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FC 창단은 축구 꿈나무들에겐 희망이자 비전입니다. 경남 FC 창단은 단순히 성인축구단 하나 생기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지역의 우수한 선수들이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축구 인구의 저변 확대와 함께 궁극적으로 한국축구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남 FC 창단의 열기가 도내 전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거제시축구협회 조영제(44) 협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비 선수 출신으로 올해로 7년째 거제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 회장이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거제가 고향인 조 회장은 12살 되던 해에 고향을 떠나 부산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15년 만에 거제로 돌아왔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객지에서 다닌 탓에 친구는 물론 선·후배들의 얼굴이 낯설기만 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조기축구회 모임에 가입해 고향을 떠난 15년간의 벽을 하나씩 허물어 나갔다.

달한 성격과 평소 사람을 좋아하는 조 회장은 지난 88년부터 2년간 거제시볼링협회와 태권도협회 부회장, 5년간 거제시태권도협회장을 지내는 등 분주하게 사회활동을 하다 우연히 공석이 된 거제시축구협회장직을 맡아 올해로 7년째 일하고 있다.

레미콘업(거제레미콘 대표이사)을 하는 기업가이기도 한 조 회장이 바쁜 회사 업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거제시축구협회장직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은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다. 거제는 관광과 조선공업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축구 명성도 대단하다.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서정원, 김용대, 최청일 선수 등이 축구 명문 거제고 출신이다. 얼마 전까지 멕시코 청소년 축구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김종부(현재 부산 동의대 축구부 감독)도 거제고 감독을 지냈다.

이처럼 엘리트 축구에 거제고와 연초중학교 축구부가 있다면 조기축구회와 직장 축구 동호인 열기도 전국 어느 도시 못지 않게 뜨거운 곳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만 하더라도 거제에는 일반 조기회 50여개와 대우·삼성조선 직장 조기회 100여개 등 모두 150여개 팀이 연일 운동장을 가득 메웠을 정도다. 최근 들어 이런 열기가 다소 주춤한 것이 조 회장으로서는 안타까운 부분이다.

조 회장은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경남 축구인들의 소망인 경남 FC 창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금 거제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매년 지원을 받아오던 거제고 축구부가 채권단의 지원 중단 결정으로 해체 위기에 놓여 ‘거제고 축구부 1000계좌 시민 후원회’가 축구 동호인과 학부모 중심으로 발족돼 현재까지 400계좌가 모아졌다.

시민들의 이런 자발적인 움직임과 함께 협회 차원에서도 협회장기에 출전하는 팀으로부터 받는 참가비를 연초중과 거제고 축구부 훈련 지원비로 전달해오고 있다.

지난 2000년 경남도민체전 축구 준우승과 거제시 대표팀 창단이라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낸 조 회장은 앞으로 거제를 축구 메카로 키우고

싶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거제는 천혜의 기후 조건과 시민들의 높은 축구 열기로 동·하계 전지훈련장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재 거제시가 추진중인 3개 면의 천연 잔디구장이 완공되면 협회 차원에서 전지 훈련팀 유치는 물론 관리를 맡아 인근 남해군과 함안군에 뒤지지 않는 축구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게 조 회장의 야심찬 계획이다.

이 계획만 성사된다면 지역 축구 발전은 물론 축구 인구의 저변 확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 축구팀을 창단해 유소년 축구를 활성화시키고 엘리트 축구와 생활축구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 중에 있다.

경남축구협회 감사도 맡고 있는 조 회장은 매달 한 차례 모임을 갖는 40대 축구 동호회 ‘바우회’를 비롯해 조기회에 나가 직접 공을 차며 건강을 다지는 덕분에 4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30대 못지 않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조 회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도에 축구를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 임송민(부산 동의대 1년)씨를 양아들로 삼아 5년 넘게 뒷바라지

를 해오고 있다. 이처럼 비 선수출신이면서 남다른 축구사랑에 푹 빠진 조 회장은 자신의 이런 행동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냥 축구가 좋아서 하고 고향 거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축구와 인연을 맺은 만큼 앞으로도 거제 축구 발전을 위해 묵묵히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