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릴적 닭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어서인지 닭이 귀신 같아요. 흐 무서워~."
위풍당당 체격을 자랑하는 배우 차승원에게도 무서운 것이 있나보다. 그것은 바로 '호환 마마'도 아닌 바로 닭떼. 지난 21일 저녁, 경남 거제시의 장승포가 한 눈에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 하얀 집에 마련된 차승원 장서희 주연의 호러 코미디 영화 '귀신이 산다' 촬영 현장에서는 완전 '계(鷄)판'이 펼쳐지고 있었다.

 거제 600마리 '닭떼 습격사건'
20차례 시도만에 겨우 'OK' 사인

'스크린 데뷔' 장서희 "신세대 귀신 기대"
 
◇ 장서희
꿈속에서 목 없는 닭이 쫓아오는 악몽을 꾼 후 문 밖을 나서는 주인공 박필기(차승원)가 600여마리의 닭떼가 자신에게 달려들자 혼비백산하는 장면이 이날 촬영분. 하지만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공포스럽다며 엄살을 떤다.

그런데 닭들도 어지간히 말을 안 듣는다. 예상된 바이지만 '레디 고'를 외쳐도 차승원쪽으로 달려들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것. 그러자 전 스태프들이 나서 직접 닭을 던져보고 몰아보거나 호루라기를 불어보는 등 온갖 '쇼'를 다해보지만 좀처럼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이러기를 20여차례, 그제서야 오케이 사인. '광복절 특사' '주유소 습격사건'을 통해 최고의 코미디 감독으로 발돋음한 김상진 감독도 "말이 도통 안 통하니 어쩔 수 있겠느냐"며 웃었다.

'김상진표 웃음'을 공포물과 결합시킨 '귀신이 산다'는 평생 소원인 내집 마련을 한 주인공 필기가 이 집에 예전부터 기거하고 있던 귀신 연화(장서희)와의 쫓고 쫓기는 신경전을 펼치다 결국 인간과 귀신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다소 엉뚱한 발상의 호러 코미디.

이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는 '인어아가씨' 장서희는 "첫 영화지만 너무 재밌고 부담없이 촬영하고 있다"며 "하얀 소복을 입은 한을 가진 처녀 귀신이 아닌 귀엽고 밝은 이미지의 신세대 귀신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비가 와야 쉴 수 있는 스태프들이 기우제를 지내야 할 정도로 좋은 날씨 덕분(?)에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이 영화는 추석에 관객들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