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포 신부마을(현 장승포 1구)은 일본인 집단거류지이다. 지금도 이곳엔 일본식 가옥들로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장승포 우체국 주변에는 기왓장에 덮여 검게 그슬린 나무 판잣집과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층 다다미방과 일본식 정원들로 구성되어진 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을 주민들은 옛날 일본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한 "이리사무라(入佐村)"라고 불렀다.
이리사무라(入佐村). 1876년 12월 1일 일본인 오따 슈지로(太田種次郞)와 후꾸오까(福岡)현의 이리사 키요이시스루(入佐淸靜) 두 사람이 거제도로 들어왔다. 오따는 거제도로 들어서면서 거제 사람들에게 떡갈나무를 심게 하여 목탄을 생산하여 군납하는 것을 고려했다. 그는 소나무보다 도토리나무, 떡갈나무를 심어 목탄을 생산하여 거제 전역의 산림을 소유하는 일본인 자본가로 변신했고, 이리사는 조선해수산조합의 주선으로 일본인 주거용 58 가구를 건설하여 조합장으로 거제도로 침입했다.
이리사무라는 이리사의 성을 따서 부르고, 토지는 주택용지 약 1,900평, 그물을 말릴 건사지 2,400평, 임야 3만6천평을 매수하고, 해안에는 연장 220m의 방파제를 축조했다. 그는 1905년 후쿠오까(福岡), 에이메(愛媛), 와카야마(和歌山), 나가사끼(長崎), 도쿠시마(德島)에서 모집에 응한 17 가구를 이주시켰다. 1906년 3월 31일 가구수 60, 인구수 338명으로 초기보다는 15배정도 인구가 증가하였다.
 
일본인 자본의 발전
이리사무라는 일본인들의 천국이자 자본가들이 탐내는 무궁무진한 어업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있는 곳이었다. 조선어업은 중세적 어업기술과 통나무 어선(퉁구맹이)을 이용한 원시적 어업 형태라며, 일본인들은 발동선과 냉동선을 갖춘 근대적 어업기술과 조선인들을 종업원으로 채용하여 매우 높은 이익을 챙겼다.
이 동네는 전국에서 유명한 부자동네로 소문났고 일본인들이 대거 이주하기 시작했다. 1906년 7월 후꾸오까에서 선출한 조선수산조합 대의원 겸 동현 통어장려소장 오따가 자기 마을의 주민 14 가구와 더불어 이주하여 점차 마을의 기초를 확립하기에 이르렀다. 1914년 1월 현재의 "내지인(일본인) 어업자이주어촌자(內地漁業者移住漁村者)"에 의하면 이리사무라의 일본인 어민의 가구수은 152호 641명으로, 조선 전체 9도 59어촌(단체이주 15촌)에 980 가구, 3,900명인 것을 비추어 보면 최대의 어촌으로 성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921년 말에는 이주 가구수 138가구, 인구 약 700명이며, 그 중 어업자가 73 가구이고 상업이 37 가구이며, 그 외 각종 직업의 이주자를 망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이리사무라의 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이곳은 "관서, 구주 지방의 어촌인데 잡화상, 음식점, 목욕탕, 식료품상, 고리대금업 등 대개의 기관이 갖추어져 작은 불편도 없다. 의사가 있고(수산조합의 촉탁이다) 이리사무라 일본인회(1907년 5월 29일 창립), 이리사무라 심상 고등학교(1906년 7월 1일 설립), 장승포수산물시장(1907년 10월 1일), 우편취급소(1876년 12월 1일), 장승포순사주재소(1906년 6월 5일 설치) 등이 있다. 일본인회는 매장, 식림, 어업개량 등의 경영을 하고 있다." 라고『한국수산지』는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리사는 일본 어민의 신앙을 위해 콘피라(金比羅) 신사의 건립(1925년 10월에 건립하여 매년 5월마다 콘피라축제를 열었고 1935년 3월 1일부터는 황국신민화의 교육장으로 이용되었다), 이리사무라 병원, 요리점, 상점 등을 개업하여 전국 3위의 일본인 자본가로 눈부신 변신을 시도했다.   

어업가에서 정치가로
1911년 이리사는 신사로 만족하지 못하고 일본불교 동본원사를 부산 초량에서 모셔와 장승포 신부동 망산에 동본원사 장승포출장소를 설립하고 일본불교를 전파함과 동시에, 자기들의 우월성을 강조하였다.
오따는 큐슈지역에 거주하는 일본인 승려 일산정강(법명 정광동녀, 1923년 4월 1일 사망), 일산(법명 척청남미, 1917년 10월 20일 사망) 외 1명, 신도 500여 명으로 확인된다. 이리사는 장승포 지역의 거부로 성장하다가 사업의 실패로 일본으로 귀국한다.
오따 슈지로는 이리사무라의 촌장으로 부상하고 새로이 이주민들이 이주하기 시작하는데, 그들중에 젊은 청년 김환원일(金煥源一)과 중부기차랑(中部幾次郞)이 있었다. 두 사람은 이리사무라외 남해 미조면에 대수망어업면허를 받아내고 새로운 어업자본가로 급부상하였다. 김환은 자본가로 성장하면서 경남도의원, 이운면협의회 의원 등으로 정계로 진출하였다.
이다꾸라히로는 이리사무라우체국장에서 경남도의원, 장승포읍협의원 등으로 거제지방의 권력자로 부상하였다. 조선인들은 일본인 자본가의 힘을 빌려 정계로 진출하거나 수산자본가로 성장하였다. 대표적인 조선인으로는 김영수(金村榮洙, 경남도의원, 거제어업조합총대), 신용우(自山容禹, 관포어업조합장), 김홍조(金弘祚, 관포어업조합 우량조합원 표창), 하익원(河本益源, 거제어업조합장) 등이다.
 
아직도 이곳은
이리사무라의 주변에는 일본인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장승포 중앙동 뒷산에는 일본인 납골당과 납골단지 30여 기가 그대로 묻혀 있으며, 오따 슈지로 공덕비, 오따 가족들의 묘지석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또한 일본인 가옥과 정원, 도로망 등은 그대로 있으며, 망월루, 명월루 등으로 대표되는 유곽을 만들어 조선인과 일본인 기생들을 데려다 일본인 어민들의 노리개로 이용하였다. 옛 망월루 건물은 지금도 여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심지어 신부동 망산에는 일본 장승포신사터와 유적들이 그대로 남아 그 당시를 생각하게 한다. 신사는 초기에 일본어민들이 숭배하는 바다신을 모셨지만 1941년 태평양전쟁과 더불어 황국신민화 교육과 신사참배를 일삼은 치욕스런 장소였다. 그곳은 지금은 시에 의하여 부분 철거되어 있는 상태이다. 신사의 철거로 치욕스런 과거를 묻어 버리는 것보다는 복원이나 다른 방법으로 시민의 교육장으로 이용함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