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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문화원이 가야 할 길

2007년 03월 11일 (일) 20: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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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제11대 거제문화원장을 뽑는 정기총회가 거제문화원에서 있었다. 그날 총회장소에는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랄 수 있는 몇몇의 지역유지와 지역문화를 잘 안다고 자처하는 일부의 예술인들과 그리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소수의 회원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낯 설은 회원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무릇 문화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더러는 누구의 추천으로 회원에 가입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문화원 정기총회에 이렇게 많은 회원이 참석하기도 처음인가 싶었다. 그 날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문화원장을 뽑는데 있었고 정작 문화원이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그 사람이 당선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거제문화원이 생긴 이래 문화원장은 거의가 추대형식으로 뽑혀 지역의 문화를 이끌어 가는 구심점이 되고자 했다. 최근까지 문화원장을 역임한 역대 문화원장 중 리더십이 탁월한 사람도 있었던 반면 명맥유지에 급급하다 물러난 사람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이 지역의 문화가 살아 있는 한, 지역의 문화원장은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5대 기관장에 속한다. 그만큼 지위와 명예를 부여하는 반면 이 지역의 어른으로서 전통문화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그 능력이 탁월해야 되고 시민의 정서와 지역문화의 흐름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덕과 예와 지를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를 보면서 정작 문화원장을 할 제목 감은 동산에 앉아 있고 실무를 보아야 할 사람들이 선거에 출마 지역문화의 활성화는 고사하고 전국적으로 문화원의 위상만 추락시킨 꼴이 됐다. 또한 거제문화원이 지금껏 닦아 놓은 향토문화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문화원의 순수성과 문화원 본연의 활동마저 뒷걸음치게 하고 있다.

문화원장이라는 자리가 월급을 받는 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이 생기는 자리도 아닌데 왜 그렇게 그 자리에 연연해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지난 90년을 전후 해 거제문화원은 선상문학의 밤, 파랑포 어장개 놀이, 동부 수산 별신굿 등 전통문화와 지역문화의 재현에 심혈을 기울여 왔고 옥포대첩 군점행렬 등 나름대로 특색 있는 문화행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을 해왔으나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하지 못해 문화원의 위상은 많이 퇴색되고 지금은 그 정체성마저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회원 면면을 들여다보면 장승포 문화원이라고 해야 할만큼 장승포 지역사람 일색인데다 회원들의 문화적, 예술적 측면도 다른 지역문화원 회원들과는 사뭇 다르다 보니 지역문화 예술인들의 문화원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거제문화원의 회원 벨류를 보면 문화원의 회원은 현재 회원과 문화가족이라는 두 가지 분류로 나누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문화원 회원으로서 그 역할을 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정회원의 역할과 문화가족의 역할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정말로 문화를 안다는 문화원 회원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제껏 거제문화원의 활동내용들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사조직의 세 늘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만 샘이 됐다.

문화원장은 그저 내가 좋은 사람,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뽑혀서는 안 되는 자리다. 회원들이 추천하는 사람을 투표로 뽑는 문화원장이야 말로 요즘 소위 말하는 민주주의적 선거에 입각한 최선의 방법이긴 하지만 우리의 문화원장을 이런 식으로 밖에 뽑을 수 없었는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 지역에서 선비정신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을 찾아 추대할 생각은 안하고 밥그릇에 눈이 멀어 자신이 어디에 무슨 자격으로 서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을 뽑는다면 나 자신을 비롯한 회원들에게 당연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누구를 위하든, 무엇을 하든, 이제 선택된 사람은 문화원을 변화시킬 책임이 있다. 그 시작의 선상에서 새로 선출된 문화원장은 잡다한 잡음들이 하모니로 바뀔 수 있도록 지도력과 리더십을 발휘, 거제문화원 발전에 총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내가 안 되면 너도 안 된다는 식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화원을 위해, 진정한 거제시민의 문화원이 될 수 있도록 거제전역의 문화를 향유하는 회원들이 많이 입회를 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회원들이 나서서 거제문화를 바꾸고 새롭게 정립시키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시인·본지칼럼위원·세계항공 거제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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