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2일 박창균 신부(거제환경운동연합 의장)의 삭발•단식 농성을 보고 한 시민께서 보내 온 것이다. 박 신부는 10일째 단식농성중이며, 건강상태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우리 고현성당 신부님께서 사사로운 일이 아닌, 거제도의 일로, 오늘로써 곡기를 끊으신지 꼭박 8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죄없는 사제 한사람이 배고픔을 견디고 참으며, 죽기를 각오하고 나설만큼 절박한 문제가 거제도 한켠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동안 우리 거제는 자기동네 코앞에 닥친 일이 아니면 줄곧 내몰라라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외면하지 않으며, 서로 사랑하고 보살피며 ‘더불어’사는 곳이 아니겠습니까.

거제가 고향도 아니고, 거제에서 뼈를 묻을 사람도 아닌 한 신부가 지금 더운 여름의 아스팔트에서 기운이 점점 빠져나가며 탈진해가고 있습니다.

그저 앉아서 구경만 하시렵니까?

아니면 강건너 불보듯이 비아냥거리기만 하시렵니까?

내 종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시렵니까?

지금의 저 항의시위는 거제의 종교인연대(불교 기독교 가톨릭 원불교 성공회)는 물론, 뜻있는 시민노동단체들이 함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부님은, 거제도의 자랑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시작되는 곳, 일운면 미조라 해변에 있는 세계최대의 석유비축기지 시설이 더 이상 확대 건설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삭발하고 계십니다.

신부님은, 병들어가는 거제도의 땅과, 5년동안 피흘리며 마을을 건강하게 지키고자 애써온 지역주민들을 위해, 무관심한 거제시민들의 가슴을 향해 단식하고 계십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석유비축기지 시설이 남아돈다는 것은 수차례 지적되었습니다. 석유를 채울 수 있는 동굴이 전국의 수십개 비축기지를 다 합쳐도 40%가 남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이는 바로 이 공사가 불필요한 공사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공사는 공사를 위한, 즉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기위한 공사를 오로지 ‘예산확보’라는 명분 아래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일운면에 2차 공사를 마치면서 거제시민들 앞으로 낸 공중각서에는 “더 이상 거제도에 추가 공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씌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공사를 또 해야겠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일운면 주민 절대다수는 머리띠를 두르고, 공사차량을 가로막으며 온 몸으로, 장장 지난 5년간 싸워 왔습니다. 바다로 접근하는 장비를 저지하기 위해 어선들을 몰고 나가서 한겨울의 추운 바다에서 외롭게 싸우다가 저들에게 처박혀 물귀신이 될 뻔하고,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들이 억울한 수배생활을 해야했습니다.

지금도 석유공사는 이미 ‘공돈’에 맛을 들인 몇몇 마을 유지들을 대상으로, 달콤한 보상금을 낚시 미끼로 내걸어놓고 협박과 회유와 설득을 계속하며 마을 공동체를 산산조각내고 있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롭던 마을은 한 집안끼리 하루아침에 원수가 되고, 오랜 동네친구가 등을 돌리고, 가족과 형제가 대립하고 갈등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마을의 환경이 나빠지건 말건, 공동체의 평화가 작살이 나건 말건, 그저 어서어서 공사를 해서 공사비용을 국가예산으로 받아가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피해와 손실은 오롯이 마을주민들과 거제시민의 몫이 될 것입니다.

석유비축기지 건설은 이미 거제땅에 할만큼 했습니다. 국내 최대의 석유비축기지를 ‘자랑스럽게’ 갖고 있습니다. 만약에 일운면 미조라에 석유비축기지가 들어서서 출입금지의 땅으로 묶이지만 않았다면 그곳은 거제관광 1번지가 되고도 남을 정도의 위치와 절경입니다. 아마 거제도에서 손꼽히는 관광명소가 되고도 남을 땅입니다.

마을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말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조상대대로 부모형제들이, 그리고 내 자식들이 살아갈 고향마을을 더 이상 황폐화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시설을 반대한다!

더 이상은 기름범벅으로 못쓰게 하지말고 지금 이대로만이라고 온전하게 지키자는 것이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이 순수한 주장이 잘못된 것일까요?

거제시민 여러분!

제발, 어무리 바쁘시더라도 제 호소를 한번쯤 귀담아 들어주십시오.

아직은 신부님의 얼굴에 미소가 남아있지만, 점차 미사를 집전하지 못할만큼 상황은 나빠지고 있습니다. 우리 거제시민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속에 죄없는 신부님께서 하루하루 생명줄이 시들어가고 계십니다. 우리가 영원히 죄인이 되지 않도록 부디 마음 한조작씩 보태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윤레지나(고현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