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예산 유용’ 주장과 ‘YS 비자금설’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안풍’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2일 재판 진행과정에서 사건 당사자들을 채근하고 나섰다.

1심에서 피고인들이 공모해 96년 총선에서 안기부 돈 731억원을 유용하고 95년지방선거에서 김기섭씨가 125억원을 신한국당에 지원한 것으로 결론난 이 사건은 항소심 들어 변호인측이 ‘YS 비자금설’을 터뜨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변호인측은 재판부에 95~96년 안기부 차명계좌 잔고내역 사실조회신청을 해 일반예산 규모를 넘는 거액의 돈이 입금된 사실과 안기부 계좌에 국고수표가 아닌 가계수표가 입금된 사실, CD(양도성 예금증서)가 발행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더해 강삼재 의원이 “(돈을) YS에게 직접 받았다”고 주장하고 김영삼 전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변호인측은 안기부 계좌에 들어온 수천억원대의 YS 비자금중 일부를 강 의원이받아쓴 것일 뿐 국고를 빼 쓴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당시 안기부 계좌 운용내역을 보면 안기부가 예산을 미리 받아 이자소득을올린 것으로 보이고 범죄수익 은닉에 사용되는 CD를 발행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안기부 계좌에 있는 돈은 ‘빼쓰기 전에 이미 불법적인 자금’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인력 부족과 과거 대규모 금감원 인력을 파견받아 조사했던사건이라는 등 이유로 수표추적 작업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측도 그간 뭉칫돈의 존재에 대한 언론의 문의에 “재판이 진행중인데 답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만 일관하고 있다.

재판부는 2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상승국면이 아니다”라며 “변호인측이 제기하는 거액의 뭉칫돈이 국고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 반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이 압수영장이 필요할 경우 재판부가 발부하는 등 수표추적 방법을 적극 모색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재판부가 직접 은행에 나가 자료를 검토할 의지도 밝혔다.

변호인측에게도 “(거액의 뭉칫돈의 존재만으로는) 혐의를 벗기에는 부족하다”며“그 돈의 원천까지 모두 밝혀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와 함께 이날 재판 증인소환에 불응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재소환키로 해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재판장인 노영보 부장판사는 항소심 첫 재판에서 “사건 실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피고인들이 묵비권을 행사하기보다 실체 규명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노 부장판사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이 사건을 끝내겠다”며 “재판부도 눈에 핏발이 섰다. 그냥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