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그 영원한 그리움' 한국관광박람회 초대 작가 전시회

"사진작가는 자기 자신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육안으로 피사체를 바라보고, 침묵하고 명상의 단계에 들어서야 비로소 셔터를 누른다는 '바다의 작가 이화동'. 기사의 제목을 '바다가 찍은 바다 사진전'이라고 표현 한 것도 그의 아호가 '바다'이기 때문이다.

사력 25년의 그가 <신문>을 통해 세상에 최초로 소개되는 것도 늘 동경해온 수평선 너머의 세계를 닮았다. 이 작가는 청정 해역이 넓게 펼쳐진 거제 섬 출신(일운면)이어선지 남해 특히 거제의 바다와 올망졸망 손에 잡힐 듯 작은 섬들을 앵글에 담는 걸 좋아한다.

"십 수년전 이었죠. 바티칸에 근무했던 수녀 한 분이 지인을 통해 남해안 관광 안내를 부탁해왔습니다. 밤 12시경 거제 '여차' 라는 곳에 모셨는 데, 그 수녀님께서 수면에 내려앉은 달빛에 탄복해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세상 모든 사물은 빛이 비치는 각도와 보는 방향에 따라 변화 무상함을 오랜 세월 작품 활동을 통해 그는 터득했다. 낮에 보는 여차'의 아름다움도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밤 12시부터 새벽 3시사이에 보이는 것과는 또 다른 오묘한 세계를 알게 된 것도 남달리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분이다.

은빛에서 황금빛으로 변하는 바다
경남매일 기자시절이었다. 자가용이 없던 시절이라 퇴근 후 곧바로 거제행 버스에 올라 거제를 찾았다. 어느 날인가 그날도 바다에 심취해 명상을 하던 중, 달빛에 비쳐 은은한 은색이던 바다가 어느 순간 온통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명상속의 환영인 줄 알았으나, 그것은 해와 달이 빚낸 오묘한 작품 그 자체였다. 순간 그는 온몸에 환희의 전율을 느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오는 6월3일, 그가 '바다. 그 영원한 그리움'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다.
한국 관광협회 중앙회가 주관하는 '한국국제 관광 박람회'의 초대 작가로 초대를 받았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2001년 '아포리즘(경구. 깨달음)'이란 테마로 첫 번째 세상 나서기에 이어 다섯번째다. 전시되는 작품은 15년간 거제 일대의 섬과 달빛에 비친 그의 영원한 동경 을 담은 것이다. 그의 작품은 수평선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있어야 비로소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아낙과 낙조의 오묘한 조화를 담은 작품도 전시된다.

그가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주 우연한, 아니 누군가 미리 정해준 것이다. "고교시절 카메라 샾 앞을 지나는 데, 진열된 카메라가 그렇게 멋있게 보였죠"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친구로부터 중고 카메라를 구입해 보이는 대로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던 중, 구 경남매일 왕수한 사장의 눈에 들어 유일한 고졸 카메라 기자가 되어 영욕의 역사의 현장을 담기도 했다. 본격적인 사진 수업을 받은 것도 이 시기였다. 당시 경남지역에는 사진영상학과가 없어 대구의 경일대학교 야간부에 등록해야 했다. 등·하교의 어려움은 본격적인 사진을 전공하는 재미에 느낄 새도 없었다. 그런 그의 열성은 4학년동 단 한 학기만 빼곤 장학금을 받을 정도였다.

고통과 환희가 교차하는 작가의 삶
""87년 6월, 민주화 열기가 한창일 때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양덕 파출소가 불타고 있는 광경을 촬영하던 중, 누군가가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실신해 12바늘을 꿰맸습니다. 아찔한 순간이었죠"
카메라를 맨 이후, 고난도 있었지만 희열을 맞본 적도 많았다.

""2002년 아시안 게임 오피셜 포토 그라퍼에 선정되어 활동하던 중, 조직위에서 발행하는 영자 신문 1면에 제가 찍은 사진이 대문짝 만하게 실린 적이 있습니다. 신문 편집 마감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춰 전송한 '한국-중국' 여자 핸드볼 결승전 사진이었는 데, 아시아 각국에서 온 언론인과 선수단들이 신문에 게재된 사진을 보고 감탄할 때, 또 한번 환희의 전율을 느꼈습니다"

2000년도엔 부산에서 전라도 벌교까지 '국도2호선 700리 길을 걸으며 사람사는 모습을 남기기도 했다. 꼬박 25일이 걸렸다. 벌교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아낙들의 모습이 황혼빛에 먹빛으로 변하는 모습도 담았다. 바다 작품과 함께 가장 아끼는 작품들만 이번 초대전에 전시됐다.

작업수칙 1호, "마음을 버리자"
어느 스님을 만났다.
""스님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잘 찍으려고 하는 마음을 버려야제..."
그의 사진 작업 제1수칙이다. 초라한 <우리신문> 사무실에서 취재를 당하는(?) 그의 눈이 불교에 심취한 탓인지 '잔잔하고 평화로운 남해의 푸른 바다를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바다에 기자의 정신도 이미 빠져 들어버렸다.

(에필로그)
나는 사진을 찍지만,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다.
필름에 담기는 순간
그것은
이미 내마음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 경남우리신문 김 욱 기자.kimuk@ur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