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 메지 말라는 옛말이 무색하게 총선을 코앞에 둔 11일 저녁 경남지역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같은 지역 타당 소속 단체장들은 배제하고 모임을 가져 '물의'를 빗고 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11일 일요일 저녁 함안군 대산면 모가든에서 김한겸 거제시장을 비롯해 송은복 김해시장, 황철곤 마산시장, 김수영 사천시장, 이상조 밀양시장, 한우상 의령군수, 진석규 함안군수 7명의 한나라당 단체장들이 만나 식사를 하면서 선거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은 경남지역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인 송은복 김해시장이 연락해서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날 모임은 △4.15 총선 투표일을 불과 나흘 앞둔 점 △휴일 저녁에 만난 점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만 연락이 된 점 등으로 인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자치단체장은 연락 못받아

열린우리당 소속 자치단체장인 김병로 진해시장과 진의장 통영시장, 김종규 창녕군수한테는 연락이 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우리당 소속의 한 단체장 비서실 관계자는 "11일 저녁 모임에 대해서는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소속인 다른 8명의 단체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창원과 양산시장은 현재 공석이고 다른 단체장들은 선거 시기라 오해를 살 수 있고 딴 일정으로 참석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저녁 모임에 참석한 단체장들은 총선과 오는 6월 5일 예정된 도지사 보궐선거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단체장 중에는 도지사 보궐선거 출마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영 사천시장은 "송은복 시장한테 전화가 와서 저녁이나 먹자고 해서 만났고, 갑자기 일정이 잡힌 일이라 많은 단체장들이 오지 못했다"면서 "소주나 한잔하고 오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선거대책회의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김 시장은 "대책회의는 아니었다, (한나라당의) 현재 상황이 어렵다고 하나 단체장은 일체 선거에 관여하지 못하지 않느냐"면서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고 갑자기 연락이 된 것이라 전체 중지를 모으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은복 김해시장은 12일 밤 윤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그냥 저녁식사만 하고 왔다, 총선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말한 후 "전화 끊습니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공무원노조 "선거관여 의도".. 우리당 도당 "초원복집사건 연상"

다음날인 13일 오전 송 시장은 "만난 지가 오래 되어 만났다"면서 "요즘 시장군수들이 작당을 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상황 아니냐, 정보교환 차원에서 모였고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만 모임이기에 열린우리당 소속은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머지 단체장들은 13일 회의와 출장 등을 이유로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 단체장 비서실 관계자는 "개인적인 차원의 모임"이라고 말했으며, 다른 관계자는 "얼굴을 본 지 오래 되고 서로 소식이 궁금해서 모인 것으로 안다"면서 "신문에 나오는 정도의 선거와 관련한 이야기만 주고받고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장들은 이날 저녁 6시30분부터 1시간30분 가량 모임을 가졌으며, 웅어회와 장어구이, 메기탕 등으로 식사를 하면서 총 63만원의 식사비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식사비는 함안군수측에서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사비를 군수 개인이 지불했느냐 아니면 군비로 지불했느냐'는 질문에 함안군청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병하 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장은 "지금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로, 하위직 공무원 몇몇이 모여 선거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면 관권선거 운운하면서, 시장군수협의회의 공식적인 회의도 아니고 그것도 특정정당 소속만 모였다는 것은 사실상 선거운동에 관여하려는 의도 속에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오성 열린우리당 경남도당 대변인은 "미묘한 시기에 한나라당 당적을 갖고 있는 시장군수들이 은밀하게 모여 식사를 하는 것 자체가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번 모임은 과거 부산 초원복집사건이 연상되는 일로 엄중한 수사와 함께 사실에 대한 한나라당의 솔직한 고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특히 '3공 부활'과 '신지역주의'에 기생하여 영남지역 또는 경남을 싹쓸이하겠다는 의도가 하순봉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 속에서 확인되었는데, 경남지역 한나라당 당적 가진 시장군수의 모임은 좌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