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평범하다고 누가 그러던가. 욕망에  충실한 게 진짜 삶이지…."
    이제 막 중년에 실업자가 된 남자 요스케(야쿠쇼 고지). 몸 바쳐 일하던 회사는 폐업상태로 사장은 퇴직금도 떼어먹고 도망쳤고 살던 집은 저당잡혀 반값에  팔아넘겼다. 아내와도 떨어져 살아야 하는 신세.

    `욕망에 충실한 삶'은 아버지 같은 친구인 다로가 그에게 해주던 말이다. "최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언제나 그 말뿐이지…" 이 거지 철학자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다로에게 빈정댄다. 사실 생각해 보면 회사란 것은 말없이 일만 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았던가.

    그러던 어느날 다로는 "자신이 숨겨놨던 시골 마을 붉은 다리 옆집에  숨겨놓은 보물을 대신 찾아 가져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고 요스케는 그의  유언을  한번 들어보기로 한다.

    30일부터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되는 영화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은 '나라야마 부시코'와 '우나기'로 두 차례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2001년 작품이다.

    '발칙한 상상력' 같은 말은 꼭 젊은 감독에게만 어울리는 말은 아닌 듯. 감독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보물'은 성욕(性欲)이 생기는 만큼 몸에 진짜 물이  차오르는 이상한 여성 사에코(시미즈 미사)다.

    성욕이 생기면 몸에 물이 차오르고 또 성관계를 가지면 물을 뿜어대는 여자. 이 지독하게 숨막히는 세상에 내몰린 관객 혹은 요스케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여든이 다 된 이 거장 감독의 판타지는 손자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할아버지의  손처럼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다로의 말처럼 붉은 다리를 찾아낸 요스케. 붉은 다리 옆에는 과자가게가  있고 노파와 함께 손녀 사에코가 살고 있다. 무심고 사에코의 뒤를 밟던 요스케는 엉겁결에 그녀와 성관계를 나누게 된다. 절정에 이르며 사방에 물을 뿜어내는 여자. 방 안에서 넘쳐나던 물은 수로를 타고 강으로 흐른다.

    몸에 물이 차면 '섹스'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 되는 사에코. 이제  요스케는 그녀의 물을 빼주는 '작업'을 시작하고 어부로 취직을 하며 아예 마을에  눌러앉는다. 사에코가 거울로 신호만 보내면 어디에 있든 달려가 관계를 맺는 요스케.  섹스가 계속될수록 사에코의 기이한 증세는 점차 치료되고 요스케의 삶은 점차 활력을 띠기 시작한다.

    감독의 이름에 대한 무게로 괜히 어려운 영화라고 지레 주눅들 필요는 없다. 감독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은 어렵고 딱딱하기보다 경쾌하고 편안하다.

    감독은 붉은 다리의 이 시골 마을에서 익살스럽게 속삭인다. '사회  혹은  다른 사람의 눈에 맞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낭비적인가.' 요스케가 찾게 되는 보물은 보는 이들도 함께 찾아 떠나고 싶게 할 만큼 생명력이 넘쳐난다.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