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에 `검사'와  `변호사'로 맞서게 된 동향.동문 출신의 김기춘(65) 국회 법사위원장과 문재인(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대조적인 이력이 관심을 끈다.

    김 위원장과 문 전 수석은 경남 거제 출신의 동향으로 경남고를 졸업한  동문으로서 탄핵 심판 법정의 중심에 서게 됐지만 연배나 관록에 있어선 대조적인 면이 많다.

    또한 노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한 이번 탄핵 심판의 실무적인 `연구 판사'  역할을 맡게된 헌법재판소 전담연구반의 연구부장인 김승대(48) 헌법연구관도 같은 경남고 출신으로서 이들 3인방의 역할과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법대 3년 재학중 고시 사법과 12회에 합격, 공안검사로 이력을  쌓으면서 검찰내 요직이란 요직은 대부분 거친 `엘리트 검사' 출신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50세의 `젊은' 나이에 첫 임기제 검찰총장의 자리에 올라 2년 임기를  채운 첫 총장이 됐다.

    이후 법무장관까지 거친 후 정치권에 투신, 현재 재선의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화려한 법조, 정치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문 전 수석은 4년 장학생으로 서울 K대에 입학한 뒤 유신시절  학생운동과 투옥 등 고초를 겪으며 늦깎이로 사법시험(22회)에 합격한 뒤 재조 경력이 전혀  없이 부산에서 인권.노동 변호사 활동을 해왔다.

    이들 두 인사는 이념적 지향점 등에 있어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문익환 목사, 서경원 의원 밀입북사건과 김대중 신민당 총재  기소 등으로 `공안총장' 말을 들었을 만큼 70∼80년대 공안정국을 주도했던 반면  문  전 수석은 그 시절 유신정권 반대투쟁과 민주화운동에 헌신, 투옥과  구속을  `밥먹듯' 했었다.

    김 위원장이 74∼79년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을 맡던 시절 문 전 수석은 75년 당시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이 총학생회장으로 있던 K대 총학생회 간부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 학교에서 제적되고 공수부대에 강제 징집됐다.

    김 위원장이 80년 서울지검 공안부장을 맡던 시절엔 문 전 수석은 복학후  사법시험 2차까지 합격하지만 5.18의 혼란기에 계엄령 위반으로 다시 구금돼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시 합격의 기쁨을 맛봐야 했다.

    김 위원장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쉬고 있을 때도 양복을 차려입고 안방에서 서재로 출근한 일화가 있을 정도로 격식을 중요시하지만 문 수석은 소탈하고 서민적인 성격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도 이 둘의 대조적인 일면을 엿볼 수 있는 한 대목.

    워낙 걸어온 길이 대조적이었던 탓에 그다지 만날 일이 없던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각각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법률 자문단으로 활동, 이번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마주칠 것을 예고했다.

    문 전 수석은 지난달 12일 노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씨 파문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하고 청와대를 떠나 네팔로 여행을 떠난지 한달여만에 노 대통령 `구원투수'로 재등장한 것이다.

    헌재 재판관들을 보좌할 실무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역할을 분담해 다시  만난 이들 3인의 기이한 인연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주목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