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상당수 후보 중에는 순수 노동자 출신이 드물다. 대부분 대학을 나오고 갖가지 사회운동을 하다 민노당의 간판을 달고 출마하는 후보들이 많다. 거기에 비하면 나 후보는 '순수 노동자 출신'이다. 노동자 정신을 이어받은 후보로 친다면 그를 1순위로 꼽을 수도 있다. 권영길 대표도 그를 "진짜 노동자 후보"로 소개할 정도다.

나 후보는 울산 창원에 이어 또 하나의 노동자 도시인 거제에 출마한다. 조선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아 민노당 후보로 선출된 그는 현재 작업복 대신 간편복에 넥타이를 메고 이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참회한다"고 말했다. "참회의 심정으로 대안을 찾겠다"는 그의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은 것은 그가 순수 노동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도 그는 "노동자 출신"이라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노동운동의 전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나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대우조선 입사 후 노조에서 할동하던 때였다. 그때는 노 대통령이 변호사로 있으면서 대우조선노조와 관련한 소송을 맡았던 시기. 노 대통령이 1988년 통일민주당으로 부산동구에 출마했을 때는 나 후보가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그때 조합에서 40명 정도 부산에 가서 선거를 도왔다. 월차를 내서 이틀간 부산에 머물기도 했다. 노무현 변호사한테는 많은 기대를 걸었다. 자연인 노무현은 순수했다. 그래서 조합에서도 적극 도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나 후보는 "노 대통령은 그 뒤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우리가 걸었던 기대에서 점점 멀어졌다. 안타깝다. 나는 국민승리21과 민노당이 만들어질 때 앞장섰다. 지난 대선 때는 당연히 권영길 후보 운동을 했고, 그를 찍었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요즘 바쁘다. 출퇴근 시간에는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고, 낮 시간에는 시장통에 들러 상인들을 만나는 등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택시기사 체험활동까지 경험했다.

휴가계 내고 선거에 뛰어들어, 삼성중 노사협의회 지원받아

- 요즘 어떤 활동을 하는지?

"회사에 휴가계를 내고 선거에 뛰어 들었다. 바쁘게 지낸다. 아침에는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다. 오전과 오후는 현장체험을 주로 한다. 시장에 가서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저녁에는 노인들을 찾아 대화를 나눈다."

- 그동안 노조 위원장 선거를 해보았을 것인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운동은 어떤지?

"체질에 맞는지 아직 모르겠다. 노동운동 하는 거 보다 더 어렵다. 노동자들만 만나는 것이 아니고 생소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들을 설득해 낸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 현행 선거법은 정치 신인들한테는 매우 불리하다고 하는데.

"엄밀히 따진다면 아마 전국의 모든 정치 신인들이 지금 하고 있는 행위(이름알리기 등) 자체가 모두 불법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후보를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해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언론도 신인은 잘 다루지 않는다. 한계가 있지만 열심히 하겠다."

- 얼마 전에는 일일 택시기사를 했다던데?

"택시기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라 해보고 싶었다. 기사들의 어려움도 알고 싶었다. 기사를 하면서 손님이 타면 소개부터 했다. 민노당 위원장이라 하면 놀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 택시를 모느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승강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면서 다른 기사들과 나눈 대화도 많았다. 기사들은 택시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가령, '오토택시'로 해 달라는 주문이었는데 지금은 클러치를 밟아야 하기에 허리에 무리가 간다는 말이었다."

"김기춘 의원은 청산 대상...현철씨는 거제에 올 자격 없어"

- 민노당에서 참여한 거제의 역대 선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며, 이번 총선의 전망은?

"지방선거 때 정당 지지도는 13%였고, 지난 해 시장보궐선거 때 민노당 후보(변성준)가 19.8%를 얻었다. 지난 대선 때 권영길 후보는 경남 평균을 웃도는 지지를 받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노동자 표가 결집되고 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선거에 노동자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가하느냐가 관건인데 자신감을 갖고 있다."

-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은 총선시민연대의 낙선 대상자로 선정이 됐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선거에서 남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물어보니까 할 수밖에 없다. 그는 군사독재정권의 입지를 키워주는 역할을 해 낙선대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는 이미 청산됐어야 할 정치인 중의 한 사람이다. 이번에 낙선 대상자에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 유권자의 심판과 관계없이 그는 당장에 정치를 그만 두어야 한다."

- 거제는 YS 차남 현철씨의 출마로 관심을 끄는데.

"그는 거제에 올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국회의원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그는 문민정부 초기 개혁정책을 망가뜨린 장본인이다. 개인 비리가 있고 없고의 문제만이 아니다. 개혁의 걸림돌이 되었던 그가 국민들에게 표를 호소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단순히 YS의 고향이라 해서 거제에서 표를 호소한다는 사실이 거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 그래도 거제는 YS의 영향이 크다는 말이 있던데.

"최근 '안기부자금사건'과 관련해, 문제의 돈을 YS가 강삼재 의원한테 주었다는 말이 나오면서 YS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말이 일부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렇게 보지 않는다. 최근 지역 여론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YS에 대한 비난보다는 동교동계인 강삼재 의원이 마지막으로 YS를 배신했다는 말을 한다.

거제에 YS의 영향력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아들이 총선에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 김기춘 의원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현철씨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YS의 이런 영향력이 선거에서 표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거제 인구 분포를 보면, 60%가 외지인이고 40%가 토착민이다. YS의 영향력이 미친다면 그건 토착민들에게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80년대 후반의 순수한 이미지 점점 잃어가"

- 노무현 대통령은 거제에 특히, 대우조선에 애정이 많은 것 같다. 지난 해 거가대교(거제도-가덕도간 교량) 기공식 때 거제를 방문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 방문을 두고 거제의 열린우리당 후보를 간접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던데.

"그런 말이 나돈 것은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대우조선에 대해 개인적인 추억도 갖고 있고 애정도 있다. 우리당이 그런 것을 이용해서 거제에서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고 한다. 그러나 거제에서는 쉽게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 1988년(13대) 부산에서 노 대통령이 총선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을 도운 것으로 아는데, 지난 대선 때는 누구를 찍었나?

"당연히 권영길 대표를 찍었다. 80년대 말 국회의원 선거 때 본 노무현과 이후 보여진 노무현은 달랐다. 87년과 88년에 본 노무현은 우리의 기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정치판이 원래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후의 노무현은 완전히 달라졌다. 80년대 말에는 노무현을 위해 부산까지 가서 선거운동을 했지만, 2002년 대선 때는 권영길 대표를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호사 때의 순수함이 없어져 간다는 생각을 했다."

- 국민들의 정치개혁 욕구가 높다. 아직 국회에서는 선거법이며 정치개혁 관련 법률을 개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선거를 부패정치 청산만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민중들이 정치에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부패청산만이 아닌 노동자 농민 등 민중이 중심이 되는 정치실현을 선거의 중심으로 잡아야한다. 근본적으로는 민중의 정치세력화인데, 그렇게 되면 비정규직 차별철폐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정치개혁은 민노당에서 내놓은 개혁안 대로 하면 된다."

- 최근 마산문화방송에서 거제지역 여론조사를 했는데,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이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여론조사에서 나는 3위로 나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잘못됐다고 본다. 여론조사 시간 자체가 문제였다. 그 조사에서는 노동자들이 출근하고 난 뒤에 전화를 걸어 지지도를 물어본 모양인데, 민노당의 지지세력인 노동자들이 출근하고 난 뒤에 이루어진 조사이기에 믿을 수 없다."

"삼성중공업 노동자들까지 지원받아...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최선"

-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거제에서는 가장 큰 회사들인데 이번 선거와 관련해 어떤 결의가 있었는지?

"대우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중공업의 노동자들도 함께 하기로 했다. 비정규직이 문제다. 거제의 비정규직은 3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얼마나 우리 쪽으로 다가오느냐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로 보면 그들은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비정규직이 진보정당에서 내건 기치를 알고 투표에 참여한다면 승산이 있다. 오히려 상대 후보측에서 비정규직을 조직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불성설이다."

-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평소 갖고 있는 생각이 있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어야 한다. 이는 구호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규직과 동일임금이 되도록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복지문제도 중요하다. 비정규직 복지센터도 만들어야 한다. 이 문제는 선거와 관계없이 추진하겠다. 믿어달라."

-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으로 있을 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선거를 앞두고 있어 비정규직을 강조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는 대공장의 정규직 노조위원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참회하는 심정이다. 한번 더 말하지만, 참회하는 심정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다가가겠다. 정규직이 같은 노동자로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회사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노조를 통해서도 해결할 부분이 많다. 비정규직은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참회의 심정으로 해결하겠다. 이는 국회도 마찬가지라 본다. 선거 때라 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면 알지 않겠는가."

- 거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안다. 큰 줄기에서 보면 조선산업인지 관광산업인지가 관건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조선산업에 거제사람 6만명을 먹여살리고 있다. 조선산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관광산업도 중요하다. 단순히 일부 사람들만 향유하는 관광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산업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노동운동 전선에서 한번도 벗어나지 않아"

- 거가대교의 완공이 거제의 발전을 앞당길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지역에서 어떤 대비를 해야 한다고 보는지?

"다리가 완공되면 거제에 사는 사람들한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땅을 가진 사람들이나 관광업체야 이익이 생길지 모르지만 조선업체에 다니는 노동자들은 이렇다 할만한 혜택이 없을 것이다. 현재대로 한다면 시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될 수도 있다. 그래서 복지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이에 대해 국가 차원의 투자도 있어야 할 것이다."

-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노동자 출신이다. 거제는 노동자 도시다.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지만, 꿋꿋하게 노동자의 길을 걸어오고, 노동운동의 전선에서 한번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강점이다."

- 왜 정치를 하고싶은지 물으면 뭐라 대답하겠는가?

"개인적으로 보면 나양주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아버지께서는 농사꾼이셨고 형은 중소기업체의 비정규직이다. 큰 처남은 조선소의 비정규직이며 작은 처남은 조그마한 고깃배로 고기를 잡고, 장모님은 그 고기를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을 한다.

왜 정치를 시작했냐고 묻는다면 '세상을 바꿔가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의 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남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하고 우리의 삶을 바꿔보고자 한다."

- 대우조선 회사측에서는 이번 총선 출마와 관련해 어떤 입장인가?

"반응이 없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안다. 회사는 휴직 상태인데 휴직계를 낼 때 회사 관계자들에게 인사한 뒤 이후 접촉한 사실이 없다. 회사 차원에서 민노당 후보를 돕든 돕지 않든 개의치 않는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