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거제의 항일운동가
거제에서 죽순으로 유명한 마을인 하청면 창동마을은 신가(辛家)들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그 주변으로 대나무 밭이 둘러쳐져 있는데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늘푸른 마을로, 또한 대나무의 굳은 선비사상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곳이다.
신용기(일명 辛鐵)는 창동마을에서 신주병(辛周柄, 1910년대 하청면장)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서 어릴 때 한문수학을 마치고 1909년 10월 1일 거제보통학교(현 거제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는 1912년 거제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대구고등보통학교로 입학했지만, 1919년 3·1민족해방운동 때 동맹휴학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정학을 당했다.
1920년대 한국사회는 사회주의사상이 급속하게 번져 민족해방운동의 사상적 기틀을 마련하였다. 몇몇 민족주의자나 항일운동가들은 사회주의사상에 심취하여 민족해방을 쟁취하겠다고 투쟁하였다. 신용기는 1920년 소련으로 유학을 떠나 사회주의 교육과 사상을 받아들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 당시 신용기는 "1923년 2월 나는 일종의 문학청년이었는데, 블라디보스톡에서 이 방면의 학교, 곧 동양대학(東洋大學)이라는 것이 있었으므로 그 학교의 문과에 입학할 뜻을 가지고 도항하였으나, 그 학교는 러시아의 중등학교 졸업자가 아니고서는 입학할 수 없었으므로 무위도식하고 있던 중에, 그곳의 공산주의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김하석, 한명서 등이 조선인 도항자의 딱한 사정을 돌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들을 방문하여 대학입학을 주선하여 줄 것을 부탁하여 보았으나 허사였다. 이때에 김찬이 러시아로부터 귀국하는 길이라고 하면서 앞의 사람들을 방문하였기에 거기서 만나게 된 것이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그는 김찬과 함께 러시아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는데 예정과 달리 이르츠크군정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1923년 4월에 김재봉과 함께 그는 조선으로 귀국하여 조선공산당을 조직할 목적으로 지하활동을 시작하였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하기 전에 국제공산당의 명의에 따라 이르츠크파 거두인 이동휘, 정재달, 한명서에게 "직접 조선에서 공산당을 결성할 수 있도록 활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조직은 꼬르브로(내지부)라는 조선공산당 전신을 창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용기는 꼬르브로 공산청년회를 조직하는 임무을 맡았다. 조선으로 귀국하기 전에 모스크바 극동인민대회에 참가하였다가, 1922년 겨울 베르프네우딘스크 연합대회 때 이르츠크파에 적극 가담하는 핵심 혁명가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선으로 귀국한 그는 1923년 7월에 신사상연구회를 조직하였고, 같은 해 6월 꼬르브로 국내부를 조직하여 신용기는 공산청년회 책임비서를 맡았다. 1924년 2월에는 신흥청년동맹을 조직하면서 청년혁명가들을 동참시키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 당시 청년혁명가로는 신용기를 비롯한 김재봉, 전무, 이영 등이 있는데 대부분 조선공산당 주요 핵심간부로 활약했다.
신용기는 북풍회, 화요회, 꼬르브로 국내부 공산청년회 책임비서 등을 거쳐 1925년 5월에 러시아에 파견되어 국제공산당에 국내상황과 국내공산당 상황을 보고하였다. 그는 맹렬한 공산주의 활동 전개중 불시에 검거되는 불운을 겪는다.
그는 "나는 1923년 9월경에 경성 종로경찰서에 검거되어 그 해 10월경에 출서(석방)하였을 때에는 이미 김찬 등의 행동이 착착 성공하여 나의 활동여지가 없게 되었으므로, 나는 북풍회계의 송봉우, 서정희, 김약수 등과 교류하게 되었는데, 1924년 3월에 이르러 내홍(內訌)이 표면화되었으므로 청년회의 책임 지위를 사퇴하였을 뿐 아니라 청년회로부터도 아주 탈퇴해 버렸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 당시 홍증식은 "신철은 김찬 등과의 어떤 감정상의 충돌이 있었던 모양으로 이미 북풍회로 가버렸으므로 하등의 관계도 없었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그는 1924년 11월 25일 북풍회를 결성하였고 12인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국 각 지역을 돌며 강연회 강사로 활동하였다. 1924년 3월 9일부터 4월 13일까지 서조선대에 참여하여 사리원에서 "조선청년의 책임"이란 강연을 했다. 그는 "사회운동이 본질적으로 무산대중 자체의 운동인 이상 우리는 어디까지든지 현실에 입각한 대중의 실제적 요구에 응하여, 종국의 이상으로 향하여 매진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새로운 사회로!
신용기는 꼬르브로 국내부 공산청년회 책임비서를 사퇴하면서 박헌영(경성콤 당수, 조선공산당 당수)에게 넘어갔고 북풍회 리더로 활동하면서 조선공산당을 창건하면서 직간접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1924년 4월에 모스크바에 있는 이동휘를 만나 조선내에 진행되고 있는 공산당 상황을 보고하고, 같은 해 7월에 귀국하였다. 그는 귀국하면서 조선내의 공산주의 운동에 대해 언급했는데 조선공산당 창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그는 "당 및 청년회간부는 거의 화요회 간부로서 이를 충당하고, 네 개의 단체(화요회, 북풍회, 조선노동당, 무산자동맹) 가운데 북풍회는 김약수, 송봉우를 간부로 하였고, 노동당은 제외되었다. 이에 서울청년회와 노동당, 북풍회는 국제공산당에 대하여 그 불공평을 항의하고 1925년 6월을 전후하여 경성을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여 동지를 규합하고, 그해 10월 중순에 모스크바에 이르러 국제공산당에 대하여 극렬 항의한 결과 이들 3개의 그룹을 공산단체로서 승인하고, 동시에 3개 단체는 조선공산당에 대하여 투쟁하지 않을 것, 다음 해인 1926년 1월에 블라디보스톡으로 돌아왔다."라고 술회하였다. 그는 북풍회의 연락관으로 블라디보스톡에 남아 국제공산당과 국내 공산당의 긴밀한 연락책을 맡아 활동하였다.

시인이자 위대한 혁명가!
그는 러시아에 거주하면서 일본 후쿠오까(북강대학) 의과를 졸업, 본 대학병원 연구 교수로 활동하였다. 또한 구주제국대 의학부에서 수학하고 한방연구소를 개소하였다. 1930년 고향 하청면으로 귀향하여 의원을 개업했다. 하지만 거제경찰서에서 의원자격증이 없다고 검거하였으나 거물이라는 이유로 경남도경에 연락하여 처분을 기다리고 있던 중에, 경남도지사는 그의 능력과 활동을 높이 평가하여 개업을 허락한 이야기도 있다.
또한 부산 광안리에 "대방의원(大邦醫院)"을 개업하였고, 일반 시민, 극빈자나 소작농 등에 무료로 진료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1929년 2월 2일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조선공산당 제4차 혐의로 서대문형무소에 징역 3년형을 받고 수감되었다. 그는 1931년 9월에 출옥하여 부산에서 절명(絶命)할 때까지 의원을 운영하였다.
또한 그는 시인이기도 했는데 전국을 유람하면서 지은 시들이 몇 편이 남아 있다. 이 시들은 일제 때 백두산, 금강산, 압록강 주변을 보면서 감흥에 젖어 기록한 시들로 문학적 깊이가 있는 내용들이다. 여기서《절벽》이란 시를 보면,

미장벽(美丈壁) 허리끈어 멫 사다리 올여맨고
청의홍군이 발-떨고 지나가니
독도(獨道)에 어련 아창(我滄)가 저렸턴가하여라.

일제의 식민지 아래서 숨죽여 있는 강산을 보면서 안타까워 울먹이는 지은이 감흥을 쉽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외 시편은《청심무국경(靑心無國境》외 10여 편이 남아 있다.
해방후 여운형 선생, 김약수 등과 교제하였고, 1947년 근로인민당 중앙위원으로 선출되어 민족변혁운동을 전개하다가 1948년 암으로 사회주의 혁명가의 짧은 삶을 마감하였다. 그는 초기 공산주의, 사회주의 운동에 있어 핵심간부로 활동하면서 박헌영, 여운형 등과 교제했고, 거제 출신의 양명, 윤일 등과 함께 항일 혁명가로 길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