꿔준 돈을 갚으라며 채무자 자녀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운 것은 불법적 행위로 채권자는 혼주와 혼인 당사자를 위자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50.서울)는 2000년과 2001년 B씨(54.수원)에게 꿔준 돈 2천만원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던 중 B씨가 지난해 4월 아들 결혼식을 치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 부부는 결혼식 당일 B씨 아들 결혼식장에 찾아가 "왜 남의 돈을 쓰고 안주느냐"고 큰소리 치는 등 10분 정도씩 3차례 소란을 피웠다. 이에 결혼식은 엉망이됐고 하객들은 식사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돌아가 버렸다.

B씨 가족은 폐백도 제대로 못했고 혼인 당사자인 아들 부부는 결혼식 내내 창피하고 부끄러운 마음이었으며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으나 하루만에 돌아왔다.

이에 B씨 부부가 A씨 부부를 상대로 결혼식을 망친데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내자 A씨는 B씨를 상대로 받지 못하고 있던 대여금 청구 소송을 냈다.

수원지법 민사4단독 이완희(李琓憙) 판사는 14일 이들 소송에 대한 선고에서 결혼식을 방해한 A씨 부부는 B씨 부부에게 각 50만원, 아들 내외에게 각 1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사는 판결에서 "결혼식에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소란을 피운 것은 정당한권리행사를 넘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불법적인 행위"라며 "혼주와 혼인 당사자가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그러나 B씨의 시집간 딸이 시부모를 모시고 왔다가 민망해졌고 다른아들은 회사 동료들이 식사도 하지 않고 돌아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위자료를 지급해야할 정도로 고통을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이 판사는 이어 채무를 갚지 않고 있던 혼주 B씨는 차용금 2천만원을 A씨에게지급하라고 판결로 선고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