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주년 3∙1절을 맞아 청산되지 못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연초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일제 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반민특별법)제정 문제가 국회 법사위원회를 통과했으나 한나라당의 본회의 상정보류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15명 중 8명이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처리되지 않는다. 또한 잔존한 친일세력들의 반발에 머뭇거리는 정치권 탓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친일파 청산, 숙제인가 과제인가

반민특위 해체 이후, 처음으로 시도된 ‘친일반민특별법’은 역사책에 박제된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강력한 몸부림이자 저항이다. 우리들은 85년 전의 전국 동시다발로 일어난 독립운동을 역사적 사실만으로 인식하기보다 완전한 독립국가임을 자임할 수 있는 정당성을 찾기 위해서는 친일파청산이 필요한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얼마 전에, 네티즌들은 모 인터넷 신문에서 무산된 친일인명사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예상된 5억원을 넘어 7억원정도 모금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만큼 다수 국민들은 친일파 청산에 대한 요구와 희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누구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친일.반민족 행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인된 기록이라도 남겨 ‘반면교사’로 삼자는 게 법안의 취지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대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어떤 기준에서 친일파를 분류할 수 있느냐”고 특별법안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이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별법’ 제정에 대한 무관심을 뛰어 넘어 ‘극력’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번 김주현 행정자치부 차관이 직접 나서 ‘반민특별법’ 제정에 대해 “법안 내용 중 처벌 대상과 관련, 후손들이 반발해 국민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행자부는 ‘친일인명사전’ 발간 모금활동을 놓고 불법이다며 중단하라고 공문을 보냈다가 여론에 못이겨 4시간만에 철회하는 소동도 벌였다.

이처럼 노무현 정권은 과거에 대한 청산보다 정치적 고려만 일삼는 이전의 정권과 아무런 차별성을 찾을 수 없는 나약하고 줏대 없고 민족적 의식마저 상실했다.  

특히 과거사진상특별위원회는 ‘반민특별법’을 심의하면서 정치적 고려에만 집착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들마저 서로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한나라당 등은 동료 의원 중에서 친일경력을 갖고 있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반민특별법’을 무산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반민특별법’제정과 친일파 청산

또 다시 맞은 3.1절날에 청산되지 못한 과거 친일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날 일본 폭압기구에 쓰러졌던 수많은 민중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다. 또한 일제식민지하에서 자식이나 가족을 돌보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국내외를 떠돌던 항일운동가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반대로 친일 매국으로 자본가나 정치권력자로 성장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자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후손들에게 다시 무거운 짐을 물려줘야하는 슬픈 현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 것인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찾는 거대한 물길을 막는다는 것은 역사적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그 물길을 막는데 광분하는 노무현 정권과 일부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는 전 국민들의 작은 불꽃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만주벌에서 혹은 북간도 광야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벼게 삼아 고국의 하늘을 향해 눈물지었던 독립투사들의 영혼, 그리고 옥중에서 고통을 견디다 못해 절명하면서 부르던 애국지사들의 '대한민국 만세!'를 우리는 다시 한번 새겨보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절대절명의 명제가 아닐까? 

매년 3.1절마다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일도 이제 마지막이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 본다. 그날의 함성과 처절한 외마디로 쓰러져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찬일파 청산을 외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