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타임즈는 한국 연극계 거목 유치진씨의 일제말기 여러 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은 원문그대로 게재하며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기다린다.

支那말로서 動作이 빨랑빨랑 하질 못하고 느린 것을 「만만디」라고 하고, 허는 수 없다고 斷念하는 意味의 말을 「메이퐈- 스」라고 하는 모양이다. 支那에 갓다온 사름은 支那語의 선물로서 이 두말은 빼놓지 않고 배워온다. 그리고 이 「만만디」와 「메이퐈- 스」라는 두 말은 그 語義가 마치 支那人의 性格 혹은 民族性을 衆徵이나 하는 것처럼 解釋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믿어왔다.

  그러다가 5, 6년 전― 나는 5, 6년 전이라고 記憶한다― 그때 劇藝術硏究會 主催의 演劇講演次로 李軒求, 金珖燮, 兩兄과 가치 西鮮지방으로 간일이 있었다. 우리 一行은 신의주에서의 講演을 마치고 신의주에 있는 張起悌, 蔡廷根 兩兄의 案內로 國境을 넘어―국경을 넘었대도 鐵橋하나지만―安東市街地를 밟었다.

  이것이 나의 맨 첫번의 외국 구경이다. 支那人의 엡소틱한 生活은 나를 魅惑하였다. 거리에 가만히 앉었는 支那人을 바라보기만 하야도 내가 못보든 인생의 한구석을 보는 것 같았다.

  더구나 나의 인상에 남은 것은 露天商店의 雜踏한 거리였다. 나는 이거리에서 支那人에 대한 從來의 觀念에 대하야 疑問을 가지게 되었다. 「만만메」「메이퐈- 스」란 말을 이 거리에서는 支那人의 性格으로 통용되지 않을 것 같이 뵌다. 露天商人들의 장사하는 양이란 마치 戰爭하는 것 같다. 무슨 소린지 꽥꽥지르며 찬바람이 나게스리 민첩하고 재빠르게 장사를 한다.

  「만만디」하고 愚鈍하게만 생각하던 이 사람들이 이렇게 殺氣가 등등하게 行動하는 것을 보니 내몸에는 소으름이 기친다. 나는 멍청하게 이 거리의 觀景을 한동안 바라보고 支那人데 대한 나의 觀念을 修正하였다.

  支那人은 결코 「만만디」가 아니고 「메이퐈-스」가 아니다. 그런 일면이 있을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이 支那民族의 性格의 全部는 아니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支那民族은 다른 민족에 지지않을 만큼 鬪爭的이오 現實的이오 활동적이다. 그들은 장사를 하는데 아모리 하층상인이라도 꼭 저울질을 한다. 심지어 풍성구나 생선까지라도 저울질을 하야 팔고 산다. 이렇게 그들은 緻密하다. 이것이 어찌 「만만디」로써 대신되는 루-즈한 그의 성격의 一面이랴! 그뿐아니라 금반에 일개월동안이나 만주여행을 내가 하였는데 이 여행중에서 나는 支那人에 대한 이상의 의미에서의 인식이 그릇되어 있는 것을 많은 예로써 더 깊이 확신한바 있었다.

  紙面關係로 그 예를 일일이 여기에 소개못함이 유감이다.

  무릇 종래의 대륙연구란 너무나 관념적이고 너무나 허무맥랑한 것이었다. 그 일례를 들면, 이번에 내가 만주여행을 따날적에 만주에 대한 기본지식을 얻기 위해서 만주에 관한 책을 몇권샀다. 그중에는 杉本文雄著의 『滿洲とはどんな處か』란 冊이 있었다. 나는 著者 杉本文雄이란 이가 어떠한 사람인가를 몰랐다. 그러나 奉天總領事 林久治郞氏의 推薦서문이 있기에 신용하고 읽었다.

  이 책의 第十 彼此對比란 項을 보면 朝鮮人과 支那人의 특성을 比較論爲한 곳이 있다. 거기에 이런 말이 쓰였다.

  「.....鮮人은 自古로 자기의 몸에서 나오는 것에 더러운 것이 없다고 믿는 자다. 그러기 때문에 현대청년사회는 모르지만 중년이상의 사람은 매일 1회 내지 2회는 缺치않고 오즘(小便)을 마신다. 기생과 부인 여자는 모다 오즘으로 세수를 하고 있다. 오즘을 먹는 것은 일반 민중뿐이 아니다.」

  라고 云云하였다. (乞同著書 165항 참조)

  이 얼마나 荒唐無稽한 소리냐! 나는 이것을 보고 어리가 없었다.

  어이가 없다는 것은 종래의 대륙을 연구하고 혹은 대륙을 안내한 저자가 이런 류의 것인가를 생각할때에 기가 맥혔다.

  이예로써 나는 支那에 대한 종래의 대부분의 소개도 이랬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여기에서 결론하거니와 모름직이 우리는 우리의 종래의 관념적 지나인식을 버리고 새로이 출발하야 새로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이뉴는 興亞大業의 成就를 목전에 둔 우리에게는 무엇보다도 정말 대륙의 정체를 아는 것이 급선무인 까닭이다.  

                                                  유치진,『인문평론』, 1940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