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에 도로내고, 상수원과 고속도로예정지 건축허가 해명없이 '침묵'
권민호 거제시장이 취임한지 9개월에 가까워 간다. 거제시장을 비롯한 거제시청 공무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어떨까. 결론은 아직도 차갑다.

시장은 자신의 집무실을 민원실로 옮기고, 국장들로 하여금 소관 주무과에 사무실을 열어 민원을 적극 챙길 것을 주문하는 한편 관행과 불합리성을 없앤다며 시장실 바닥에 깔았던 동판을 걷어 내고, 서울로 예산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선 실무 공무원들의 공직 사명감은 그 벽이 얇기만 하다.

물론 전체 공무원을 두고 하는 평가가 아니지만 스스로 가슴에 손을 대고 얼마나 달라졌는지 자문해 봄직하지 않은가? 공직자의 사명감은 그 직위 고하를 불문하고 자신의 존재가치와 같다고 해야 한다. 하거늘 오늘날 세태를 보면 정말 아쉽고, 이를 외면한 결과들을 볼 때는 정말로 대단하다 여겨진다. 
 
동남부권 시민들의 생명수인 구천댐 상류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며 건축허가를 주고도 이를 지적하는 보도에 전혀 말이 없다. 이제 이 지역은 속절없이 개발제한 행위가 연쇄적으로 무너지게 생겼는데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발표도 없다. 누군 주고 누군 안줄 것인가? 시민들이 먹는 물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뜻인가?

거제-통영간의 고속도로 예정부지에도 어김없이 건축허가를 내어 주었다. 한번 무너진 뚝으로 도미노현상처럼 연쇄 허가를 양산했다. 아직 고속도로 노선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그렇다면 거제시는 스스로 고속도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많은 돈을 보태서 보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뜻일까?

독봉산 웰빙공원을 가로 질러 특정 개인을 위한 진입로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했다가 경남도의 종합감사와 경찰의 수사까지 초래하는 수모를 당했다. 당초 도시계획 변경 공고문에 의하면 이 도로는 <도시계획시설 진입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도로개설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그 산골짜기에 무슨 도시계획 시설이 있었을까? 서류까지 조작해서 허가를 해주는 공무원들이 있다면 시민은 거제시 공무원들에게서 공직사명감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고도 이런 사례에 대한 어떤 연유도 사후 대책도 시민들에게 발표하지 아니하는 거제시 정말 대단하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할말이 없다.  

지난 13일. 거가대로 접속도로 송정 일대 부실시공 현장을 취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항상 지적사항은 시민들과 시의원이나 도의원들에게서 주로 나온다. 이번 접속도로 부실공사건도 김해연 도의원이 지적했다. 시행주체가 거제시가 아니면 외면 하는가? 우리 땅에서 남들이 무슨 일을 하며 헤집고 다녀도 내가 하는 일이 아니면 수수방관한다는 뜻일까?

결국 공사업체들은 일을 끝내고 가버리면 부실공사 문제들이 터져나온 뒤치닥거리는 거제시가 흔적을 없앤다.  지난 해 신거제대교의 녹슨 가로등도 마찬가지 였다. 대교의 관리가 진주국도관리사무소라는 이유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 관리가 아니더라도 관련 공무원들 중 누구하나 신경 써서 봤더라면, 가로등이 녹이 쓸어 그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터다. 이후 본사에서 기사로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거제시 관할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기자가 직접 진주국도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다.

그 곳 담당자와의 통화... 너무 낯 뜨거웠다. 기사 게재 후 거제시에서 어떤 요청이 없었냐는 질문에 "이상하군요. 거제시에서는 아무런 요청이 없었습니다. 다른 시 같으면, 도색이 아니라 가로등을 통째로 바꿔달라고 난리가 났을텐데 거제시는 조용하군요"라는 답변이었다. 그 후 3개월 뒤. 거제대교 가로등은 국도사무소에 의해 도색됐다.

사등면에 완공된 덕진 아파트.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금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아파트 진입로 때문이다. ‘거제시에 바란다’를 즐겨보는 이들이면 한 때 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진입로 문제에 대한 민원이 게시판에 십여 건 가까이 올라온 것을 알 것이다. 아파트에서 고현방면으로 가려면 위험한 역주행과 함께 시내 버스를 타려고 해도 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하는 지하통로를 건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아파트의 허가 당시 아파트 면적 규모가 기준에 미달해 교통영향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그대로 방치할 일인가?

골프장은 들어서 있지만 장목관광단지는 어디로 갔나? 조선특구를 비롯한 메이페이 리조트는 아직도 잠자고 있을까? 이런 저런 사정들을 챙겨서 독려하고 감시해야 할 시의원들은 외유에 바쁘다. 이런 사정임에도 공직 사명감을 거론하는 내 자신이 아직 순진한 것일까?

흔히들 공직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일본 대지진사건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방사능 피폭으로 죽을 가능성이 매우 큰 죽음의 현장인 자신들의 직장으로 들어간 50인의 도쿄전력 직원들의 이야기를 우리 공직자들도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진정 시민을 위한 공직자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거제시 공직자들이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을 확인하고, 시민의 이익을 직접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폭넓고 공정한 행정을 펼 때만이 시민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