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전국의 상점마다 거리마다 핑크빛 종이로 포장된 하트 모양의 초콜릿이 수북한 가운데 거제의 각 제과점 등에도 초코렛 천국이 됐다.

마치 핑크빛 물결이 흐르는 듯 한 발렌타인데이에는 해마다 상술이 극성을 부리는데 올해는 50만원대의 초콜릿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포장지도 지폐나 로또복권을 도안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저속한 제품이 버젓이 진열돼 있기도 하다.

우리와는 별 관련이 없는 발렌타인데이에 지나친 상업주의와 과소비가 극성을 부리자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모양인데 그 대안으로 일부 네티즌들은 '발렌캔들데이'나 요즈음 조류독감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치킨점 등을 위해 '러브치킨데이'를 제안하는 기관도 있어 시선을 모은다.

발렌캔들데이는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은 곧 연인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실용적인 선물을 하자는 운동도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좀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내의를 선물한다든지,연인의 사고에 대비해 1년만기 1 만원짜리 "연인보험"을 들기도 한다.

 또 어늘에 맞춰 상대방이 자신을 어느 정도 사랑하는지 측정하는 사랑 탐지기가 출시됐는데 미국 뉴욕 ‘V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는 이스라엘 네메시스코사의 테러 방지기술에 근거한 음성분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대화 상대방의 감성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사랑 탐지기를 개발했다. 탐지기는 대화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를 -1에서 +5까지 7단계로 측정한다.

중국의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는 장미나 초콜릿 대신 열대어를 선물하는 추세가 보편화되고 있다. 가장 선호하는 열대어는 '키싱 구라미'이며 엔젤 피시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둘 다 관상용으로 많이 사육하는 열대어다.

전주에서는 상공회의소가 중심이 돼 초콜릿 대신 신토불이 하트모양의 한과를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발렌타인데이는 1970년대 국내에 들어와 그후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데 그 유래 에 대해서는 갖가지 설이 있다. 3세기경 로마에서는 군의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남자가 결혼을 하려면 황제의 허가를 얻어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성(聖)발렌타인은 젊은이들을 몰래 결혼시켜 주려다 들통나 순교를 당했는데 이날을 기념해 발렌타인데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로마의 축제일인 루페르칼리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겨울 을 지낸 새들이 이 날부터 발정을 시작한다고 하는 서양의 속설 등이 전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발렌타인데이와 흡사한 날이 있었다.

정월 대보름 날의 탑돌이 행사가 그것인데 밤세워 탑을 돌면서 처녀 총각이 눈 이 맞으면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견우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도 선남선녀가 기다리는 날이었다.

국적불명의 외래문화로 비판받는 발렌타인데이 대신 우리 전통명절을 정해 초콜 릿이 아닌 한과로 애틋한 사랑을 전하면 한층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