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또 열린우리당의 총선을 지원하기 위해 조만간 지사직도 사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지사와 이상조 밀양시장(한나라당)과 김병로 진해시장(무소속), 정해주 진주산업대 총장, 이윤구 인제대 총장, 공민배 전 창원시장 등이 13일 저녁 경남 창원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해 이같이 결론지었다고 14일 전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김 지사와 이상조 밀양시장은 탈당 후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무소속인 김병로 진해시장과 정해주 진주산업대 총장을 비롯, 정구용 전 하동군수 등 경남도내 일부 전직 단체장도 동반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

◆ 김 지사측, “노 대통령과 장기간 물밑접촉”

김 지사는 14일 오전 “노 대통령을 독대해 최종 결심을 전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해 이런 결심을 전하고 오겠다”며 상경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김 지사와 노 대통령 간 독대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김 지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상도동 김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 1시간쯤 면담을 하고 돌아갔다. 김 전 대통령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김 지사가 저쪽으로 가는 것을 극구 말렸다”고 전해, 김 지사가 김 전 대통령에게 탈당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1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가 노 대통령과 단독 오찬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열린 우리당 입당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그는 8월 20일에도 노 대통령과 독대를 한 것이 알려졌고, 지난달 27일 노 대통령이 거가대교 기공식에 참석한 뒤 1시간 가량 김 지사를 독대했다는 말도 나돌았다.

김 지사는 입당 후 전국구 상위권 보장과 함께 중앙선대위원장이나 영남권 선대위원장을 맡아 ‘동남풍’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맡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 총선지원을 위해 지사직을 사퇴한 이후 후임 지사후보 공천권 및 경남지역 총선 공천권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후 총리 희망설’도 돌았는데,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런 제의를 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 한나라 “배신자” “야당 와해공작” 강력 반발

한나라당은 김 지사의 탈당결심 소식이 전해지자 “배신자”라며 강력 비난했다. 한 고위 당직자는 “한마디로 배신자다. 미국서 가방장사 하던 사람을 데려다가 이렇게까지 키워놓았는데, 당이 가장 어려울 때 배신을 하는 것은 정치인 이전에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관계자는 “측근들에 따르면 김 지사가 오늘 4당 대표 회동 후 노 대통령을 독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이라면 야당 대표와 잘해보자고 만나놓고 바로 돌아서서 야당 출신 지사 빼가기를 한 것 아니냐”며 흥분했다.

당 관계자들은 그러나 “김 지사가 탈당하고 일부 시장들이 동반입당한다 해도 내년 경남지역총선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부산 경남 지역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배신자이고, 배신자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를 절감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탈당인사들이 나름대로 득표력이 있는 인사들이어서 한나라당이 물갈이 공천 등에 실패할 경우 노 대통령의 이 지역 입성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다.

<조선일보> 이종원jwlee@chosun.com, 강인범기자ib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