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스문제를 풀어 가는 교육부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1480억이나 들여 만든 CS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도 되기도 전에 다시 50억을 들여 NEIS 시스템을 바꾼 것은 논외로 치자. 선택을 단위학교에 맡기자 교육부장관의 사과문처럼 '우리 교육계가 사분 오열되고, 학교 현장에서 엊그제까지 가깝게 지내던 동료 교원들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하는 일은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사과까지 하면서 '네이스 이외에는 지원 못한다'는 협박성(?) 공문을 보내는 것은 무슨 꿍꿍이 속이란 말인가?

'NEIS 이외의 대안은 없다'라는 기본 각본이 없이 비난을 각오하고 몇번이나 입장을 번복할 리 없다. 겉으로는 보수세력의 저항을 빌미로 전교조와 합의를 파기했지만 교육부는 처음부터 'NEIS로 간다'는 기본입장을 정해 놓았던 것 같다. 얼마나 급했기에 '상호 존중과 자유 합의, 그리고 합의 이행'이라는 절차적 정의까지 무시하면서 전교조와 타협한 합의이행까지 거부했을까?

NEIS 문제만 나오면 교육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져 나온다. '일은 교육부가 저질러 놓고 왜 선생님들끼리 싸움을 붙이느냐?', '학생지도를 위해 선생님들이 필요한 정보를 교육부가 왜 필요로 하는가'하는 불만이다. NEIS가 안 된다는 것은 전교조뿐만 아니다.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기도 하려니와 개인정보 집적에 대한 반대는 김용옥 교수를 비롯한 지식인과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인권위원회만 NEIS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 아니다. 감사원도 지난 '2002년 6월∼9월 동안 47개 정부기관의 전자정부 추진 실태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뒤 NEIS에 관해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한겨레21)을 한 바 있다. 이렇게 문제 투성이인 NEIS 시스템을 교육부는 반드시 강행하겠다는 것은 과연 '행정업무 간소화' 때문 만일까?

NEIS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이성을 잃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한결같은 주장을 외면하던 교육부가 갑자기 교원의 인권보호를 위해 NEIS에서 교원정보를 삭제하겠다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교육부는 지난 5월 “교원인사기록 카드 가운데 이들 항목은 인사의 과학화 목적과 무관하고 제한적 범위 안에서 정보를 수집한다는 개인정보보호 일반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삭제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학생의 인권에는 문제가 없다던 교육부가 지난 23일 교육공무원 인사기록 150여개 항목 가운데 재산총액, 병역미필사유, 건강상태, 정당사회단체 가입, 가족의 학력 등 21개 항목은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사기록카드에서 삭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교원들의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교원의 개인정보에 대해 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삭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교육부 스스로가 NEIS가 인권침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교원의 인권은 중요하기 때문에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따라 삭제하면서 1천만 학생과 졸업생의 인권침해를 모른 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교육부에서 단위학교에서 'NEIS 이전 체제 선택에 관련된 질의사항 설명자료'에서는 NEIS 선택이 위헌적인 요소나 네이스를 선택할 경우 대응논리를 내용으로 하고 있어 단위학교에서 사실상 NEIS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NEIS 이전체제 선택에 관련된 질의사항 설명자료 '교육인적자원부지원 81324-341(2003.6.21)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변명(?)'과 '세계인권선언이나 OECD, UN 가이드라인에 반한 인권 침해는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지 않으면 학교장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이유가 없으며 자녀의 학생생활기록부 자료 삭제요구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과 같은 적법한 과정을 거쳐 구제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공문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교육부는 단위학교에서 사실상 선택하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NEIS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NEIS 이외 대안은 없다'는 전제하에 대응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교육부가 지난 6월 3일자로 각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낸 '세부시행지침'에서도 특정학년 구분 없이 별도예산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CS, SA 프로그램을 수정, 보완하여 지원할 수 없다'는 항목이 들어 있어 교육부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법과 원칙을 입버릇처럼 주장하면서 전교조와 합의안을 파기한 것은 전체 교원에 대한 기만이다. 겉으로는 단위학교가 선택하라면서 속셈은 NEIS로 가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전체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네이스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길은 NEIS 폐기뿐이다.  

이 글은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이야기'(http://report.jinju.or.kr/educate/ )에 실려 있는 내용입니다. 그는 '마산여고 교사,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사회교육원 이사장,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