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마련한 바다모래채취 관련 어업인 설명회가 지역 어업인들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국토부는 5일 오후 2시부터 통영시청 강당에서 ‘해사채취의 친환경적 관리방안 제5차년도 연구 어업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 광경

어민들은 이날 설명회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합리하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약 2시간으로 예정됐던 분야별 설명 청취를 거부하고 질의응답 시간만 요구하는 등 용역결과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설명회는 경상남도가 국토부에 진행중인 연구에 대한 지역설명회를 요청, 마련된 자리로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부경대학교 등 각 대학 담당교수 10여 명이 정부측 대표로 참석했다.

어업인들의 반발로 제대로된 설명회 대신 연구 개요만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산신문>

어업인측에서는 통영, 거제, 고성, 남해, 부산지역 바다모래채취반대대책위원회 대표와 지역 어업인 및 수산관련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설명회장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관련 연구 해설에만 2시간 이상을 계획했던 이날 설명회는 참석 어업인들의 강한 반발 속에 대정부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영향은 있지만 논리적,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게 말이 됩니까." 한 어민은 "연구용역결과가 생태계와 어획량에 대한 아무런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해 실망스럽다"며 "차후 용역조사에서는 어민들이 피부에 와닿는 연구를 해 믿을 만한 결과를 내 달라"고 주문했다. 다른 어민은 "어업인들이 지정한 연구기관을 통해 용역을 수행해야 하며 용역과정에 어민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용역발표자들 역시 어민들의 질문에 "연구용역 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어민들이 만족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거제어민대책위 이정생씨의 발언 <사진:한산신문>

국토해양부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욕지도 남남동쪽 50㎞ 남해 EEZ내 해사채취해역을 대상으로 바닷모래 채취가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학과 국립해양조사원,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지난해까지의 연구결과에 대한 중간용역보고 형태로 설명회가 진행됐다.

연구용역 중간결과를 요약해 배포된 자료는 바닷모래 채취로 인해 해저지형이 변화되고 저서환경이 교란되면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영향이 제한적이며 보다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자료축적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업인들은 “이런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조차 몰랐다. 인근 어업인들을 통한 어떤 자료수집도 안하고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면서 “엉터리 정보만 주입하려는 정부의 행태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며 설명회를 저지했다.

설명회 진행 여부를 묻자 일재히 손을 들어 반대의사를 표하는 참석 어업인들.<사진:한산신문>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연구용역 수행자들은 "연구용역의 목적이 해사채취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정책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지 피해를 평가하고 보상을 위한 연구용역이 아니라는 것을 어민들이 분명히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토부는 10여 분간의 짧은 연구개요 소개만을 끝낸 뒤 참석 어업인들의 요구대로 곧장 질의응답에 응했다. 이어 마이크를 건내 받은 어업인들은 그동안 쌓아뒀던 응어리를 한꺼번에 토해냈고 설명회는 아무런 성과없이 끝이 났다.

조용재 욕지모래채취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어민들 심장 파먹는 짓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모두 없애고 지금부터라도 어업인과 함께 제대로된 피해조사 연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어민들은 연구보고서가 바다모래 채취에 따른 피해현황이나 친환경적 관리방안과는 상관없이 환경파괴와 어업피해가 “~미미하다”와 “~영향이 극히 적을 것으로 추정”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연구결과를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