맡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경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각급 학교를 지으면서 건축법상 건축사가 맡도록 돼 있는 감리를 기술직 공무원이 맡아 사실상 법규를 어겼으며, 현재 도내에 신축중인 16개 초중고교 공사 현장에도 감리권한이 없는 공무원들이 감리를 맡고 있다.

현행 건축법에는 건축물을 시공할 때 설계서대로 건축행위가 이뤄지는지 감독하는 공사감리 권한이 건축사에게 있고, 건축사는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공사중지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등 전반적인 안전도를 책임지도록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 경남건축사회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대부분 감리를 외부의 건축사에게 맡기고 있는데 유독 교육청만 자체적으로 감리를 하고 있다”면서 “발주자가 감리까지 할 경우 부실시공, 시공업체와의 결탁 등 갖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남지역의 경우 고교는 도교육청이, 초·중학교는 지역교육청이 감리를 맡고 있지만 건축 전기 토목 등 기술직공무원 120명 가운데 건축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통틀어 2명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자격증 소지자인 도교육청 김모 시설과장은 오는 12월말 명예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중이어서 실질적으로 자격증 소지자는 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무원들은 건축 전기 통신기사 등으로 실질적인 감리권한이 없어 교육청이 사실상 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도교육청이 내년 9월 완공목표로 짓고 있는 창원 명곡고 등 4개고교 신축공사 현장에는 기술직 공무원 25명이 배치돼 감리 업무를 맡고 있다.

진해교육청도 모두 5명(건축직 4명, 전기직 1명)의 공무원이 내년 완공목표로 신축중인 안골포초등학교와 2005년 목표로 짓고 있는 자은중학교에 투입돼 있다.

도교육청 시설과 관계자는 “예산문제 등으로 관행적으로 기술직 공무원이 감리를 맡아왔으며, 이는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똑같이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확인 결과 서울시교육청은 전체 150명인 기술직공무원 가운데 건축사는 2명이었고, 부산은 150명 가운데 1명, 대구는 7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했다.

결국 대부분 공사 현장을 건축사가 아닌 기술직 공무원이 맡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경남건축사회 하성규 부회장은 “자격이 없는 공무원들이 학교건물을 시공해 안전도 등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그동안 여러차례 교육당국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허사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