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9일 소속 의원 159명의 서명을 받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국은 급속히 탄핵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4.15 총선 전망도 극히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이날 오후 6시 27분께 국회본회의에 보고됐으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치도록 돼 있는 국회법에 따라  10일 오후 6시 27분부터 12일 오후 6시 27분 사이에 처리해야 한다. 국회는 탄핵안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 회기를 12일까지로 연장했
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1일 본회의에서 이를 표결처리할 방침이고, 열린우리당은 표결을 물리력으로 저지할 예정이어서 여야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탄핵안의 본회의 표결을 강력 저지할 경우, 표결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한나라당 의원 36명, 민주당 의원 11명이 탄핵안에  반대하며 발의에 불참해 표결이 이뤄져도 의결정족수인 180명을 채우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안이 부결되거나 기한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동폐기되지만 재적의원(270명) 3분의 2(180명)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될 경우 노 대통령은  즉시  권한이 정지되면서 고 건(高 建) 총리가 직무를 대행하게 되고 헌법재판소는 180일  시한의 탄핵심판 절차를 밟게 된다.

헌재 전원재판부에서 재판관 9인중 6인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받아들일 경우 대통령은 파면되지만 부결되면 탄핵안은 폐기된다.

2야가 공동발의한 탄핵안은 "노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국가원수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특정정당을 위한 불법선거운동을 계속해 왔다"며 "이로  인해 중앙선관위로부터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판정과 경고조치를 받았음에도 앞으로도 특정정당을 공개지원하겠다고 해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초헌법적이고 초법적인 독재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탄핵사유를 밝혔다.

탄핵안은 "법치주의 부정사태와 권력형 부정부패로 인해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초래해 국민을 극도로 불행에 빠트린 노  대통령은 더이상 나라를 운영할 자격과 능력이 없음이 극명해졌다"며 "국회는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나라당은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격론 끝에 당론으로 탄핵안 발의를 결정했고, 남경필(南景弼) 의원 등 일부 반대의원을 제외한 108명이 탄핵안에 서명했으며, 민주당은 51명이 서명했다.

청와대는 탄핵안이 발의된 직후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보좌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 "부당하고 비이성적인 야당의 탄핵발의 과정과 결과를 의연하게 지켜볼 것"이란 입장을 정리했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또 열린우리당은 본회의 산회 직후 본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적 재난의 날이 시작된 만큼 21세기에 새로운 쿠데타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몸을 던져야 한다"며 탄핵안 표결 시한인 12일 오후까지 소속 의원 전원이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우리당은 또 성명을 통해 "두 야당의 대통령 탄핵발의는 의회권력을 장악한 지역주의.부정부패 냉전세력이라는 `3악 동맹'이 정통성 있는 정부를 전복하려는 쿠데타적 음모"라며 중앙당과 시도지부, 전국 지구당에 동조농성 돌입을 촉구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