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째 진행된 모래유실 현상은 심각한 문제
- 공단·통영시 관리주체 달라 협의 제대로 안돼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비진도 해수욕장이 지난해 태풍 매미의 피해로 기반시설과 백사장의 모래가 유실됐지만 당국의 늑장 대처로 개장이 어려운 가운데 한철 민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몽돌밭과 백사장을 양쪽으로 둬 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천혜의 비진도 해수욕장은 현재 지난해 태풍으로 해안도로변 옹벽과 샤워시설 등 기반시설이 파괴된 채 태풍피해 반년이 넘었지만 오는 11월 13일 완공  예정으로  이달 18일  도로 복구공사에 착수하는 등 이제야 공사를 시작해 올해는 개장이 어려운 상태다.

더구나  절반여의 백사장 모래가 흔적없이 유실돼 돌맹이와 바위가 돌출돼 있는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던  옛 명성이  사라진 가운데  모래를 유입하지 않을 경우 통산 7월 10일 예정인 해수욕장 전면 개장이  어려운데다  공원관리공단이  반쪽 개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공사현장 안전문제 등을 고려하면 반쪽 개장도 사실상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이유는 종전 예산 지원이 환경부로부터 직접 지원받을 경우 국고에서 100% 지원되므로 시일도 적게 걸리는데 반해 중앙부처의 잘못으로 예산 집행과정에서 이번 태풍피해 복구비 지원금을 지자체로 내려 보내 국비와 지방비로 예산이 분산돼 예산이 부족한 데다 예산집행의 행정 절차가 복잡하게 얽힘에 따른 것이라고 한려해상국립공원관리공단 동부지소는 밝혔다.

동부지소에 따르면 『복구 예산이 경남도를 거쳐 통영시로 넘어오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데다 지자체를 통해 넘어온 예산이 부족해 경남도가 다시 환경부로 부족분을 신청, 지난해 12월 31일에야 전체 예산이 넘어온데다 설계용역사 전자입찰에 1개월이 소요되고 3개월간의 실시설계용역과 공사발주 전자입찰 1개월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한철 해수욕장 개장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남서풍의 영향을 받아 조류에 의해 밀려오던 모래가 선착장과 물량장 건설 이후 모래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해마다 상당량의 모래가 조류와 바람에 의해 유실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진도 외항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모래 유실현상은 선착장 건설이후 모래가 내만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북쪽 외만으로 밀려나가고 있고, 남서쪽에서 올라오는 태풍의 영향과 겨울철이면 강한 바람이 불어 눈을 떠지 못할 정도로 모래가 심하게 날려 몽돌밭 쪽으로 넘어가면서 상당량의 모래가 유실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몽돌밭쪽 모래를 준설해 백사장으로 옮겨줄 것과 조류에 의해 모래가 양쪽으로 왕래할 수 있도록 섬을 잇는 길로 사용하고 있는 모래톱의 높이를 낮춰주고, 특히 현재 남쪽에 건설된 선착장과 물량장을 모래 유입을 위해 해체하고 주민들의 편의상으로도 용이한 북쪽 마을쪽에 새로이 선착장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항구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관련 동부지소 관계자는 『어떤 요인에 의해 모래가 유실되는지 등 사전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환경부에 내년 예산에서 조사용역비 1억5천만원을 지원해 줄 것을 신청해둔 상태이며 모래유실 방지시설인 방사제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복구공사시 섬을 잇는 모래톱에 흉관을 묻어 양방면으로의 물 흐름을 돕고 기존보다 모래톱의 높이도 60㎝여 낮출 계획이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몽돌밭쪽 모래 준설은 어렵다』고 밝히고, 『어항 시설은 통영시가 관리하고 있어 몇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통영시에 책임을 떠넘겼다.

반면 통영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예전에 북쪽에 선착장을 만들었지만 태풍이 올 때마다 붕괴된 것으로 안다』면서 『예산확보도 어렵고 북쪽은 파도가 심한데다 모래가 많은 연약지반이라 도저히 선착장을 만들지 못한다』면서 『선착장 이전 계획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시설 전반에 관한 통합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해당기관이 관리하는 시설만 멀쩡하면 상관없다는 식이어서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던 비진도 해수욕장은 날로 피폐해져가고 있는 가운데 애꿎은 주민들만 이중고를 겪고 있다.

더구나 수려한 경관으로 알려지면서 10여년전에는 연간 5~6만명의 피서객이 찾았지만 최근에는 절반수준인 3만여명으로 현격히 줄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먼저 모래가 유실되고 있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고, 비단 비진도 해수욕장뿐만이 아니라 타 해수욕장에 대해서도 모래 유실에 따른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실시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기관이 관리주체를 넘어 전체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통영연합신문 김성진기자 2004년 05월 19일 (292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