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통영, 고성 문인협회 자료수집

청마 유치환 시인의 친일작품활동 여부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통영문협이 거제와 고성 문인협회 등 지역의 예술단체와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이 논란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통영문인협회는 15일 통영예총을 비롯한 거제 고성문협 등 지역 18개 예술단체와 공동명의로 청마 유치환의 친일행적을 지적한 민족문제연구소에 항의서를 보내 “청마와 관련된 친일행적이 무엇인지 물적 증거를 제시해 달라”며 “만약 객관적인 근거없이 청마 죽이기에 앞장선다면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협 등은 항의서에서 “청마의 자작시 해설 ‘구름에 그린다’에는 <죄업>, <식목제>, <나는 믿어 좋으랴>, <찬가>, <어리석어>, <진실>, <눈추리를 찢고 보리라> 등 애국애족시가 셀 수없이 많다”며 “해방이후 교육자로 청빈한 삶을 일관되게 살아온 부분은 극구 인정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어찌 그리 돋보기를 갖다 대고 세세한 먼지 하나까지 털어내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작품보다 발표매체를 두고 친일 운운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저항시인 이육사도 42년 조선일보의 잡지 ‘조광’에 수필 ‘계절의 표정’을 발표했는데 이육사도 친일문학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되물었다.

특히 “민족문제연구소는 미세한 자료 한 둘을 발견했다하여 호들갑스럽게 친일파로 몰아대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규정한 바 있다”며 “청마가 이 조건에 한 가지라도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18개 단체가 서명을 한 이 항의서는 통영문협 뿐 아니라 고성과 거제문협 등 지역의 예술단체가 청마의 친일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청마가 친일인사라는 근거는 크게 <수>와 <전야> <북두성> 세 작품과 40년대 일제의 관변단체인 만주협화회에서 근무했다는 기록 등이다.

김재용 교수는 “전야는 당시 학병 특집으로 마련된 〈춘추〉에 발표된 작품으로 조선 출신의 학병들이 정복과 승리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취지의 시”라며 “또 〈조광〉에 실린 〈북두성〉 또한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수립을 축원하는 〈전야〉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대해 통영문협 정해룡 지부장은 “‘전야’‘북두성’ 은 청마가 남긴 1천여편이 넘는 작품 가운데 단 두 작품이며 시인이 ‘조광’‘춘추’ 등 친일적 색채가 짙은 잡지에 작품을 실었다고 해서 작품의 내용까지 친일로 몰아간다면 이 잡지에 글을 실은 수많은 민족시인도 그 부류에 포함될 것” 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시란 해석방법이나 관점에 따라 그 내용을 달리하는데 개인의 주관적인 관점만 내세워 친일로 단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통영문협은 거제 고성 지역 회원들과 함께 청마의 친일논란이 된 부분들에 대한 독자적인 자료를 수집, 청마의 친일논란에 대한 진실규명과 문학정신을 이어가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통영연합신문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