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박상길 검사장)는 11일 안기부  예산을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불법전용한 혐의(특가법상 국고 등 손실)로 기소된  강삼재 전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  구형때와  같이 각각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940억원의 연대 추징금과 함께 김기섭씨에 대해서는 별도로 257억원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서울고법 형사7부(노영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1심에서는 1천197억원중 341억원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안기부 계좌에는 외부자금이 유입될 수 없다"며 "안기부 예산담당자들의 법정증언이나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2002년 2월 국회에서 이자수입 600억원과 불용액  300억∼400억원으로 이 돈을 조성했다는 보고내용 등이 그 근거"라고 1심 불복 이유를 밝혔다.

    강삼재씨 변호인은 이에 대해 "안기부 관리계좌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괴자금이 수백억원이 나오는 등 안기부 계좌를 거쳤더라도 안기부 예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이 돈은 신한국당 총재로 당 운영을 총괄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강삼재 당시 사무총장에게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강삼재 피고인이 당총재인 YS에게 돈을 받았을 때는 그 돈의  출처를 물어볼 위치가 아니었고 그 돈이 설사 안기부 자금이었다 해도 전혀 짐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야당탄압과 한나라당 말살  의도로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삼재씨는 "맹세컨대 김기섭씨와는 단 한차례도 만난 일이 없으며 저 하나  살겠다고 20년간 정치적 스승으로 모신 김영삼 전 대통령을 끌어들일 만큼 도덕적으로 타락하지도 않았다"며 "정치적 신의보다 역사와 국민 앞에 사실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최후진술했다.

    김기섭씨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고 죄 값을 달게  받겠다"며 "불법 정치자금 때문에 지난해부터 서울 구치소에 권노갑, 박지원, 안희정, 최도술, 정대철씨 등이 들어오고 이후에도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들어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기부 예산 1천197억원을 95∼96년 선거에서 신한국당에 불법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강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 김씨는 징역 5년에 자격정지 2년, 추징금 125억원이 각각 선고됐다.

    선고공판은 7월 5일 오전 10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