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민중소리'의 장상종 기자가 '강정구 교수를 만나 나눈 이야기 이다. 오는 15일 3주년을 맞아 남북통일을 되세기는 의미에서 게재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나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강정구(동국대 사회학)교수는 한반도 통일의 새로운 이정표라 불리는 6.15공동성명을 “민족사적 대장전”이라고 평가하고 이로 인해 남쪽 사회에서는 “북한 사회와 지도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약화되어 냉전적대가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이어 강 교수는 6.15공동선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미국에 대해 “미국이 한반도 분단을 획책했고 그로 인해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반세기 동안 적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은 자신의 역사적 과오를 깨닫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그는 지난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국은 미국의 MD체제에 편입되고 자주국방이라는 이유로 군사력 증강을 꾀하게 됨으로써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며 이럴 때일수록 615의 의미를 더욱 되새겨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제 2의 군사동맹으로 갈 것이 아니라 남북공조, 동북아의 공동연대를 통해 미국의 힘을 제어하는 주도적 역할로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에게 “노무현 정부의 궤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도록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당부하고 “그것은 역사적 소명이고 이것이 우리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의미부여를 한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은 남쪽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남쪽 사회의 모든 부분에는 민족의 통일에 대한 갈구가 잠재해 있는데 615공동선언은 이를 표면화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615공동선언은 민족사에 있어 대장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에 대한 그간의 그릇된 인식이나 북의 지도부에 대한 낙인론이 상당히 약화되어 냉전적대가 무너져 가는 긍정적인 현상이 보였다. 또 민족주의 성향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상당히 고조되어 이것이 주한미군 철수를 가상으로 설정하고 대비를 하도록 했다. 또한 비전향 장기수가 북쪽으로 송환되면서 그와 같은 처지에 있던 북파 간첩들에 대한 실상이 드러났다.

이렇게 되면서 그동안 신성불가침에 머물고 있던 냉전성역이 점차 역사의 진실 앞에 하나씩 드러나게 되었다.

-남북관계에 있어 615정상회담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다면?

우선은 이산가족의 만남과 남북경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정부수준이나 민간 수준에서의 교류 협력이 이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어 남과 북이 상당히 가까워 졌다. 사실 부시정권만 들어서지 않았다면 남북관계는 획기적으로 평화통일의 터를 다질 수 있었는데 부시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밝은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하지만 남북 모두 서로간의 교류협력이 증가하고 화해 분위기라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615공동선언은 미국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낳아 미국이 상당히 당황했다는데...

당시 남북정상회담이나 공동선언 자체가 미국의 뜻을 받아 한 게 아니라 남과 북이 자주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그 이전에 전두환은 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해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카터 대통령의 방북과 북미간의 화해가 이루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추진한 것이었다.

55년 동안 한국은 미국의 품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6.15는 미국이 정해 준 틀을 벗어나, 남북이 자주적으로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려는 공격적인 출발이 되었다. 이로 인해 당장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가 제기되고 미국 국무성에서는 ‘정상회담 하나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면서 통일된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이 상실될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명했다.

이것은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지배전략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그것을 충격으로 보면 안 된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 분단을 획책했고 그로 인해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반세기 동안 적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책임이다. 미국은 자신의 역사적 과오를 깨닫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어야 한다.

-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3주년을 맞이하는 의미는?

6.15공동선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족자주’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통일방안이다. 그러나 이 부분의 진척이 전혀 없다. 더구나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통일보다 평화를 공공연히 외치고 있고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간에는 新한미군사동맹이 맺어진다. 이 新한미군사동맹은 미군의 주둔을 영구화하고 한국군을 미군의 MD체제에 편입되어 묶여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권은 자주국방이라는 빌미로 군사력의 대대적인 전력증강을 꾀하면서 동북아의 군비 경쟁, 군사대결주의를 불러오면서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이런 행보는 6.15정신과 근본적으로 배치되며 노무현이 주장하는 평화도 전혀 이룰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6.15공동선언 3주년을 맞이하면서 6.15의 민족사적 의의를 되살려 노무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반민족, 반통일, 반평화적인 행보를 중단시키고 근본적인 궤도 수정을 시켜 한반도 평화통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제 2의 군사동맹으로 갈 것이 아니라 남북공조, 동북아의 공동연대를 통해 미국의 힘을 제어하는 주도적 역할로 가야한다.

-사스로 인해 남북 공동 기념식이 무산됐는데.

사스가 하나의 요인은 됐지만 그것이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다. 사스라면 금강산 같은 여파가 적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남한 정부의 전적인 미국추종정책에 의해 북을 봉쇄하고 미국의 전쟁불사 정책에 동조하는 것에 대해 내켜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에 대한 인식을 남한에 심어주기 위해 북이 전술적으로 그런 방침을 내렸을 수도 있다.

-끝으로 한마디한다면.

지금은 한반도의 위기다.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전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어 놓고 있다. 아직 남한 사회나 동북아의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해서 단기적인 전쟁전략으로 나가지는 못할 것이지만 미국은 다자회담 쪽으로 몰고 가면서 주변국들을 그들의 들러리로 세워 북에 대한 경제, 해안봉쇄를 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북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봉쇄를 이겨낼 수 없어 이를 타계하기 위한 강수를 띄울 수밖에 없고 이는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단기적 전쟁정책과 장기적 고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 정부는 이를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노무현 정부의 궤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도록 촛불을 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이고 이것이 우리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