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2일 치러진 제13회 공인중개사 시험문제지를 조직적으로 빼내 응시생들에게 판매한 일당 10명이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 외에도 중간 모집책 등 문제지 유출 및 판매에 연루된 20여명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으며, 이들에게 돈을 주고 문제지를 구입한 응시생 100여명도 조만간 입건될 것으로 보여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송찬엽)는 23일 공인중개사 시험문제지 검정과정에서 문제를 빼돌린 한국산업인력공단 경인지역본부 간부 정모(45)씨와 경기북부지방사무소 대리 윤모(36)씨, 공단 산하 중앙고용정보원 대리 전모(35)씨를 위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하고, 정씨로부터 시험지를 건네받아 돈을 받고 판 K전문대 전기학과 교수 이모(48)씨 등 7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0월 19일경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북부지방사무소에서 제13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문제지 1부(A형, B형 각 1부)를 몰래 빼내 1억5000만원을 받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에게 전달한 혐의며, 윤씨 등은 문제지 유출에 관여해 이씨와 정씨로부터 900만∼3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또 이씨는 정씨로부터 건네받은 시험지를 다시 복사한 뒤 3억원을 받고 강모(48·한국전기안전공사)씨에게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에게 문제지를 산 강씨는 수배된 오씨 등 모집책 10여명에게 수천만원씩을 받고 넘겼고, 이들 모집책은 다시 1인당 700만∼1500만원을 받고 서울, 대전 등지의 응시생 100여명에게 시험지를 미리 풀어볼 수 있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조사결과 대전에서는 17명의 응시생이 전 부동산관련 학원 강사 신모씨에게 1인당 700만원씩을 주고 시험 당일 새벽 유출된 문제를 푼 뒤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정씨가 2000년부터 10여차례에 걸쳐 전기기사 및 전기공사기사 자격시험 실시과정에서 응시생들의 답안지를 바꿔치기 해 주는 대가로 이씨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은 것과 정씨가 감독관으로 나섰던 전기 관련 자격시험에서 이씨가 칠판에 정답을 써가며 시험을 치른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공인중개사 시험문제 유출과정에서 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남에 따라 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50여개 자격시험 과정에서도 부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공인중개사 시험은 지난해부터 건설교통부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됐으며, 제13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전국에서 26만명이 응시해 사상 최고의 응시율을 기록했다. 

대전매일 이인회 기자  200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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