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달석(梁達錫, 1908∼1984)은 거제시 사등면 사등리 성내마을 815번지에서 아버지 양우유(梁右洧)와 어머니 신씨(辛氏) 사이에 융희 2년(1908) 10월 18일 장남으로 태어났다.
16살 때 1924년 통영군 농협에 근무하던 자형의 배려로 통영사립강습소 1학년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현대식 교육을 받아 첫 미술시간에 그린 [연꽃]이 담임 선생님의 칭찬과 더불어 친구들에게 보여졌다. 그 때는 누이의 집이 좁아서 담임 선생님의 배려로 학교 숙직실에서 1년간 지내다가 통영공립보통학교 3학년 보궐시험에 합격, 이 학교의 생도가 되었다. 재학중 늘 성적이 1등이었으며 4학년 때 김천에서 열린 전 조선 소년전람회에 [통영]을 그렸는데 최우수로 당선되었다. 이 때 미술가가 될 것을 다짐하였으며, 5학년 때 진주공립농업학교에 입학시험을 쳐 30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하여 그 학비는 백부가 반, 반은 그가 그린 그림을 팔아 보충하였다.
진주농업학교 3학년 때 전 일본 중등학교 미술전람회가 있어 [농가]라는 작품을 출품했는데 특선되어 상장과 상품이 왔는데도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양달석은 농업학교에 대한 애착심이 깡그리 사라졌다.
이 무렵 광주 학생사건으로 동맹휴학을 한 결과 경찰지서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1932년 가을, 조선 미술전람회 서양화부에서 첫 입선을 했으며 이 전람회를 마친 다음 아내를 처가에 맡기고, 홀로 일본 도쿄에 고학의 길을 밟았다.

조선 미전에 출품하다
1935년 고향 사등면의 면서기 시험에 합격, 3년동안 왕복 20리 길을 통근하면서 대자연과 더불어 항상 그림을 그렸다. 1938년 제17회 조선 미술전에 50호 짜리 [광대패]를 출품했는데 이는 마치 무엇인가를 집어 삼킬 듯한 힘을 가진 농부의 농악을 통한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고, 1939년 제18회 미술전에 [가두의 예술단]을 출품하였으며 그 때는 방랑 예술가의 가족을 힘차게 잘 그렸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1940년에 조선 미술전 출품을 목표로 [목동]이 등장하는 40호 그림을 그렸다. 이는 명태같이 바짝 마른 농촌의 목동들이 다 쓰러져 가는 농가를 배경으로 모여있는 그림이었다. 제목은 [고향]이었고, 이 작품이 특선될 것으로 은근히 믿고 있었는데 결과는 낙선이었으니 여비를 간신히 마련하여 상경, 그 선전보조 심사위원인 일본인 삼목홍(三木弘)을 만나 낙선된 이유를 물었던 바 그는 벌컥 화를 내며 이런 종류의 그림을 그리려면 선전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말하면서 농촌의 참상을 리얼하게 그렸던 양화백의 작품은 조선총독부의 문화정책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즉시 고향 거제도로 내려와 면서기를 사직하고 처와 장모, 두 아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이주했다. 부산의 공원에서 초상화도 그리고, 인쇄소에서 화공노릇도 했지만 도저히 다섯 식구가 살아갈 수가 없어 가족들을 부산에 남겨두고 다시 혼자 일본 도쿄로 돌아가 삼하도(三河島) 노동자 합숙소에 4평짜리 '아뜰리에'를 빌려놓고 필생하는 것을 연습해 그 방면의 회사에 취직을 하고 부산에 있는 가족들을 일본으로 불러들였다.

일본 '독립미전' 입선과 창씨개명
도쿄공업기술학교 제도과 1학년에 입학, 제도학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는데 성적은 우수했으므로 졸업하였다. 또한 도쿄시(東京市) 곡구서정(谷區西町) 정상연구소 설계부에서 근무하던 양달석은 1941년 3월 5일부터 25일까지 도쿄 동창상(東昌上)미술관에서 열린 제11회 도쿄독립미술협회전에 '소와 목동(故鄕)'류의 작품을 출품하여 입선했다. 이 그림은 전시회 때 와세다(早稻田)대학박물관에 판매되었다. 그는 시기에 창씨개명하고 본명 양달석에서 '梁原達錫'으로 바뀌었다.
도쿄에서 가져온 작품 20점으로 통영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대부분의 작품이 관공서에 팔려나가 2년동안의 생활비가 마련될 정도였으며 그 때 동창생들이 환영회를 베풀었는데 주최자는 일본말로 소상하게 도쿄생활을 소개했고 이에 양달석은 한국말로 답사를 했는데 다음날 통영경찰서에 붙들려 가니 '모든 조선(한국)인이 개명을 하는 시기에 조선(한국)말로 답사를 하느냐'면서 뺨을 때리고 장발의 머리를 깍을 수 없다면서 응하지 않았는데 마침 동창 중에 순사가 있어 그 난국을 면하고 나왔다.
조국해방의 가을, 서울에서 조선미술동맹이 결성되었다는 보도를 보고 상경하여 단체성격을 문의하니 친목과 공동발표라 함에 하부하여 회우를 모아 부산미술동맹을 조직, 다음해 2월에 거의 모두가 가입하였고 3.1절 기념전에 작품 한 점씩을 출품하라 하니 30여 명이 모였다.
1946년 3.1절 기념미술전과 동시에 부산미술동맹의 첫 총회를 열었는데 양달석이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시국이 혼란해지자 한국미술협회와 동맹으로 양분되어 미술협회의 취지문에 동맹은 좌익계의 단체라 비난했다. 그래서 불순한 단체를 탈피하기 위해 회원을 모아 한국미술협회로 개칭하고 여기에 위원장으로 재당선되었다.
이 때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는데 어느날 밤 열두시경 형사들이 찾아와 경찰서로 데려가 심한 고문을 하며 빨갱이라 퍼부었다. 이에 취조관에게 일제시대 생활주변을 말하고, 좌우가 무엇인지 공산주의 철학이 무엇인지 배운 일도 도운 일도 없다 하였다. 미술가로서 죽을 고생을 하며 일본인들에게 저항했지만 나라를 되찾은 이 때에 무엇 때문에 나라의 정책을 반대하겠느냐며 항의했다.
그 뒤 가택수색을 한 경찰은 일제시대에 그린 10여점의 작품을 불태우라 윽박질러 할 수 없이 작품들을 불태웠고, 20여일 동안 구류를 살았는데 취조결과 어떤 혐의점도 발견할 수 없어 무죄로 출감되었으나 이로 인해 심한 신경쇠약을 앓게 되었다.
3개월 뒤 경남공립상업학교에서 미술교사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출근하게 되었고 경사아학생미술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고 이론과 실기를 가르쳐 전국 고등학생 미술전에서 최고상 등 많은 상을 탔다.
1946년 가을 부산에서 연 개인전의 작품이 거의 팔려나갔으며, 3년 뒤 수채화를 반수 정도 합쳐 전람회를 연 결과 일반 미술애호가들은 수채화에 깊은 관심을 보여 반이 예약되기도 했는데 경남교육자연합회 이사로 선출되자 동료교워니 과거의 미술동맹위원장이었다는 고발로 재차 20일의 구류를 살고 4년간의 교직생활을 자퇴하였다.

1962년 제1회 경상남도(부산직할시 이전) 문화상 제도가 생겨 상을 받았는데 부산시 문화상에서도 후보자로 선정되어 같은 해에 두 개의 상을 탈 수 없다고 거절한 후로 부산시에 거명된 바 없다.
1960년 서울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때 신문에 그림과 '민요화가 양달석의 반생'이란 제목으로 4분의 1정도로 상세히 보도되었다. '머슴살이에서 비롯된 꿈, 그림에 담아보는 동심에의 애수, 서울서 20여년만에 개인전'이라는 부제아래 쓰여졌다.
그 뒤 서울서 대한미술회원전이 열렸는데 이에 [앵금타느 예인]을 출품했는데 전람회 후 스웨덴 병원 의사들이 아뜰리에를 찾아와 [가두의 예인]을 위시해 왜정 때 그림 12점 모두를 사겠다고 요청해 일제때 작품은 모두 팔렸고, 구라파 등지의 전람회 개최를 원하고 그들의 주소를 적었다.
1973년 한국현대미술관이 개관되어 그는 '한국미술 60년', '대표작가 100인전'에 초대를 받고 무리하게 그림을 그리다 출품전날 완성하고 혈압으로 쓰러져 치료후 두달만에 회복되었다. 치료비 충당으로 아내가 다락에 보관된 그림을 찾았는데 수채화 60여점과 스케치한 것도 있었다.
양달석은 [소와 목동]의 화가로 수많은 미술전과 전람회 그리고 36회에 걸친 개인전을 열었고 경상남도 부산의 미술협회 지부장과 문총지부장 겸직, 경남상업학교의 미술교사 그리고 한국전쟁때 해군종군화가단에서 활동하였고 전람회에서의 입선, 특선에다 경상남도 제1회 문화상, 부산시장의 미술전 수상 등 헤아릴 수 없고, 50년에 걸쳐 2,600여 점의 그림을 그렸고 1984년 향년 76세로 타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