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업만 20여 년을 넘게 했지만 요즘처럼 주말 장사가 힘들긴 처음이다. 이러다 음식업도 주5일제 해야 할 판"
"토, 일 매출 평일 절반 수준도 안되죠. 유동 인구 자체가 주말엔 거의 없어요"
고현 시내 일대 상가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상인들의 말이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주말(토,일) 매출이 평일의 20~30%밖에 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지난 16일 경남발전연구원은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거제지역 경제활성안 방안'보고서를 통해 "거제시의 인구변화 추이는 거가대교 개통 전 1년간 전출 613명, 전입 869명이었으나 개통 후에는 전출 781명, 전입 810명으로 여전히 전입이 많게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한 "거가대교 개통 전.후 인구 및 통과 차량을 조사한 결과 주말의 경우 부산방향이 1만여대 많아 쇼핑과 문화 등의 약간의 쏠림현상을 보였으나 평일에는 거제방향이 오히려 1만여대 더 많아 빨대효과를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제적 빨대효과의 미미함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실제 상인들의 체감 경제효과는 정반대를 나타내고 있다. 상인들 대부분이 평일 주말 매출 대폭 감소와 더불어 평일 매출 또한 거가대교 개통 이전보다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현동에서 20여 년을 넘게 음식업에 종사해온 ㄱ씨는 "지금은 돈까스 집을 운영하는데 평일에는 100인분 이상, 주말에는 70~80인분 정도 팔렸었는데 거가대교 개통 이후 주말에는 20인분도 팔리지 않는다"며 "이러다가 우리도 주5일에 들어가야겠다"고 토로했다.

고현동에서 의류업을 하는 ㄴ씨는 "요즘 주말에는 거리에 유동인구 자체가 확 줄었다"며 "실제 매출은 평일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때가 많고 정말 재수 없는 날은 개시도 못할 때도 있다"고 한숨을 내뱉았다.

의외로 경기와 상관없는 매출을 자랑하는 롯데리아도 거제에서는 매출 감소를 나타냈다. 롯데리아 고현점을 운영하는 ㄷ씨는 "거가대교 개통 후 평일 매출도 20~30%가량 줄어들었고 평소 평일 매출의 2배정도였던 주말 매출도 지금은 30%이상 줄어들었다"며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하나 거제지역은 다방(커피)문화가 상당히 발달한 곳이다. 당구장이나 만화방, 사무실 등 삼삼오오 모이면 커피를 배달시키는 등 다방업계는 불황을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방문화가 발달한 거제. 하지만 최근 들어 다방업계도 불황을 맞고 있다.

지난 주에는 커피값을 1000원 인하하는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방법을 택했다. 업계에 종사하는 ㄹ씨는 "최근 주말에는 거의 배달이 없어 쉬는 날이 많아졌다"며 "평일에도 배달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하나같이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는거 같다. 지금이 힘들긴 참 힘든가 보다"고 말한다.

반대로 부산지역 상인들은 거제 소비자들로 인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백화점과 병원, 자갈치 시장 등 이미 언론에서 거제, 통역 지역 고객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대대적인 보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외에도 대표적인 예가 가구점 들이다. 다음달 결혼을 앞둔 ㅁ씨(고현동 31)는 거제에서 혼수장만이 비싸 18일 부산 구평 가구거리로 가구 혼수를 준비하러 갔다. ㅁ씨는 10자짜리 장농을 비롯해 화장품 경대, tv거취대, 서랍장 등 가구를 총180만원에 구입했다.

거제에서 견적을 냈을 땐 300만원이 훌쩍 넘었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만족한 ㅁ씨. 하지만 ㅁ씨는 거제까지 배달 시키는 것이 미안해 가구점 주인에게 조심스럽게 거제인데 배달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대답이 놀라웠다. 가구점 주인은 "걱정하지 마세요. 거제 얼마든지 배달 가능합니다. 거가대교 개통 후 거제 고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꼴로 거제에 배달 간다"며 걱정 붙들어 매라고 말했다.

거가대교를 지나 가장 가까운 용원 지역 술집들도 거제소비자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용원지역은 부산에서도 물가가 싸기로 유명하다. 거제와 비교하면 가격은 거의 절반 수준. 용원에서 조개구이집을 운영하는 ㅂ씨는 "거제분들이 많이 오는 편이다"며 "거제분들이 와서 계산할 때 하나같이 하는 말이 가격이 말도 안된다고 놀랜다"고 말한다. 특히나 금요일 저녁에는 용원 지역 번화가에서 거제사람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거제시는 단순한 전출, 전입과 통행량만으로 빨대효과를 논할 단계가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서민들의 볼멘 목소리가 높아지고만 있다.    [한남일보 박현준 기자]