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창원호텔에서 한국언론재단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공동 주최로 ‘총선보도 이렇게 합시다’토론회가 열렸다.

총선보도 이렇게 합시다-경남지역 편집 보도국장과의 대화 지상중계

한국언론재단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하는 ‘바람직한 총선보도 모색을 위한 전국 순회 토론회’가 1월 28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창원 호텔에서 열린 ‘2004 총선보도 이렇게 합시다-경남지역 편집?보도국장과의 대화’는 이번 순회 토론회 6번째 일정이다.

◇선거에서 언론의 역할과 제안

첫 발제를 맡은 김남석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는 우선 발제문에서 다른 지역 토론회 때 나왔던 언론의 문제점을 그대로 모아서 정리했다. “오늘 이야기 할 내용도 여기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역언론의 선거보도 관행에 대해 △인물중심의 승패위주 △기성?지역 유력인사 중심 △피상적?타인 시각 △패거리 저널리즘 △선거 냉소주의적 보도 5가지로 정리했다.

김 교수는 “인터넷언론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의사소통 구조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혔다”라고 평가하며 “언론이 정치에 대해 냉소적인 유권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아직 멀었지만 확실히 정책 정당으로 가는 분위기인 것 같고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하며 “언론이 정당을 쫓아갈 게 아니라 앞서서 이끌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한편 시민단체와 언론의 연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시민저널리즘의 본래 목표는 뉴스소재를 풍부하게 하는 데 있다”며 “지역언론이 힘을 합쳐서 지역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대표는 먼저 “다른 어느 지역보다 경남지역 언론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보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며 높게 평가했다.

강 대표는 언론사에 대해 △언론사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공동발표 할 것 △방송사별, 지역구를 분담하여 후보자 초청토론회를 할 것 △신문, 방송에서 매체별 후보자 정책검증 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할 것 3가지를 제안했다.

강 대표는 특히 여론조사에 대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언론사에 따라 10% 이상 차이 난 사례에 대해 언급하며 “언론사마다 보도하는 독자적인 여론조사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또 “이번 선거에서는 인터넷 언론도 감시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선거보도, 이상과 현실의 거리 멀다

발제 뒤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보도?편집국장들은 대부분 ‘감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잘 정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거보도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으나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하며 현실을 이해해줄 것을 부탁했다.

장동범 창원KBS 보도국장은 “회사 내부에서도 보도 준칙을 마련하고 있다”며 “큰 덩어리는 공정성?형평성?중립성이다”라고 말했다. 장 국장은 “언론에 대한 감시 시스템은 많이 강화되었다”라며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장한다”고 자신했다.

장 국장은 ‘중립성’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선거보도의 ‘부익부 빈익빈’을 없애자는 제안은 좋으나 현실적으로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라며 질문을 던졌다.

전정효 마산 MBC 보도국장은 “공정성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말아달라”고 전제했다. 전 국장은 “오히려 기계적 형평성 때문에 보도가 관성화 되어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 국장은 “선거에 관해 공영방송의 보도 양식을 법으로 제안 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강창덕 대표의 제안에 대해 “선거보도를 공영제 같은 법으로 정하면 모를까 방송사 간의 자율적인 협의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박정근 CBS경남방송 보도국장은 이번 선거에 대해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후보가 난립해 보도에 물리적으로 한계를 느낀다”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또 “정책분석 같은 경우 기자가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부탁했다. “CBS경남방송은 라디오 속보에 강점이 있다”며 “이번 선거에는 경제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대표로 나선 김영만 희망연대 대표는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얼마전 이라크 파병 표결에 우리지역 모당 모 의원이 불참했다”며 이런 이유를 속 시원하게 밝혀주는 언론이 있는지를 물었다.

또 “언론사의 정보 부족인지 노력 부족인지 모르겠다”며 “총선시민연대에서 발표한 낙천?낙선 대상에 4년 전 이미 낙선대상으로 포함된 사람이 버젓이 나왔는데도 언론에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선거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밝혀주는 기획도 언론의 몫이다”라며 “아직 본격적인 선거기간이 아닌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병섭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언론의 당파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교수는 “80년대부터 이야기가 나온 언론의 당파성 문제가 아직까지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런 현실이 더 개념이 어려운 ‘공정성?객관성?중립성’에 집착하게 만들어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만든다”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여론조사에 대해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차라리 보도를 안 하면 된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사 내부자료 정도로 써 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경마식 보도’가 ‘여론조사’를 낳고, 그 결과가 다시 ‘경마식 보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선거에 의미를 부여하자

지정토론을 마친 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언론사 관계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언론사가 객관성?공정성?형평성을 기계적으로 지키려다 보니 어쩔 때는 ‘책임회피’로 보인다 △선거에 대해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같은 의견들이 나왔다.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후보가 정해지지 않아 선거 관련 보도를 할 것 없다는 말이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선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야 말로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총선 사상 처음 1인 2표제를 시행한다”고 강조하며 “국민들이 반부패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 물갈이가 뭔지 판갈이가 뭔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마친 뒤 2부에서는 ‘총선보도 모니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시민단체의 합동 간담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총선정책 검증과 보도 모니터의 효율적 진행을 위한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경남도민일보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