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등 집단.단체간 `갈등불씨'될듯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7월 이후 8차례 국민의견 수렴사업을 거친 끝에 교원인사제도 개선방안을 내놨지만 이 방안이 실제로 시행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오히려 지난해 교육계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파동으로 엄청난 갈등을  겪었던 것처럼 올해에는 이 문제가 갈등의 불씨가 돼 제대로 시행되지도 못한 채 논쟁만 격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청회가 열린 23일 전교조와 교총은 서로를 비난하는 성명을 교환했고  교육부는 의견수렴 과정에 참여해놓고도 "공청회에서 제시된 방안일 뿐"이라며 한발짝  물러나 모든 단체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따라서 1969년 제정돼 승진 경쟁만 부추기고 있는 `교육공무원 승진 규정'이 35년만에 대폭 뜯어고쳐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다.

    ◆배경과 주요내용

현행 교원인사제도는 관련 규정의 이름이 보여주듯이 교감(교장)으로의 승진 임용을 위한 인사자료를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자격체계도 2급 정교사→1급 정교사→교감→교장 등 승진연계형.

    승진평정 요소는 경력(90점)+근무성적(80점)+연수성적(18~30점)+가산점으로, 지나치게 경력 중심인 데다 연수.연구.가산점을 점수화하는 등  타당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근무성적 평정도 상급자 위주에다 평정내용의 구체성.공정성이 떨어진다는 것.

    교육개발원은 교직사회가 전문성, 책무성을 높이기보다 왜곡된 승진경쟁에만 매달리고 학교조직도 관료화되며 젊고 유능한 교사가 조기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교육개발원이 제안한 새 인사제도는 승진평정 중심의 인사제도를 새로운 교원평가제로 발전시켜 무엇보다 `학생을 잘 가르치는' 적격자를 선발하고 공정성과 전문성, 책무성을 높이는 쪽에 맞춰져 있다.

    현행 교장승진임용제는 최소 교직경력을 25년에서 22년으로 줄이고 근무성적 평정에서도 학생지도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개선하되 이런 방식에 의한 임용 비율을 점차 축소하는 대신 초빙제, 공모제, 선출보직제 등을 확대하거나, `10% 이내' 등으로 시범 도입함으로써 교육경력 10년 또는 15년 이상의 젊은 우수교사가 조기에, 그리고 교육경력이 전혀 없는 인사도 조기에 `교직의 꽃'이 되는 길도 열어놨다.

    특히 전교조 등이 요구하는 학교자치 및 교장선출보직제는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고 보고 `자치학교'를 지정, 실험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놨다.

    평가방식도 학습.생활지도 비중을 강화하고 동료교사에 의한 다면평가 실시, 교사.학부모.시민단체 대표와 교육전문가의 심사기구 참여 보장, 학교경영계획서 활용 및 심층면접 시행, 수업 공개 등을 통해 객관성을 높이도록 했다.

    학생.학부모의 교사평가는 우선 교사 스스로 자율 실시해 자기 계발에 참고하도록 권장한 뒤 점차 제도화하고 우수교사를 발굴해 지원하는 동시에 부적격교사를 찾아내 퇴출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교원 자격체계를 교사직과 학교행정가직으로 이원화하고 자격단계를 2단계(1급 및 2급 정교사)에서 전문성에 따라 수석교사를 최상위 직급으로 한 3단계 또는 4단계로 세분화, 오로지 교장을 향한 과열경쟁을 어느정도 식히도록 했다.

    ◆전망

 교육개발원이 내놓은 개선방안은 각 집단의 입장을 반영,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완화된 것.

    교사평가제는 안병영 부총리가 학생.학부모도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교사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쪽으로 대폭 후퇴했고 선출보직제는 전교조 의견을 반영, 자치학교에서 시험 시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나마도 학부모나 평교사, 교장.교감 등 집단별로, 또 교원단체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려 벌써부터 `이전투구'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 집단이 유일하게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교원 인사의 공정성.객관성을 높여 교원 사기를 진작시키고 교육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일 뿐 교원 승진.평정.자격제도, 학교장 임용제도 등 인사와 관련해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제각각의 입장만 강조하고 있는 것.

    교육개발원 관계자는 "교원.학부모.시민단체 대표와 시.도교육청 관계자 등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8차례 워크숍을 열었으나 관련 집단의 이해관계가 상충해 대부분의 현안에 대한 합의점을 전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교조, 참교육전국학부모회 등은 이날 공청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교총, 교장단협의회 등 기득권 세력에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이 그대로 영합한 결과물을 내놨다"며 "교장자격증제를 폐지하고 교장보직제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한국교총도 이날 "교원인사제도 논의 결과를 왜곡한 교육개발원은 공개사과하고 전교조는 이를 투쟁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교총은 "논의되지도 않았던 `교장선출보직제의 실험적 도입'을 갑자기 넣은  것은 이를 관철하기 위해 교원인사제도를 투쟁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전교조의 억지 주장에 영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공청회 의견을 반영한 최종 보고서가 내달께 제출되면 다시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교원인사제가 올해 교육계의`뜨거운 감자'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