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사등면 가조도에서 진해만 쪽으로 바라보면 아주 작은 섬 하나를 볼 수 있는데, 가조도 주민들은 취도(吹島 혹은 鶯島)라고 부르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그 섬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 이 섬에는 고도헤이하지로 기념탑과 러일전쟁 때 쓰던 포탄도 있다.
주민들은 누가, 언제, 어떻게 탑을 세웠는지, 무엇 때문에 그 작은 섬에다 비석을 세웠는지, 그들 스스로가 궁금하게 여기고 있다.

단지 그곳 가조도출장소장 및 가조도 어민중 몇 명이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럼 그 비석을 누가 세웠는지, 무슨 의미로 기념공원까지 조성하여 원형 그대로 보전되어 오고 있는지 살펴보자.  

 
1904년 러일전쟁 때 일본 동양함대의 사령관 도고헤이하지로가 러시아 발틱 함대를 진해 앞 바다에서(정확하게 취도 앞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격침, 승전을 했다. 러시아는 일본을 직접 공격하기 위해 최강의 해군 발틱 함대를 파견했지만 일본 동양함대에 의해 대패하고 말았다. 이는 일본에 있어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도고 사령관은 일본인의 영웅으로 추앙 받게 되었다.

이에 거제 송진포항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한 일본동양함대는 진해만과 거제도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장악하였고, 막강한 해군력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동양함대의 승리는 거제와 부산, 일본으로 이어지는 군사요충지로서 거제 송진포항이 중요한 거점임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일본해군은 러시아 발틱함대를 이겼다는 의미를 부각시켜 각종 공원이나 기념비를 건립하게 되었다. 물론 도고 사령관의 신격화 작업도 빠지지 않았다.

먼저 송진포 해군기지에다 도고 사령관의 기념비를 건립하고 200여 평의 연병장과 기념공원을 조성하게 되었다. 단순한 기념비 건립에서 벗어나 전 국가적 행사로 승격하였고, 일본 해군기념일로 지정하는 수준이었다.

송진포 기념비를 건립한 후, 1935년 4월 지나전쟁을 일으켜 제국주의 야욕을 확산시키고 전 세계를 장악하려는 음모 속에서 도고 사령관의 업적을 재차 끄집어내었다. 일본해군의 자존심과 일본인들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형태(이는 박정희가 이순신과 같은 군인들을 신격화시키는 행동의 아류라고도 볼 수 있다)를 띄었다.

1935년 8월 23일 사등면 취도에서 "취도기념비" 준공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날 준공식에는 진해만요항부사령관 小林중장 이하 각 장교들, 요항부 사령관, 진해읍장, 마산, 통영주군분대장, 통영군수, 통영읍장, 거제경찰서장, 통영서장, 조기륜(曺基輪) 사등면장 등이 참석하여 축사, 개회사 등을 하였다. 작은 섬에 수백명이 운집하여 기념비 제막식을 치루었다.

요항부사령관은 "취도기념비는 도고사령관의 업적을 높이고 지나사변이후 황군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축제장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거제도는 일본인 도고의 승전지로 미화되어 제국주의 교육장으로 탈바꿈하였다.

그 당시 취도공원의 조성경비는 220원73전이며, 동원인원은 393명이었고, 조작, 가공, 목축, 비문 등의 작업을 진해만요항부 사령부에서 처리했다.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작업이었지만 일본군인들의 사기진작과 일본인의 영웅(침략자)을 신격화시키는 작업일 뿐이었다.

또한 지나전쟁 이후로, 일본군의 승전을 기원하는 작품(이후 남경대학살을 자행하는 등 침략자로서의 본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때마다 도고 사령관을 내세웠다)이었다.

1935년 8월 25일 부산일보에 게재된 기사에는 "취도는 진해만 서쪽에 위치한 작고 외로운 섬이다. 과거에 일본해군 동양함대가 당시 밤낮으로 맹훈련하던 곳이었다. 다가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내는 데 촉매역할을 담당할 해군 용사들은 취도기념비를 보면서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필승다짐을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취도에는 약 50평의 기념공원에 높이 4미터, 들레 2미터, 녹슨 포탄이 솟아 있다. 원형 그대로 보전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들은 여러 군데서 보인다. 탑 주변으로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흔적과 쓰레기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하지만 취도란 이름과 그곳에 신격화된 탑이 있임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치욕스런 탑을 아무런 의미없이 아름다운 섬에다 세워 놓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며, 또한 거제시가 알고 있으면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오랜 세월동안 민족의식이니 반일의식을 강조했지만 등잔불 밑이 어둡다고 정작 가까운 곳의 일제잔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일제유산을 청산하자고 외치면서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시행정 당국의 처사가 안타깝다. 한 시민은 "일제잔죄 청산은 헛구호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탑의 정면에는 "취도기념(吹島記念, 높이 450cm)"이라고 조각되어 있고, 옆에는 해군중장 코바야시 세이자부로(小林省三郞, 일본해사 31기)로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취도회고(吹島懷古)"라고 조각되었고, 비문에는 "吹島在鎭海灣西陽日露戰爭之際我聯合艦隊徒?在干此日夜行實彈射擊以此島爲標的始不留原形日本海之功名赤多所員干此島令建碑?詩以頌之云…", 이치무라 히사오(市村 久雄, 일본해사 31기) 중장이 글을 섰다고 적혀 있다.

건립된 시기는 소화 10년 8월(1935년 8월)로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