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부산민예총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함께하는 예술인'(2004, 겨울호)에 게재된 "경남.부산 친일예술인연구" 내용입니다. 5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편집자 주-

유치진(柳致眞, 1905∼1974)

1905년 경남 거제 둔덕에서 태어났다. 1940년 조선극작가동호회 회장, 조선연극협회 이사, 1941년 현대극장 대표, 조선문인협회 상무간사, 1943년 8월 25일 대동아문학자대회 2차대회 참가, 1944년 6월 조선문인보국회 극문학부 회장, 1945년 조선문인보국회 평의원 등을 지냈다. 그는 한국 연극계의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기도 하지만, 친일연극의 대부로 양면성을 보여줬다.

그는 1941년 1월 3일에 [국민연극수립에 대한 제언]({매일신문})을 게재하여 "국민극은 신체제에 부합"한다는 말을 했다. 1940년 이후로 황민화연극(국책극)의 이론을 정립하고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는 일제의 국책극(國策劇) 추진운동자의 일인으로서 1941년 6월 극작가 동호회원들의 소위 이념을 체득하여 그에 부합하는 희곡 생산에 노력한 바 있었는데, 그 기본적 사실로는 1941년 7월 국민극 희곡 모집을 할 때 그는 극단측 심사원으로 송영과 함께 참여했다. 또 1942년 4월 국책연극 [북진대]를 원작하였는데, 이것은 대화숙 주최로 부민관에서 3일간 공연하였고, 그 외에도 1943년 11월 국책 경연극 [황해](함세덕 원작)를 연출했다.

1940년 12월 23일 조선연극협회가 결성되면서, 전 조선의 극단을 통합함으로써 전시체제에 부합하는 "국가 이념에 기할 새로운 연극 이상의 지도자와 연극인 상호간의 친목을 그 목적"으로 결성되었다. 그는 [연극계의 회고]라는 글에서 조선연극협회가 "… 신체하의 국민연극은 대열(擡閱)하고 그 이론과 실천의 제일보가 금년 연두로부터 개시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1941년 3월 총독부 연극 담당 사무관 나라데가 주도하여 직접 현대극장을 결성하여 국민연극을 표방하면서「흑룡강(黑龍江)」(1941. 6)을 출품했다. 유치진은 이 작품에 대해 '만 2년에 걸쳐 5차의 퇴고를 거듭한 조심루골(彫心鏤骨)의 야심작'이며,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기질에 다이나믹한 박진력을 살려, 보다 높은 이념으로 승화시킨 낭만을 내 나름대로 추구한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만주를 낙토로 설정, 우리 민족을 개척 이민으로 보내는 일제의 정책을 담은 내용이었다. 이어서 [흑경정(黑鯨亭)](1941. 9), [북진대(北進隊)](1942. 10월까지 공연) 등을 공연하였다.
특히 [북진대(北進隊)]는 친일파 이용구의 활동을 그리고 있는데 북진대로 일컬어지는 일진회는 1904년 8월부터 시작해 다음해 3월에 완전하게 결성되었다. 1904년 8월 18일 윤시병을 회장으로 유신회가 발기되고, 2일 후에는 회명을 일진회로 개명했다. 회장은 역시 윤시병이었지만 회원은 경성을 중심으로 해 300명 이상이었다.
또한 그는 "한일병합에 의연히 매진함으로써 조선이 나아갈 길을 명시한 것으로, 금일의 내선일체는 명일의 대동아 건설의 초석이 된다는 선구자적 기개를 그려낸 군중극이다" 라고 강한 어조로 말하였다.
동생 유치환이 만주 하얼빈 자유농장으로 이주한 당시에 그는 [개척과 희망]({매일신문}, 1942. 7. 30∼8. 5)이란 글을 게재하여 만주개척이민을 홍보하였다. 그는 유치환이 있던 하얼빈과 간도를 방문하여 [만주 분산 개척민촌을 보고]({춘추}, 1942. 9)라는 기행문을 게재하였고, [개척농민시찰](좌담회)을 통해 만주개척이민에 대한 홍보를 펼쳤다. 이는 그의 작품 [대추나무]로 표출되었다.
유치진은 현대극장을 운영하면서 조선연극협회와 총독부 정책을 홍보하는 연극을 지방을 순회하면서 펼쳤고 내선일체에 담긴 내용을 공연하였다. 이에 조선연극협회 주최 총독부 정보과 후원으로 1942년 9월 중순부터 약 2개월에 걸쳐 경성 부민관에서 개최된 연극경연대회는 전조 20여 단체중 엄선된 아랑, 고협, 청춘, 성군, 현대극장의 5단체가 출장 경쟁하였다. 이 대회는 총독부상, 작품상으로 정보과정상이 있었고, 그외에도 연기상, 연출상, 장치상 등이 설정되어 있었다.
유치진은 경연대회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작품은 [대추나무]로 개척이민에 대한 내용으로 이후에 총독부 상을 받지 않았으며, 총독부의 지시에 따른 소극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문단의 중요행사로 1942년 이후 매년 1회씩 3회에 걸쳐서 개최된 대동아문학자대회가 있었다. 대동아의 문예부흥을 목표로 내걸었던 일본의 전시문화공세의 한 종류였다. 대회에는 불령(佛領) 인도지나·태국·필리핀·버마·자바 등 남방 위성국가도 참여시킬 예정이었으나 제공·제권을 상실하고 있던 관계로 남방 각국이 불참한 채 일본·만주·조선·대만·중국(화친파)의 문학자 대표들로서 대회가 진행되었다. 일제는 대회 경비의 일체를 지원했다. 대동아문학자대회의 개최지 및 조선측 대표 명단은 다음과 같다.
제1회(도쿄) 박영희·유진오·이광수·가라시마(辛島 驍)·쓰다(津田剛), 제2회(도쿄) 유치진·김용제·이석훈(불참석)·유진오·최재서·쓰다, 제3회(남경) 김팔봉·이광수 등이다.

다음으로 유치진은 국내에서 진행된 "부여신궁의 창설"에 참여하였다. 이는 총독부 미나미 총독이 내선일체의 역사가 멀리 백제시대에 소급한다고 해서 이른바 일선동조근론(日鮮同祖根論)을 주장하였다. 즉 "1천3백년 전 6대 제왕(諸王)의 120년 동안 일본과 삼국, 특히 백제와 골육에 지나진 관계"가 있었다 해서, 그 유적지라는 부여에다 부여신궁을 건설하였다. 1940년 7월 30일, 미나미 이하 각계 요인 참석하에 기공식, 즉 지진제(地鎭祭)를 거행했으며, 총 경비 300만원 예산이던 이 부여신궁에는 백제와 교섭이 깊었다는 일본의 오오진(應仁)천황·사이메이(齊明)천황·덴찌(天智)천황과 징구(神功)황후의 영을 모시게 하였다.
1941년 5월 24일 신봉조(辛鳳祚, 辛島純)가 회장이던 황도학회도 성추부대를 모집 파견하였다. 문화진영에서는 1941년 2월 9일에 문화인 성추부대를 결성 파견했다. 유치진은 조선연극협회 임원으로 참여하였다. 또한 부여신궁(夫餘神宮)에 관하여 [아름다운 신도(神都)]({新時代} 1941. 3)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하였다.
그는 {국민문학} 1943년 6월호에 발표한 [싸우는 국민의 자세]를 통하여 이렇게 말했다.

"다행히 일선의 황군(皇軍)이 굳게 전선을 지키고 있는 덕택으로 우리는 적의 위협을 직접 받지 않고, 일상생활에 다소의 부자유를 느끼면서도 너무나 안이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마음은 때때로 해이해져, 우리나라가 지금 정전의 와중에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기도 한다. 세계의 지도는 지금 색깔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라고 대동아공영권으로 나아가는 것을 역설하였고, 조선민족의 청년들이 전쟁터에서 죽어 가는 것을 극찬하기도 하였다.
주요 작품은 [대륙인식](1940. 7, 인문평론), [국민연극 수립에 대한 제언](1941. 1. 3, 매일신보), [신체제하의 연극](1941. 2, 춘추), [아름다운 도시](1941. 3, 신시대), [연극계의 회고](1941. 12, 춘추), [축 싱가폴 함락](1942. 2. 19, 매일신보), [북진대 여화](1942. 6, 국민문학), [개척과 희망](1942. 7. 30∼8. 5, 매일신보), [극장은 연극을 결정한다](1942. 9, 신시대), [만주분산개척민촌을 보고](1942. 9, 춘추), [대추나무](희곡, 1942. 11∼43. 1, 신시대), [싸우는 국민의 자세](1943. 6, 국민문학) 등이 있다.

신고송-문예봉 등, 친일연극영화 앞장서

친일단체인 국민연극연구소는 통영지역서 노무자 위안공연을 열었다. 국민총력조선연맹과 경남도연맹 주최로 열린 공연은 함대훈과 유치진이 대표로 있는 현대극장 단원들이 동행했다. 신고송은 경남의 대표적인 계급주의 작가로 1932년 일본 '동지사'에서 활동, 1935년 카프 해체 뒤 서대문형무소에서 징역 4년을 살았으며, 친일단체 연협회원으로 1943년 9월 16일 제2회 국민연극경연대회에서 극단 고협의 [아름다운 고향](김태진 작)을 연출했으며, 1944년 10월 12∼13일 부민관에서 연극인총궐기 예능제를 개최하여 집체 창작의 [怒りの亞細亞]를 공연하였다. 각본은 유치진, 송영, 김태진, 임선규, 박영호, 조명암이 3일간의 철야 끝에 공동 구성하였고, 안영일, 이서향, 박춘명, 신고송이 공동연출을, 원우전, 강호, 김일영, 김정환이 공동장치를, 서영덕, 송희선, 박시춘이 공동작곡을, 조택원, 김민자, 정정승이 안무를 맡아서 진행하였고, 출연자에는 황철, 신불출, 이동백 등 150여 명의 연극인, 연예인이 출연하였다.
또한 대화숙 김해지부는 징병제 실시 감사와 국어보급을 위한 연극회를 국민총력김해군연맹 후원으로 개최하였다. 이때 참여한 연극인은 우대신(禹代伸), 백원양자(白原洋子)이며, [형 돌아오다(兄歸り)]와 [함락의 날(陷落の月)] 등을 공연했다.
  
영화 분야에서는 문예봉과 김소영 등이 출연한 육군지원병에 나가는 것을 그린 [그대와 나(君の僕)]를 경남과 부산 전역에 상영하면서 국방헌금 모금의 도구로 이용하였다. 특히 문예봉은 부산 지역을 방문하여 영화를 선전하고 관객을 모으는데 열중하기도 했으며, "결사의 각오로 영화를 촬영했다"고 말했다. 또한 재향군인회 진주분회는 징병제 실기 기념으로 영화 [조선해협]을 상영하고 출연배우들을 초청하여 강연회도 열었다.
다음으로 부산 출신의 방송인 최팔근은 조선어 나니와부시(浪花節) 창시자이며, 조선방송협회 전속으로 활동하였으며, 친일단체 조선연예협회 발기인으로 "반도민중의 국정인식을 주고 장래 촉망되는 인물"로 명성을 떨쳤다. 1941년 4월 29일 부산극장에서 [백제의 명검], [이인석(李仁錫) 상등병], [칠복의 출세](최팔근 구연), 대화만담 [춘풍](박천복·조란) 등을 공연했다.
또한 손일평(孫一平)과 최팔근은 조선연예협회와 연극협회 평의원을 맡으면서 1944년 2월 19일 부산 일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무용분야에 최승희(崔承喜)는 경남과 부산에서 1941년 4월 여러 차례 공연을 가졌으며, 부산일보를 직접 방문하여 국방헌금 1천원, 경남군사후원연맹에 1천원을 내는 등 일제에 협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