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얼굴 한번 드러내지 않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 조용한 봉사자가 있다.

지난 8년간은 해마다 10여명의 생활이 어려운 고등학생들에게 등록금전액을 지원하며 ‘이름없는 장학회’를 운영하는 강순옥(54, 거제시청 간부 공무원이 남편)씨. ‘아모레아줌마’로 통하는 강씨를 24일 만났다.

강씨는 “남 모르게 봉사하는게 즐겁고 알려지는게 부끄럽다. 후원자들을 대신해 나는 전달하는 사람일 뿐이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실제 강씨의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구조라에 살았는데, 한 장님이 보리쌀을 얻으로 오는 것을 보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때부터 어려운 사람을 보면 가만 있지 못하는 성격이 됐다. 몰래 쌀도 퍼다주고 해서 어머니한테 욕도 많이 먹었다.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이 짓하다 죽을 것’이라고 악담(?)했다.

 초등학교때는 소아마비 친구를 업고 통학하기도 했다. 10년전 뇌사시 장기기증을 하기로 서명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잠이 안오고 불편하다”는 강씨의 봉사활동은 선천성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뭐냐고 묻자 한 심장병어린이를 살려낸 일을 되살린다.

“85년엔가 영업을 하다 당시 7세이던 영란이를 만났다. 선천성 심장판막증이었고 집안이 어려웠다. 장승포새마을협의회등의 도움으로 일일찻집을 열고, 대우조선부인회 등과 주위에서 많이 도왔고, 당시 4000만원이던 병원비도 깍고 해서 수술이 성공해 영란이를 살려낸게 가장 보람있었다”고.

85년경 화장품 판매를 위해 일운면 망치리를 찾았다가 오막살이집에서 몸이 불편한 채 혼자사는 할아버지를 발견한 강씨. 당시 72세이던 노인이 돌아가시기까지 9년간 친딸처럼 보살폈다한다. 이 일은 주위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강씨는 정기적으로 할아버지를 방문해 먹고, 자고, 살수 있도록 지원했지만 돌아가신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강씨가 운영하는 장학회는 이름이 없다. 화장품 고객들과 그냥 알음알음으로 알게된 40여명의 후원자들로부터 1만-10만원씩 기금을 모아 매년 10명정도 고등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연말이면 모든 후원금 내역과 지출내역을 후원자들에게 알려준다. 현재 1300여만원의 기금이 모여있다. 고마운 것은 후원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강씨는 장학금을 전달하면서도 한번도 나서지 않았기에 장학금을 받은 학생도 후원자가 누구인지, 누가 장학금을 주는지 모르고 있다.

“큰 꿈은 없고 건강이 다할 때까지 작은 보람을 느끼며 남을 돕는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강씨는 말했다.

남편이 거제시청 공직자이기 때문에 상을 받게 되면 남편 공직생활에 보탬이 되지않겠느냐며 여러단체에서 상을 주겠다는 제의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강씨는 “여자도 여자로서의 삶이 있는게 아니냐, 남편위해 나서야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보잘것 없는 봉사활동이 알려지는게 오히려 누가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언론에 알려지면 행동하기가 너무 힘들어 질것이라며 이름도, 얼굴도 내지않겠다고 극구 사양하던 강씨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힘이 있을 때까지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는 것일 뿐이라며 후원자들이 모든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겸손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