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천성산이 하루아침에 유명해졌습니다. 더불어 꼬리치레도롱뇽도 덩달아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58일간 계속된 단식을 두고 그 내용보다는 기간의 장단(長短)을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관심사가 본질을 비켜간다는 아쉬움도 잠시, 단식을 풀고 회향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며 가슴 한 켠을 쓸어내렸으리라 봅니다.

모든 산이 아름답지만 천성산은 머리위에 습지를 이고 있어 그 신비함을 더하는 산입니다. 화엄늪과 밀밭늪에는 습지에만 서식하는 여러 동식물이 살고 있어, 기껏 산 정상을 향해 등산을 하다가 고층 습원을 만난다 생각하면 이 또한 신기하고 신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덩달아 자신의 존재를 전국에 알린 꼬리치레도롱뇽은 새끼 시절에는 깨끗한 1급 수질의 물에서 살고, 어른이 되면 땅에서 생활하는 양서류의 일종입니다. 일반 도롱뇽과 꼬리부분이 몸보다 길어 치렁치렁 화려하게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꼬리치레도롱뇽 외에 국내에는 북한의 ‘네발가락도롱뇽’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의 ‘제주도롱뇽’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는 일반 ‘도롱뇽’ 등 3종이 있습니다.

생명에는 경중이 없다

한국의 이런 도롱뇽들은 ‘체외수정’이란 묵은 방식으로 그들의 역사를 만듭니다. 이것은 한국의 도롱뇽이 갖는 특이한 현상으로 주목되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도롱뇽의 95%는 수컷이 정자주머니를 물속에 낳으면 암컷이 이를 배설강으로 빨아들여 ‘체내수정’을 합니다. 진화적으로 체외수정은 체내수정보다 원시적인 생식 방법임을 감안해보면 즉 한국의 도롱뇽이 상대적으로 오랜 역사를 갖는다는 의미도 되는 것입니다.

부산시청 앞 단식에 이어 세 번째 단식인 이번 청와대 단식의 결과는 ‘정부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인 경남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를 다시 중단하고 기존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실시키로’하고 잠정 중단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지율스님의 단식을 두고 가히 폭력적인 의견개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혹자는 국책사업이 지나치게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기우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정부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추진하고 있는 국책사업을 시민단체의 압력에 밀려 스스로 중단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명색이 국책사업인 만큼 엉터리로 작성된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대형 국책사업을 실시해서는 안 되며, 정확하게 다시 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은 너무나 상식적인 주장입니다. 반면에 환경영향평가가 대단히 부실로 작성되었음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는데도, 이 엉터리보고서를 토대로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정부나 고속철의 입장은 누가 보아도 안 될 말, 틀린 말입니다.

공사로 인한 영향을 예측하는 보고서가 엉터리로 작성되었는데도 그것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은, 결국에 가서 대형 참사를 불러오는 것임을 쉽게 예견 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이번의 경우는 대형 참사라고 해봤자 산지 습지를 훼손하고 수 십 종류의 법정보호종이 사라진다는 정도 아니겠느냐, 그것이 무어 그리 대수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 피해는 인간

‘대형 참사’라는 것이 꼭 다리가, 빌딩이 무너져서 사람이 많이 죽고 다치는 것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이즈음 그리고 앞으로의 대형참사는 자연재해로부터 옵니다. 자연재해는 자연이 병들고 부실하여 생기는 ‘재해’와 ‘난리’입니다. 사람들은 자연재해를 우려하고 자연재해를 예방하자고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그 방법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하거나 알아도 도외시합니다. 생명에는 경중이 없습니다. 사람의 한생명이나 작은 파충류의 한생명이나 당사자에게는 오직 하나뿐인 삶이요, 하나뿐인 목숨이며, 전부인 것입니다. 개미들의 세상에서는 자신들이 가장 중심의 위치에 놓일 것이요, 물새들의 세상에서는 자신들을 기준으로 세상의 시계는 돌아갈 것임이 자명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구의 주인임을 자처하며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추켜세우고는 만물을 몰살시키는데 매우 탁월한 재주를 발휘합니다.

지율스님이 58일이라는 참혹한 시간을 통해 좀처럼 열리지 않는 가슴들을 두드리며 호소하고자 했던 것은 한 개의 한 봉우리의 천성산, 한 마리의 도롱뇽이 아니었습니다. 인간만을 기준으로, 혹은 지구공동체에 대한 외면과 무지로, 지금도 전국곳곳에서 행해지는 뭇생명들에 대한 무자비한 타살을 중단할 것을 서원하는 눈물의 기도와 피 끓는 호소의 행위였습니다.

선택은 언제나 빠르고 후회는 날마다 늦어야 하는, 이 어처구니의 악순환을 우리는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