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8월 15일까지 거제출신인 항일운동가들을 발굴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항일운동가로 인정되지 않은 분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윤택근(尹澤根, 일명 尹一)은 경남 거제시 아주에서 윤규찬씨의 장남으로 태어나 평생을 항일운동에 몸바쳐 일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독립운동 유공자라고 부르기 보다 '사회주의자' 등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또한 정부에서 인정하는 '독립유공자'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3.1운동에서 조선공산당운동까지

1919년 3월 1일, 그날은 일제의 식민지에서 벗어나려는 민족해방투쟁의 불길이 치솟은 날이었다. 윤일은 그해 4월 3일 장승포, 아양, 옥포지역의 청년들을 규합하여 민중해방투쟁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날 아주장터에서 3천1백 여명의 민중들을 동원하여 주동적인 인물로 투쟁한 것이다. 그는 "일제의 식민지에서 벗어나려는 정당한 행동이다. 우리의 길을 막을 이유는 없다."라며 '조선독립만세'라 적힌 깃발을 들고 외쳤다. 이 사실을 들은 일제헌병과 경찰이 총출동하여 윤일외 이인수, 이주목, 윤사인 등이 검거되어, 대구복심 법원에서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그는 출옥후 거제로 귀향하여 23년 2월에 '이운청년회'를 결성하면서 청년운동에 전념한다. 여기에 3·1운동 가담자와 김응수(金應水, 조선공산당 거제도야체이카 책임비서, 해방후 거제도인민위원장), 김진배(金進培, 창씨명 金山進培, 장승포금융조합장, 해방후 장승포읍 민선읍장), 홍순남(해방후 경남도여성동맹위원장) 등 2백여 명의 회원이 참가했다.
윤일은 이운청년회를 통해 동아·조선일보 지국경영, 하기순회강좌, 노동야학개설, 사회운동강화회, 연극활동까지 조직했다. 또 그는 양정학원을 설립하여 농·어민을 위하여 민중교육을 실시했는데, 그곳의 유일한 교사는 윤일이었다.
1924년 2월 '거제청년연맹' 대표자로 활동하던 그는 1926년 8월 23일 불꽃회(火花會)란 단체를 결성, 사회주의 사상과 청년, 노동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1926년 10월 거제청년연맹 출석 대의원, 조선사회단체중앙협의회 출석 대표, 조선사상총동맹 출석 대표로 선정되었다. 1927년 봄에 조선공산당에 가입, 경남도위원회 책임비서를 맡았다. 또 김해, 양산, 거제 등지에 당 고려청년회 야체이카(세포)를 조직했다.
1928년 2월 조선공산당 제3차 대회에 경남 대표로 출석했다. 3월 조공 중앙 조직부원 및 경남도책으로 선정되었다. 7월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1929년 2월 경성지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했다.

민족변혁운동과 사회주의사상운동

1933년 이후로 원산, 함흥 등지에서 광산노동자로 일하던 그는 해방을 맞아 인민공화국 중앙위원회에서 경남도인민위원장직을 맡는다. 1945년 10월 5일, 경남도인민위원회 결성식에서 선출 인사말에 "친일파 민족반역자의 모략적 역선전을 반대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11월 밀양에서 미군에 의해 방화혐의로 구속되었다가 민중들의 폭동을 우려하여 1주일 후 석방되었다.
이어 46년 2월 민주주의민족전선 결성으로 중앙위원, 경남도민전위원장에 선출되고 조공대회파 핵심 간부로 등장한 그는 반박헌영파의 거두로 경남도당 일인자로 변모하였다. 같은 달 '조선공산당 중앙 및 지방동지 연석간담회'에 경남 대표로 참석하여 '조공 대회 소집준비위원회 구성건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46년 4월 쌀문제로 인한 폭동고사 혐의로 구속되어야 했다. 출옥 후 좌우합작위원회에 참여하였고 같은 해 10월 조공을 떠나 사회노동당 합당위원회에서 발표한 3당합당에 대한 결정서에 서명했다. 그는 11월 노동당 중앙상임위원 겸 부산지구당 위원장을 맡았다.
1947년 3월 근로인민당 창건으로 부산지역과 중앙에서 주도적 인물로 활동하였고, 조공 대표로 김일성과 만났으나 감옥에 투옥되었다. 또한 김일성은 박헌영을 중심으로 한 남조선로동당을 적극 지원하라고 했지만 거부하였다. 다음해 남한단독정부수립으로 지하로 잠적하면서 활동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전, 49년 봄에 그는 요시찰 인물로 지목되어 부산형무소에 수감된 후 53년 8월에 출옥한다. 그는 반정부 좌익인사로 지목되어 연좌에 묶여 완전한 해방된 몸이 되지 못한 채 1967년 6월 부산 온천장에서 조국통일을 보지 못하고 타계했다.
윤일 선생의 유고(遺稿)에서 "아직까지 민족이 통일되지 못한 것은 나의 한(限)이자 전 민족의 한이다. 내가 죽기 전에 꼭 민족통일을 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 …… 일제식민지 전 기간 동안에 나는 민족해방투쟁에서 조국해방과 인민해방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독재와 전 민중들의 아픔을 느껴야 하니 진정한 민족해방은 올란지"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 원고는 타계하기 전 1966년 1월에 기록한 것이다.
1960년 4·19혁명의 계기로 조국통일을 볼 수 있는가 했지만 박정희 군사독재를 맞아야 했고 민중운동가들은 투옥되어야 하는 서러움을 맞아야 했다. 그는 "사회주의사상을 지닌 모든 민중운동가와 사상가들은 궐기하여 군부독재를 무너뜨리고 조국통일을 이루어야 하지만 아직도 봄날 같은 세상은 오지 않는다."라고 애듯한 마음을 술회하고 있다.
조국통일이라는 민족적 숙제가 은 민중들의 희망의 결실로 맺어지게 될 날은 이제 머지 않은 것일까? 또한 윤일 선생의 복권과 일제식민지 전 기간 동안에 민족해방투쟁에서 싸워온 모든 사회주의운동가들의 복권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