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뮬란 감독의 2002년작 `막달레나 시스터즈(Magdalene Sisters)'가 5월 7일부터 27일까지 3주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술영화전용관 씨어터2.0에서 지각 개봉된다.

    `막달레나 시스터즈'는 2002년 8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를 제치고 황금사자상을 차지한 작품. 수녀원의 비리를 정면으로 고발해 영화제  내내 화제를 모았으며 로마 교황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정도의 작품성과 화제성을 지닌 영화가 2년이나 늦게, 그것도 소극장에서 단관 상영된다는 사실이 관객 1천만 시대의 그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1964년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 마거릿(앤 마리 더프), 버나딧(노라  제인  눈), 로즈(도로시 더피), 크리스피나(에이린 월시) 등 4명의 젊은 여성이 누군가에게  이끌려 막달레나 수녀원에 수용된다.

    그 이유는 사촌에게 강간을 당해 순결을 잃었거나, 눈부신 외모로 뭇 남성의 시선을 끌거나, 다소 지능이 떨어지거나,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았다는  것. 이들은 자신이 책임지기 어려운 죄를 참회할 것을 종용받으며 죗값에 비해서는 너무나 혹독한 대가를 강요당한다.

    브리짓 수녀원장(제랄딘 맥이완)을 비롯한 수녀들은 옛날 감옥의 간수처럼 군림하며 착취와 억압을 일삼는다. 이들은 하루종일 빨래하는 중노동에 시달리면서 엄격한 규율을 따라야 한다. 외부와 편지는 물론 길을 지나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서도 안된다.

    수녀들은 같은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로즈란 이름을  패트리샤로  바꿔버리는가 하면 옷을 벗겨놓고 누구 가슴이 큰가, 누구 치모가 많은가 등을 비교하며 낄낄대기도 한다. 근엄하고 고결한 척하는 신부까지도 패트리샤를 성 노예로 부린다.

    고통과 수모를 참지 못해 자살까지 시도했던 패트리샤는 "당신은 신부 자격없어"라고 외치다가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마거릿은 남동생이 찾아와 감금에서 풀려난다. 탈출을 꿈꾸는 버나딧과 크리스피나도 수녀원을 벗어날 수 있을까.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이 이야기는 실화를 토대로 한 것. 1960년대  서유럽에서 신앙이란 허울 아래 이처럼 야만적인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감독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내 이름은 조'로 98년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스코틀랜드 출신의 배우 피터 뮬란. 세계 3대 메이저 영화제에서  배우와 감독으로 최고 영예를 안은 것은 희귀한 기록을 남겼으며 `브레이브 하트', `트레인스포팅', `쉘로우 그레이브' 등에도 출연했다.

    그는 적의에 찬 바티칸의 성명에 대해 "가톨릭 교회가 아일랜드에서 어떻게  젊은 여성들을 억압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여성의 자유와 성, 교육, 노동의 신성함을 억압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모든 신앙을 비난하는 영화"라고 반박했다.

    우직하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다큐멘터리처럼 구성한 영화로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감독의 고집스런 시선이 느껴진다.

    칠순을 넘긴 노장 여배우 제랄딘 맥이완의 열연과 신인 노라 제인 눈의  매혹적인 용모도 인상적이다. 상영시간 119분.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