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출신 유치환

유치환은 융희 2년(1908) 7월 14일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 507의 5 거제도 산방산(山芳山) 아랫마을 조상 대대로 살아온 유준수(柳焌秀)의 둘째 아들이자 한국 극작대가 동랑(東郞) 유치진(柳致眞)의 아우로 태어났다.
유치환이 세 살 되던 해인 1910년 부친이 아일당(亞一堂) 한약국을 함에 따라 통영(당시:용남군 서면)으로 이사, 11세까지 한문을 공부하다 1922년 통영공립보통학교 4년제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의 도요야마 중학교에 유학, 토성회에서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가운이 기울며 1926년 귀국, 동래고등보통학교 5학년에 편입하였고 이듬해 졸업하여 서울의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폐쇄적인 분위기에 못이겨 1년후 중퇴하였다.
그 후 유치환은 대자연을 찾아 시를 썼는데 1931년 {문예월간}에 시 [정적]을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올랐으며, 1937년 성장하던 제2의 고향 통영협성상업학교의 교사로 임용되어 교육자의 길을 걸으며 시 쓰기에 몰두하여 1939년 시집 {청마시초}를 발행하였고 이어 [생명의 시], [울릉도], [청령일기], [보병과 더불어], [예루살렘의 닭] 등의 {청마시집} 그리고 [신도가], [행복은 이렇게 오더이다]의 합본 {제9시집}, 이어 {유치환 시선}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미류나무와 남풍],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등을 발행하였다.

『만주시인집』과 유치환

  최근에 임종국 현대사 연구가는 유치환의 한 시를 문제 삼고 있다. 유치환의 "수(首)" 역시도 거짓말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수(首)

  십이월의 북만(北滿) 눈도 안 오고
  오직 만물을 가각(苛刻)하는 흑룡강 말라빠진 바람에 헐벗은
  이 식은 가성(街城) 내거리에
  비적(匪賊)의 머리 두 개 높이 내걸리 있나니
  그 검푸른 얼굴은 말라 소년같이 적고
  반쯤 뜬 눈은
  먼 한천(寒天)에 모호히 저물은 호북(湖北)의 산하를 바라고 있도다
  너희 죽어 율(律)의 처단의 어떠함을 알았느뇨
  이는 사악(四惡)이 아니라
  실시를 보진하려면 인명(人命)도 계구(?狗)와 같을 수 있도다
  혹은 너의 삶은 즉시
  나의 죽음의 위협을 의미함이었으리니
  힘으로써 힘을 제(除)함은 또한
  먼 원시에서 이어온 피의 법도로다
  내 이 가박한 거리를 가며
  다시금 생명의 험열(險烈)함과 그 결의를 깨닫노니
  끝내 다스릴 수 없던 무뢰한 넋이여 명목(瞑目)하라!
  아아 이 불모한 사변(思辯)의 풍성 위에
  하늘이여 은혜하여 눈이라도 함빡 내리고지고

'작은 가성(街城) 네거리에' 목이 효수된 그 시의 '비적(匪賊)'은 대륙침략에 항거하던 항일세력의 총칭이었다. 일제는 조선독립군을 선비(鮮匪), 공산게릴라를 공비(共匪), 토착 항일민중을 토비(土匪), 항일 만주군벌을 병비(兵匪), 대도회 같은 항일교단을 교비(敎匪), 홍창회 같은 항일 결사원을 회비(會匪) 라 하면서, 그 전체를 '비적'이라 총칭했다. 침략적 잔인행위의 고발이 아니라, 항일하다 죽어 효수당한 '머리 두 개'를 꾸짖은 친일시가 '수'이다.
이 시는 만주에서 창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30년 후반에 '만주가 좋다'기에 만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친형인 유치진은 '만주예찬이나 개척이민을 적극 권장"한 친일 나팔수로 앞장선 인물이다.
만주는 어떤 곳인가? 일본의 괴뢰정권이자 우리 사람들을 끌어 모아 굶주림과 기아에 허덕이게 했던 곳이 아닌가. 일본은 만주국을 세우면서 식민지 조선인들을 이용하여 군수기지 혹은 독립군을 잡는데 이용했다.
1942년 제일협화구락부 문화부에서 발간된『만주시인집(滿洲詩人集)』(1942. 길림)에 유치환의 시「편지」,「歸故」,「哈爾濱道裡公園」등 3편을 실었다.
이 시집의 서문을 쓴 박팔양은 "아아! 만주땅! 꿈에도 못잊는 우리 고향 우리 나라가 안인가?"며, 극찬하면서 "우리가 만주를 사랑하는 심정은 이땅이 나라의 대기를 호흡하고 살아온 우리가 아니면 상상하기도 어려우리라 남이야 무어라 하거나 만주는 우리를 길러준 어버이요 사랑하여 안어준 아내이다"라고 '만주예산론'을 펼쳤다.
이 말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 글은 일본의 황국신민이자 만주국을 극찬하는 것이 바로, 친일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내 놓은 것이다. 
오양호 교수(인천대)는『일제강점기 만주조선인문학연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1940년대 만주이민문학의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며, "우리민족은 정치적으로는 비록 국원을 잃었지만, 문화적으로는 주권을 잃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몇몇 시인들은 친일시를 쓰고 친일단체 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라고 말해 논쟁거리도 있다고 하겠다.

해방후 그의 삶

1945년 조국의 광복과 더불어 통영문화협회를 조직 창설하였고, 통영여자중학교의 교사로 전임한 다음 이듬해인 1946년 한국청년문학가협회의 회장에 진출함으로써 유치환의 문학활동은 경남에서 전국으로 영역이 확대되었다.
1947년 한국청년문학가협회 제1회 시인상을 수상한 이후 서울시의 문화상을 수상하였으며 이어 경상북도의 문화상, 아시아재단 자유문학상, 한국예술원상, 부산시 문화상을 수상하게 된다.
1950년 한국전쟁이 북진함에 따라 유치환은 문총구국대를 조직, 종군하였고 휴전된 후 1954년 거창군의 안의중학교 교장으로 임용되었으니 교육자이자 생명파, 인생파의 거목 시인으로 활약하게 되었다.
1955년 경상북도 경주고등학교 교장으로 영전하였으며 1957년 한국시인협회를 창설, 초대 회장에 피선되어 한국의 현대문학사에 새로운 차원의 이념을 열어 주었고 1959년에는 수필집 {동방의 느티}를 발행하였고 이어 [나는 고독하지 않다]와 [나의 창에 마지막 겨울달맞이] 등을 발행하였다.
1961년 경주여자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전임되었다가 1962년 부산남여자상업고등학교장으로 전임하여 후진교육과 시인의 길로 동분서주하다 1967년 2월 13일 오후 부산시 좌천동에서 교통사고로 이 세상을 떠났다.
청마 유치환이 생전에 노래한 고향을 그리워하던 [거제도 둔덕골]에 따라 선산에 장지를 논의하였으나 불의의 교통사고였으니 양산시의 백운공원묘지에 영면하고 있었는데 1997년 4월 5일 한식날 고인의 30주기를 맞아 청마기념사업회의 주관으로 고향의 어머니 산소옆에 이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