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명예직 신분조항 삭제·수당지급" 합의  

무보수 명예직인 지방의원의 유급화 방안이 신분조항 삭제와 수당 지급을 골자로 법제화된다.

민주당 정균환,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16일 무보수명예직인 지방의회 의원을 유급화 하기 위한 지방자치법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여야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인 시의원들은 "이번 여야 합의는 명예직으로 규정된 지방의원의 신분조항을 삭제하는 것이지, 지방의원의 유급화를 바로 이룬 것은 아직 아니다"라고 밝혀 '유급화의 정의'를 놓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 총무는 16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명예직으로 규정된 지방의원의 신분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이달 중 처리키로 민주당 정균환 총무와 지난 12일 합의했다"고 보고했다.

여야가 합의한 '지방자치법 중 개정법률안'은 지방자치법 32조에 규정된 지방의회 의원 명예직 규정을 삭제하고, 수당 등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제출된 이 법안은 여야 의원 165인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령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지방의회 의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며, 구체적인 금액은 지방자치 조례로 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272명의 국회 재적의원 중 165명이나 발의에 서명해 국회통과가 유력하고, 이에 따라 지방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이 아닌 유급 의원으로 바뀔 전망이다.

현재 도의원은 의정활동비와 연구비 등 명목으로 월평균 170만원, 시의원은 월평균 102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방의원 유급화가 정해지면, 도의원의 보수는 2·3급 공무원 수준으로 계산해 1인당 연평균 5300만원, 시의원은 4·5급 수준인 연평균 380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야정당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지방의원 유급화는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와 의장협의회가 지방의회 출범 직후부터 건의해 왔고, 국회에서도 15대 때부터 간헐적으로 추진됐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대여론에 밀려 성사되지 못했다.

이와관련 거제시의회 모의원은 "신분 조항에 대한 삭제일 뿐 유급화에 대한 정의는 없다"면서 "지방의회에서 요구해 온 완전 유급화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10일 "지방분권의 제도화를 위해 지방의회 활성화가 필요한 만큼 지방의회 의원의 유급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으로 예산과 권한이 넘어갈 경우 합리적 운영을 위해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당선된 지방의원의 유급화 요구에 대해 오해가 많으나 유급화는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본다"며 "지방정부의 자치 역량 제고는 지방의원유급제와 밀접하게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단체의 경우 지방의원 유급제를 시행하는 대신 의원 정수를 축소하는방안을 주장하고 있어 지방의원 유급화 논란의 향배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도 15일 "지방의원 의정활동비의 구체적인 액수를 법령에서 정할 수는 없으나 현실화하기 위한 관련법을 6월 국회에서 가능한한 매듭짓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초의회 의장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지방자치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지방의원유급화’ 방안과 관련, 성명을 내고 선결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경실련은 성명에서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지방의원 유급제 전환 주장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그러나 현재의 지방의회의원은 유급제를 전제로 선출된 것이 아닌 만큼 의원정수 조정, 선거제도 개선, 주민참여제도 도입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한 뒤 다음 임기부터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어 "총선에 임박한 유급화 주장은 지방의원을 선거운동의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정치적 의도"라며 "제도개선을 위한 근본적 노력 없이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취지의 지방의원 유급화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성명을 통해 지방의원에게 현실적인 보수지급을 촉구하는 등 시민단체의 입장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총선을  1년 앞두고 있어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좋지 않은데다 지자체의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유급화를 서두는 것은 또 다른 정치적 특혜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 명예직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미 일정정도의 의정활동비와 연구비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으므로 사실상 유급화가 이뤄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