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자금 조사하라" "당사 가압류 해제"
우리당 92년 대선자금 검찰 수사 촉구 '역공'
한나라 여론추이 보며 '멍에 벗기' 속도조절

여야는 전날 나온 '안풍(安風)'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무죄판결과 관련, 6일 '2라운드' 공방전을 이어갔다.

열린우리당은 전날의 당혹스런 표정에서 벗어나 이번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을 촉구하면서 'YS(김영삼 전 대통령) 비자금'의 국고 환수 조치를 검토키로 하는 등 역공에 나섰다.

이날 당 중진들로 구성된 기획자문회의에서 임채정 위원장은 안풍 판결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을 것이고, 밝혀야만 하고, 그것이 바로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의지의 표현이자 정의의 문제"라며 "1992년 YS의 대선자금에 대한 조사를 (검찰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천정배 원내대표도 "안기부 자금을 횡령했든지, 대통령 당선 후에 받은 자금이든지, 이런 자금을 안기부라는 국가 권력기관을 통해서 보관하고 운영하고 있다가 그것을 당시 여당의 선거자금으로 썼다고 해도 한국사회의 커다란 병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두기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YS자금이 열린우리당측이 준비 중인 불법정치자금 국고환수에 관한 법의 적용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에 "법 제정 이후의 불법자금만 할 것인지, 아니면 법 제정후 불법정치자금으로 판결이 난 불법자금도 환수 대상으로 할지 입장차가 있지만 (조만간) 하나의 입장으로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국고환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무부가 안풍 재판 승소를 상정해 지난 5월 취한 시·도 당사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는 등 안풍 '멍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물론 한나라당은 고법 판결만 갖고서 가압류 해제를 요청할 경우 여론의 저항에 부딪힐 것을 우려,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 뒤 추진한다는 방향으로 속도조절은 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총풍, 세풍, 기양건설에 이어 안풍도 근거 없는 정치공작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며 "이같은 4대 정치공작사건으로 국민을 기만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마땅히 사죄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도 "여러 가지 정치공작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바 크다"면서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될 때가 됐다고 본다"고 가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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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너무 잘 잤다... 한마디도 안할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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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풍사건'과 관련해 안기부 예산 횡령 혐의에 대한 무죄선고를 계기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관심에 집중된다.

YS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와 별개로 19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 때 신한국당 후보들에게 지원된 '선거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정치권은 또다시 '불법선거자금'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YS는 6일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7시30분께 서울 상도동 자택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실내 배드민턴장에 들렀다. 감청색 모자와 흰색 상의, 감청석 하의 차림의 YS는 경호원 6명과 함께 걸어서 도착했고 대기 중이던 사진기자들을 만나자 '수고한다. 왜 이렇게 나왔느냐'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편치 않은 심기를 반영하듯 그의 얼굴은 거의 무표정에 가까왔다.

YS는 곧바로 실내 배드민턴장에 들어가 주민들과 복식 배트민턴을 50분가량 즐겼다. YS는 운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를 했지만 정작 안풍 판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곧바로 뒤로 돌아서 귀갓길을 재촉했다.

배드민턴을 치던 중간에 경호팀 관계자가 '취재기자가 밖에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하자 YS는 '한마디도 안할끼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YS는 또 '어젯밤에 잘 주무셨냐'는 기자 질문에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너무 잘 잤다'고 대답했다.

당당해 보이는 그의 말 속에는 그러나 애써 의연함을 과시하려는 듯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나 4·15 총선에서 아들 현철씨의 정치재개가 무산된 데 이어 강삼재·박종웅 전 의원 등 측근들을 모두 떠나보낸 YS는 50년 정치인생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강삼재 전 의원은 이날 경남 마산시청 기자실에 들러 감사인사를 했으나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은 극도로 자제했다.

상도동 측과 YS의 차남 현철씨도 이날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으며 지난 4·15 총선을 계기로 YS와 소원해진 박종웅 전 의원도 측근을 통해 '더 이상 YS와 관계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