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입술로 사랑받고 있는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난민 문제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 내기를 서슴지 않기로 유명하다.

    2001년부터 4년째 유엔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난민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고,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체첸 난민들에 대한 러시아 정부를 비판할 정도의 강단도 갖췄다. 환경운동단체 '캄보디아 발전비전'을 발족해 캄보디아 자연림 보호에도  주력하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신작 '머나먼 사랑'(원제 Beyond borders)의 배경은 에티오피아, 태국, 캄보디아, 체첸 등 난민들이 신음하고 있는 분쟁  지역이다.  주인공 사라(안젤리나 졸리)는 영국 기아돕기 재단 이사장의 며느리. 자상한 남편에 넉넉한 재산 등 부족할 게 없이 행복해 보이는 그녀는 어느날 우연히 에티오피아 소년의 참혹한 몰골을 보게 되고 이때부터 난민 돕기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다.

    얼른 보면 사라는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수많은 분쟁지역을 방문하며 난민 지원활동을 벌여오고 있으며 그 공로로 지난해 UN으로부터 세계 시민상까지  수상한 여배우 졸리와 닮아보인다. 이 영화가 흥미를 주는 것은 이런 까닭.

    하지만 배경이 분쟁지역일 뿐이고 난민들이 주인공들의 배경으로 걸쳐질 뿐  영화는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영화를 본 후  기아와 난민 실태가 가슴아프기보다 영화가 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불쾌감이 더 커보인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벌이는 로맨스와 모험은 곳곳에서 엉성함을 드러낸다.

    사라가 에티오피아의 실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 자선파티장에서  보게  된 비디오 테이프 덕분이다. 분쟁 지역에서 난민들을 돕고 있는 의사 닉(클라이브 우웬)이 이 자리에서 자선사업가들의 위선을 꼬집으며 테이프를 공개한 것.

    그녀는 남편 헨리를 설득해 구호물자를 구입, 닉이 일하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난민 캠프를 찾아간다. 직접 본 현지의 사정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비참하다.  갈비뼈를 드러내며 말라 있는 아이들은 산 채로 독수리 밥이 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어른들은 곳곳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다.

    자신이 모르던 세계에 대한 충격적 경험과 함께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닉과의 운명적 사랑. 영국에 돌아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서 일하게 되는  사라는 그를 잊지 못하고 남편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닉의 동료가 찾아온다. 캄보디아에서 난민  캠프를  연 닉이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 사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캄포디아  행 비행기를 타고 운명의 끈은 두 사람을 다시 이어주지만 캄보디아의 불안한 정치  상황은 이들에게 또 다른 역경을 준다.

    '버티칼 리미트', '마스크 오브 조로', '007 골든 아이'의 마틴 캠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