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레미콘 사태 해결에 따른 유감)

지난달 9일 오후 3시 거제시는 브리핑 룸에서 '거제레미콘 사태가 업주와 장평발전대책위, 거제시 3자 합의로 원만히 해결됐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장평발전대책위원회 송만수 위원장이 합의 내용에 따라 기자회견을 하고 이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미 공장은 지어져 가동 중이고, 행정행위는 그 이전에 화살을 떠났으며, 대책위도 필요경비 삼천만원을 받았으니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는 뜻인지(?) 알송달송한 가운데 종결을 선언한 셈이다.  그런데 왜 유독이 나만 이 사실이 기분 나쁜지 모르겠다. 그러려고 그리도 심하게, 지리하게 양측이 싸웠나??? 거제시 최다 시위 기록을 세우면서...

교통 안전을, 수질과 환경오염을, 신축학교의 교육여건을 거론하며, 허가취소를 부르짖던 그 문제점 등이 다 해결됐기 때문이라는 것인가? 그래서 앞으로도 이를 위반하는지 확실히 못을 박고자 방진막과 감시카메라, 기업운영을 개인들이 단속활동을 하겠다는 합의를 한 것인가?
시위 불참비를 아끼고자 땡볕에 애기 업은 엄마들이, 비를 맞으며 시위장에서 고생을 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그토록 통분하게 외치던 구호가 돈 삼천만원을 받아내기 위해서 였던가 하고 생각하니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 지질 않는다. 그리고는 시위하던 때의 그 처절하던 구호들을 다시 반추해 본다. 그리고는 자꾸만 목구멍으로 무엇이 튀어 나오듯 불만들이 밖으로 나온다.
 
내가 기분 나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처음부터 시가 그곳에 허가를 준 것이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농림부와 환경부에다 재판부가 사실조회를 한 결과 농지에 레미콘공장을 허가한 것은 근원적으로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사실에 책임져야 할 공무원은 애시당초 가벼운 징계인 '경고' 조치에 머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직자 중 최종 책임을 진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며 송위원장은 분노했었다. 이러다보니 재판을 진행하는 중에 시와 사업자는 최종합의 과정에서 대책위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문제점이 있는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전부 들어주었는가 보다. 시는 잘못된 허가였었다면 이를 취소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 어떤 경우에는 사업주들에게 추상같은 명령으로 손해를 주기도 하더니 이 경우는 어물정 넘어가야 하는가? 누가 말썽 많았던 허가문제와 사회적 물의에 대한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를 시민에게 소상히 밝히는 것이 투명행정을 하는 길일 것이다. 분명 그곳에는 몇 필지의 농지가 있었는데도 처음부터 허가를 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장발위는 결국 돈 삼천만원을 받기 위해 그리도 지리한 15번의 집회와 주민들을 동원한 시위를 했었단 말인가? 당초부터 공장이 그곳에 서도 관계없었다면 왜 그토록 남의 발목을 잡았는가?
 주민대표들은 장평주민들의 살권리를 위해, 안전한 환경보전을 위해 허가를 취소하라고 목이시게 왜쳤지 않는가. 지금 시위 당시의 상황과 무엇이 얼마나 좋게 변했는가?

 세째, 어째서 일반 시민들이 운행하는 차량이 '삼성 진입로 지하도'와 '신현중학교 앞 육교'에서 감시카메라에 찍히며 감시받고 살아야하 할 것인가? 누구때문에, 뭣때문인가? 시민의 사생활이 그렇게 침해되도 괜찮은가? 레미콘차량만 찍히는 감시카메라가 별도 만들어져 있는가? 레미콘을 생산하는 한 기업을 창업해주기 위해 시민의 사생활이 일부라도 제한 받아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업인가?

 넷째,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장평리 제니스타운에서 수창임대아파트 앞까지 방진막을 설치해야하고, 그 볼성사나운 구조물을 시민들은 매일 보면서 살아야 할 것인가. 필요한 최소한의 구조물일지라도 그것이 아름다운 숲이나, 나무, 꽃이어야 할 것이거늘 왜 그런 딱딱한 구조물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가? 그 업체를 위해서 무엇때문에 그리도 많은 댓가를 일반 시민들이 치루어야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 그 업체의 기업 이익이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는가? 다른 외곽지역에 레미콘 공장을 설립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리도 심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며 허가에 배타적이면서 그 업체만 유독히 그런 우대를 해야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누구도 이 문제에 토를 달고 나오지 않는다.

시는 허가를 취소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면 그 내용을 시민들에게 규명해야 할 것이고, 법정에서 이뤄진 합의 조정 내용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냉철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허가부서 공무원들도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면 그것이 앞으로 다른 행정업무 수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아닌가. 허기사 그보다 더한 사례들이 많았으니까. 까짓것 쯤이야 하겠지만 ...

꼼수의 정치와 행정, 꼼수의 기업 운영 - 이제는 실증이 난다. 더 이상 시민들을 우매한 민중으로만 취급하지 말고 거제시는 마땅한 조치를 취하여 시민에게 공개하라. 거제시의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