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현철씨 구속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는 부친의 임기 말기에 복역한 바 있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부정부패 혐의로 또 다시 수감되었다니 정말 안 된 일이다. 이 사건은 새로운 수사로 김씨가 과거 외압을 행사할 때 이용했던 비밀 자금망을 지금까지도 유지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드러나게 함으로써 세인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자기 부친의 과거 지역구였던 거제에서 출마를 준비하면서 통신 및 제지업종의 재벌기업인 한솔그룹 오너의 아들인 조동만씨로부터 20억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있다. 김씨의 변호사는 그 돈이 나중에 낮은 인기도로 인해 포기한 선거운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1993년에 조씨에게 맡긴 돈에 대한 이자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과거에 있었던 조사에서 부친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선거자금 중 70억원을 조씨에게 맡긴 사실을 시인했다. 김씨는 정치 기부금과 관련해서 세금을 포탈한 죄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가 나중에 2년으로 감형됐다. 김씨는 6개월을 복역한 후 70억원을 국가에 환수시키겠다는 각서를 쓰고 잔여 형기를 면제받았다. 이처럼 보기 드문 관용은 사법제도가 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대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조씨가 김씨에게 건네준 20억원이 선거법을 위반한 정치 기부금인지 아니면 빌려 준 돈에 대해 터무니 없이 높은 금리로 쳐서 준 이자인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그 돈 때문에 전임 대통령의 아들과 한 사업가 사이의 오랜 유착관계가 드러나게 되었고 결국에는 한 때 한국 정치계에서 외경의 대상이었던 황태자가 두 번째로 유죄판결을 받게 될 수도 있게 되었다. 여기에는 김기섭이라는 제3의 인물이 있는데 과거 국가정보기관의 고위 관리로 뇌물 스캔들과 관련하여 김씨를 보좌한 죄로 실형을 살기도 했던 사람이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 집권 시절에 수차에 걸쳐 했던 바와 같이 김씨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에 대한 구속 영장에 기재되어 있는 혐의 내용에서는 문자 그대로 일하지 않고 번 돈 속을 헤엄쳤던 한 사람을 묘사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아들이 한 번 대가를 치르고도 부패의 끈질긴 손아귀에서 탈피하지 못 한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