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의 문제’입니다.

하나의 조직체가 잘 이끌어지는 것도, 멋지고 신선한 기획으로 조직체는 물론, 주변까지 환한 미소로 응답하게 만드는 일도, 속 깊이 들어가 살펴보면 꼭 보석 같은 그 누군가가 있습니다.

환경문제 하나를 두고 한 십년 관여하다보니 특히 이 말이 실감날 때가 많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마인드가 어떤가에 의해 그 도시의 환경이 좌우되고, 한 회사의 리더나, 환경담당 책임자의 의식정도에 따라 기업의 환경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됩니다. 훼손을 담보로 한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는 단체장이 앉으면 재임기간 4년만에 지방의 산하들은 사지가 결딴나고 맙니다. 환경문제가 별거냐고 생각하는 기업의 책임자가 오면,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은 물론, 주변의 죄 없는 주민들이 오염 속에 방치되어 시나브로 병들어가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의 영욕의 흐름에 따라 왔다가 가면 그만입니다. 자신의 세계관이나 철학이 빈곤하든 풍요롭든 아무런 상관없이 다만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어려운 판단을 아주 쉽게 결정하는 우를 범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지난 수 천년동안 자연이 저 혼자 공들여 ‘건설’한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단 몇 년만에 형체의 주소를 가름할 수 없도록 해놓고는 ‘모르쇠’하고 떠나버립니다. 누구도 책임을 묻지도 않고 책임지는 일도 없습니다. 아무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실패가 실패를 거듭해도 사람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실패와 잘못은 오늘도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는 사이 이 땅은 신임 권력자들의 시험장으로 변해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단체장이 도시환경 좌우

그래서 자연훼손을 담보로 하는 개발사업들은 아예 공약조차도 내지 말 것이며, 당선된 이후, 여러 요로의 압력과 유혹이 있더라도 차라리 복지부동 하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후손들에게 욕을 덜 먹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입으로는 천혜의 자연자원이라고 하면서 손으로는 하늘이 만들어준 자원을 서로 앞장서서 훼손하고자 하는 자치단체의 장들은 그냥 임기 내내 복지부동, 가만히 계시기라도 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거제에서는 세계 2위를 자랑하는 대형 조선업체가 지역의 단체나 개인에게 ‘환경대상’을 설정하여 시상하겠노라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한국능률협회로부터 환경경영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수 년 전에는 ‘그린조선’을 선언하여 지역인 및 여러 언론으로부터 칭찬을 받았습니다. 지역의 환경단체는 혹시나 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아니나 다를까 그간의 선전들이 ‘립 서비스’요, ‘속 빈 강정’임이 드러났습니다. 그들은 법을 악용하여 대기배출시설 의무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장을 키워 수 만톤에 달하는 페인트 분진과 대기 오염물질을 우리들의 숨구멍인 하늘로, 무단으로 방류하고 있었습니다. 유독성 폐수와 가스가 발생하는 도금공장의 벽면은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방치되어 있었으며, 수 천명이 근무하는 130만평의 공장에 환경전담부서 조차 없이 대충 운영하고 있음이 지적되어 사회적 논란을 야기시켰습니다.

이제는 기업행위나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정책마저 기후변화 협약에서 보듯 지구적인 문제에 이르고 있어 세계적 추이를 알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회사 내 환경관리가 왜 이렇게 엉망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 회사 담당자는 실험적으로 조직을 개편하였다고 합니다. 그런 실험은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20여 년 전에 이미 완급을 조정하고 시행된 것이었음을 몰랐던 것입니다.

후손에게 욕먹지 말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그 정도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에게 환경업무를 맡긴 것은 그 기업이 그 정도의 환경인식을 갖고 있다는 다른 증명이기도 한 것입니다.

문제가 있는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국은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 수많은 현장 감시 활동을 통해 얻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제주도 속담에 ‘무식한 돼지 잡아나 먹을 수 있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지한 사람은 짐승들처럼 잡아서 먹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한사람으로 인해 두고두고 골칫거리를 앓는다는 말의 다른 표현입니다.

기업은 결국 상품을 팔아 이익을 추구하고 경제성장의 원리에 따라 흥망성쇠하게 마련입니다. 전국의 산야를 대상으로 골프장으로 도배하겠다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자치단체의 시장이야 몇 년 하다가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은 수천 수 만년 동안 하늘과 땅이 만들어 준 값지고 귀한 재산입니다. 인간이 더 이상 손 볼 것이 없는 완벽한 작품들입니다.

사람은 결국 자연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과학적 진실을 가슴으로 인식하고 부디 겸손한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래봤자 우리 인간은 100년도 못살고 지구를 떠나지만, 지구의 무구한 역사 이래로 자연은 존재해 왔습니다. 수 백년전의 유물들은 문화재로 지정, 보호하고 있으면서 어찌하여 그 연대와 나이를 셀 수 없는 지구적 작품은 호시탐탐 망가뜨리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어떻게 해 보려고 밤낮으로 궁리하는 저 대상은 정복과 훼손의 대상이 아니라, 경외와 보존의 대상입니다. 그들이 온전히 평화롭고 안녕할 때, 그 속에 깃든 우리 인간도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