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내각 전면배치 기정사실화
국회입성 좌절 鄭의장 배려도 관심

제17대 총선후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권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새 내각진용과 당정관계 설정, 집권 2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수렴에 착수한 가운데 주요 당정 인사를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다.

아직은 노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마무리되지 않아 당장 당정개편이나 인선이 단행되지 않겠지만 열린우리당에서는 이미 우리당 인사들의 입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탄핵국면이 마무리되지 않아 논공행상을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김원기 문희상 정치특보, 유인태 전 정무수석 등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여당에 총리·각료 추천권을 줘야 한다는 열린우리당 일부 인사들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총리에게 내치에 대한 권한을 최대한 부여해 책임총리제에 준하는 국정운영을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사퇴의사를 밝힌 고건 총리의 후임에는 김혁규 경제특보와 열린우리당 중진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 특보가 지난 16일 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비공개 오찬회동을 가진 점이 예사롭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선 '총리-김혁규, 국회의장-김원기' 카드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경남 출신인 김혁규 특보는 경남지사 시절 정치력과 행정능력을 검증받았으며, 김원기 특보는 17대 국회 당선자 가운데 최다선(6선)인데다 전북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 안배에도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다. 3부 요인 중 남은 최종영 대법원장은 강원 출신이다.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해 국회 입성이 좌절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입각 여부도 주목된다. 여권내 가장 유력한 차기대권 후보라는 점에서 그에게 행정부 경험의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여권내에선 김정길, 이철, 김두관, 이강철 등 영남권 낙선자들에 대한 중용설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 기각으로 복권될 경우 지역주의 해소에 진력할 것이란 배경에서다. 김정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오는 6월5일로 예정된 부산시장,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 당내 일각에선 공천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우재 의원의 농림부 장관 추천설이 거론되고 있고, 총선에서 낙선한 이부영 의원에 대해서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조각때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거론되던 홍창선 KAIST 총장, 정덕구 전 산자부 장관 등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당선자 중에서 입각 가능성도 있지만 '의원 배지를 달자마자 입각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연합)

 (관련기사)

김혁규 상임위원 날개달까  
 
열린우리당이 4.15 총선에서 원내 1당과 과반의석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
면서 정동영 의장의 당내 입지와 지도부의 정치적 명암과 연계한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의 당내 역학이 관심을 끈다.

특히 선거 초반 터진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발언 이후 당 지지도가 급락， 김 위원을 공동선대위원장에 합류시킨 뒤 정 의장이 `공동선대위원장·비례대표 사퇴`라는 극약처방까지 썼다.

전국적인 고른 지지， 과반 확보라는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 경남·부
산 총선의 성적표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다.

경남 2·부산 1·울산 1명의 당선자， 경남의 정당 득표율 31.7%. 이를
평가할 절대 기준은 없다.

다만 대구·경북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하고 대구에서 정당 득표율이
22.3%에 달한 것에 비교할 때 9.4%p의 차이를 보이는 등 약진한 점은 주목된다.

당선자를 낸 것은 영남 교두보 확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정당득표율 31.7%는 16대 대통령 선거때 노무현 당선자가 얻은 경남 득표율 27.1%보다 4.6%p가 높다는 측면에서 지역주의 완화에 따른 약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경남 출신 인사 중 5명이 비례대표로 원내 진출한 점 등도 지역발전
논의에서 볼때 의미가 있다.

이 같은 두 가지 분석 잣대로 볼때 김 위원의 총선 역할과 평가， 향후
당내 입지는 미지수다.

다만 신기남 선대본부장은 16일 중앙당에서 “대구 경북에서 한 석도 못
건져 완전한 전국정당을 갖추진 못했지만 이 정도면 성공한 것”이라고 밝
힌 것， 김 위원이 이날 “이 정도면 성공으로 봐야 한다. 박근혜 바람과
노인 폄하발언 등 악재를 딛고 부산 경남에서도 의석을 확보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한 점은 주목된다.

지도부의 긍정적 인식은 당 통합과 민생·경제 안정 등 국정에 대한 책임
을 우선해야 한다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즉， 과반 1당에 따른 국정운영
책임이 여당으로 귀착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따라서 총선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유보하면서 당 운영과 정책 입안 등의 과정에서 현안의 입장 차나 일로써 역할이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의 거취나 당내 역학도 이런 점에 맞닿아 있다. 시간을 뒤로 돌릴 여유가 없고 구체적인 성과를 재단할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전직 도지사가 국회에 진출하고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과 대통령 경제특보로서 영남 창구의 실질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경남도나 일선 시·군에서도 이같은 관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말해 향후 역할에 무게를 싣는 유보론도 있다.

당 안팎의 이같은 흐름은 6월5일 있을 도지사와 창원·양산 시장 재·보
궐선거， 부산시장 보궐 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의 날개가 `달리느냐-­꺾이느냐`의 당내 역학은 총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본격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남신문  이병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