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 강시가 있다면 서양에는  좀비가  있다. 좀비는 원래 서아프리카의 부두(Voodoo) 족이 숭배하는 뱀의 신에서  유래된  말로, 영혼은 없이 살아 움직이는 시체를 말한다.

    14일 개봉 예정인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는 좀비를 내세워  1979년에 제작된 컬트 영화를 리메이크한 공포물. 3월 셋째주 박스오피스에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누르고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야기는 평화롭고 한적한 도시에서 시작한다. 남편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던 간호사 안나(세라 폴리)의 집에 이웃집 소녀가 갑자기 나타나 남편의 목을 물어뜯는다. 전화기를 들어 `911'로 구조를 요청하려 하지만 통화중. 남편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죽었던 남편이 다시 살아나 공격해오자 안나는 집 밖으로 뛰쳐나온다.

    거리에는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다. 좀비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산 사람에게 덤비고 좀비에 물린 사람은 다시 좀비가 되어 또다른 사람을 공격한다.

    자동차를 몰고 정신없이 달리던 안나는 길 옆으로 굴러떨어진다.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린 뒤 경찰관 케네스(빙 레임스)와 피신처를 찾다가 다른 일행들과 쇼핑몰에 들어간다.

    이곳도 결코 안전하지는 않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은 널려 있지만 좀비들이 쉴새없이 공격해오고 안에서도 새로운 좀비가 생겨난다. 안나 일행은 배로 바다 건너 섬으로 가기로 하고 셔틀버스에 방호장치를 달아 탈출에 나선다.

    `새벽의 저주'는 장면으로만 보면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슬래셔  무비와 하드 고어의 중간쯤에 있는 공포영화이지만 전체적 구성은 재난영화에 가깝다.

    따라서 이야기 전개도 `혼자 있으면 공격당한다'는 따위의 공포영화 법칙뿐  아니라 `자기만 살려는 얄미운 인간은 먼저 죽는다'는 식의 재난영화  공식도  충실히 따른다.

    이 영화로 데뷔한 잭 스나이더 감독은 미술을 전공한 CF 감독. 랜드로버,  아우디, 지프 등의 자동차 광고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마이클 조던이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내세운 나이키와 리복 광고로 유명해졌다.

    그는 자신의 장기를 잘 살려 이야기 구성보다는 화면 연출에 공을 많이 들였다. 아카데미 특수분장상을 두 차례나 거머쥔 데이비드 르로이 앤더슨은 CG가 아닌 꼼꼼한 분장으로 무려 3천명의 좀비를 만들어냈고 미술감독 앤드루 네스코롬니는 21세기 첨단공간을 상징하는 대형 쇼핑몰 세트를 지었다.

    뾰족한 나무 막대기가 얼굴을 관통하고 전기톱이 몸을 동강내는 등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장면이 많지만 `엽기'문화에 열광하는 공포물 팬이라면 신나게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기에 제격이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건너편 건물 옥상의  사내와 망원경으로 글씨를 보며 체스를 둔다든지 하는 유머러스한 대목도 간간이 등장한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새로운 공포가 몰려온다. 이 장면을 확인하려면 종료 자막이 올라오더라도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된다.  상영시간 100분.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